재능이 우리를 망친다.

 

신은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신다. 언제? 우리가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준다. 분에 넘치게 받거나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하지 못할 때에는 주지 않거나 다시 걷어들인다. 오묘한 섭리는 삶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알 수 있다.

 

아침에 아들과 함께 출근하면서 신윤주의 가정음악을 듣는다. 이전에 진행을 맡은 누구보다, 들었던 건 김미숙과 윤유선 아줌마가 전부지만, 가정적이고 유머가 흐른다. 고리타분하지 않고 밝으면서, 진지하지 않지만 사연을 많이 읽어주고, 따뜻한 분위가 좋다. 요즘처럼 무겁고 답답한 집안 분위기에서 벗어나는 순간 미소를 띠게 한다. 아들은 모르겠고 남자는 그렇다. 

 

오늘은 진행자가 아예 터놓고 이야기한다. 이 시간에 사연을 주시는 모든 사람들이 누군지 아시냐고? 얼마나 많은 여러 일들이 제각각 일어나고, 끌어안고 살아가는지 아느냐고?

 

상호가 '물결 미용실' 문을 여는 사장님, 금강경을 필사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할머니, 초등학생 4학년을 둔 엄마가 아이를 막 보내고 들어온 시간, 예희라는 여동생과 싸우고 나간 아빠에게 언니가 보내는 문자를 본 엄마 사연, 바느질 공방을 운영하는 16년 차 아가씨, 휠체어를 탄 부모님을 간호하는 보호자가 오늘따라 슬프다는 마음을 위로한다. 진행자는 사연을 문자나 콩 앱으로 보내는 모든 존재에 감사함을 전한다. 커피와 루이보스차 쿠폰을 적당히 섞어 보내는 게 진행자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고맙다는, 아니면 감사하다는 마음이나 말을 과소평가하던 남자는 다시 반성이라는 것을 해본다.

 

생명이나 존재,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사람이 지내는 사소한 일상에 있다. 그것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모양이나 형태가 아무리 제각각이라도 다 같은 삶이라는 것이다. 

 

만약 남자에게 재능이 있었더라면. 그러니까 삶의 방향이 가장 강력한 재능 하나로 굳어졌다면, 그래서 남들이 우러러보는 성공도 하고 부도 얻고 그렇다면 물론 좋았을 것이다. 사실 이 주제도 여러 번 쓰면서 늘 다른 관점가 평가를 내리게 된다. 그런데 그 좋은 것들을 신은 안 주시는 이유가 무언지 알아? 사실 갖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70세에 마라톤을 시작해 그 연령대의 세계 기록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재능이 없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주로 일관성과 끈기, 혹은 인내 중의 하나다. 사실 세 가지가 다 같은 것이라서 무엇을 가지고 있든 그를 능력자 반열에 세운다. 재능이 아닌 이유는 명백하다. 재능만으로 아주 오래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다.  

 

남자가 인생이 주옥같을 때마다 꼭 읽는 문장이 있다.  

 

1️⃣ 나는 아직 삶아 있을 날이 많다. 지금까지 인생을 한 번 더 살아가도 충분하다

2️⃣ 사연 없는 인간 없다. 징징대고 불평하지 마라

3️⃣ 난 인생이 망한 축에 속하지 않는다. 하기 싫고 안 할 뿐이다.

4️⃣ 남들에게 보이는 삶은 5%도 안 된다. 남들도 마찬가지다.

5️⃣ 부가 목적은 아니다. 필요하지만 만족하면 충분하다. 

 

오랜만에 편집 회의를 하느냐고 카페에 갔다. 지금은 무료로 혹은 천 원을 내면 다시 커피를 한잔 더 주는 카페가 별로 없다. 카페에는 복잡성이 늘어나고, 이익이 안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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