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은 “마지막 시는 영화 전체의 구조적으로 보면 영화의 주인공인 미자가 죽은 소녀 희진의 마음을 대신해서 쓴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힘든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 시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는 세상의 아름다운이란 그냥 그 아름다움 자체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 삶의 고통, 더러움까지 껴안아야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이다”
반드시 잘 되고, 모든 게 감사하다.
아네스의 노래 / 詩. 이창동 (영화 ‘시’ 속 이창동 감독의 자작시)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 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볕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 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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