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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cent.ndsl.kr/View.do?type=1&class=200&seq=4481&B4Class=All&onlyBody=FALSE&meid=1_3
19세기 말엽 미국 필라델피아 주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제련소 맞은편에 매우 오래된 교회가 있었는데, 이 교회를 수리하려고 할 때 주민 하나가 교회 지붕을 사겠다고 나섰다. 너무 오래되고 전혀 쓸모도 없는 지붕에 3,000 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사람. 교회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돈에 욕심이 생겼는지 이 제의를 수락했다.
지붕을 산 사람은 그 겉을 긁어내 불에 태워 재로 만들었다. 그러자 잿가루 속에서 약 8kg의 금이 나왔다. 이 양은 물론 그가 지불한 돈보다 훨씬 더 값어치가 있었다. 그는 수년 동안 제련소의 용광로에서 날아간 금가루가 교회의 지붕에 쌓였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이처럼 금은 다른 금속과 달리 화폐로서 가치를 가진다. 지금도 금 24K 한 돈(3.75g)은 20만원 안팎의 높은 가치가 있다. 특히 금은 물가상승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금괴나 금붙이를 갖고 있는 경우 경제위기나 전쟁 때문에 화폐의 기능이 상실됐을 때도 교환 수단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 1997년 우리나라에 IMF 위기가 닥쳤을 때 225톤의 금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금의 순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우리에게 익숙한 퍼센트(%)가 아니라 캐럿(carat)이다. 그래서 순금을 표시할 때는 24K로 나타내고, 불순물이 섞인 금은 18K와 14K로 표시한다. 금의 단위로 익숙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왜 숫자 24를 사용했는지는 궁금하다. 숫자 100으로 표시하면 계산하기 좋을 텐데, 왜 24를 사용했던 것일까?
캐럿은 중동지역에서 나는 식물의 한 종류인 ‘캐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캐럽은 콩과 식물인 세로토니아속에 속하는 나무열매인데, 그 꼬투리 하나의 무게가 1.25g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말린 캐럽을 한 손에 쥔 정도를 기준으로 금이나 소금 등의 물건을 교환했다. 캐럽이 무게를 재는 기준이 됐던 것.
캐럽은 보통 어른의 손으로 쥐면 24개가 잡히는데, 순도가 가장 높은 99.99%의 순금을 24K라고 표시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18K는 18/24의 순도이므로 75%가 금이고, 나머지 25%는 은이나 구리 등 다른 금속이 들어 있다는 의미가 된다. 14K는 58.5%의 금이 들어있다는 것으로 보석장식품, 시계, 만년필 펜촉 재료 및 치과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24K로 표시되는 순수한 금은 영원불변의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는 물론 우리나라의 신라금관, 남미의 고대왕국의 묘에서 발굴되는 금으로 만들어진 유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원형 그대로 발굴된다. 보통의 금속들은 자연 상태에서 전자를 빼앗겨 쉽게 녹슬지만, 금의 경우 원자의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전자들이 모두 채워져 있다. 따라서 전자를 잃기 어려운 구조를 갖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이런 안정된 원자가 전자를 잃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물질의 변화가 없는 것이다.
금이 영구불변하다는 것은 부식과 거리가 멀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자번호 79번인 금은 양이온을 띠지만 음이온으로 전이될 수도 있는데 황산이나 질산 등 단순한 산에는 녹지 않고 왕수와 같은 특수 화합물에만 녹는다. 이 때문에 우주선이나 제트엔진처럼 부식되면 많은 돈이 들어가거나 습도 오염 등이 심한 곳에 사용하는 장비에 쓰인다.
금은 모든 금속 가운데 연성(ductility)이나 전성(malleability)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성은 물체가 가늘고 긴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고, 전성은 압축력에 의해 물체가 넓고 얇은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다. 금 1g을 우리가 흔히 보는 철사처럼 가늘고 길게 만들면 3,000m 이상도 충분히 늘릴 수 있고, 금을 두드려 펴서 넓고 얇은 호일 형태를 만들면 1평방미터 이상으로 펼 수 있다.
금을 계속 두드려 납작하게 만들면 반투명한 상태가 된다. 여기에 빛을 투과하면 약간 녹색이 도는 청색이 나온다. 금이 본래의 색인 노랑과 빨강 빛은 반사하기 때문이다. 반투명 상태의 금판은 가볍고 적외선을 반사하므로 열방지복에 방패처럼 사용된다. 우주복의 선바이저(차광판)로도 활용된다.
금속의 왕이라 불리는 금은 화려한 겉모습에 맞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금의 운명을 알고 보면 그리 부럽지만은 않다. 금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박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금의 가치를 알아챈 인간들이 금을 소유하려 했기 때문에 금이 땅속에서 나오자마자 어두컴컴한 금고나 지하창고에 갇히게 됐다. 결국 화려한 빛을 내보지도 못하고 깜깜한 창고에 갇혀 빛을 못 받는다.
금에 대한 소유욕은 인류 역사를 바꿨다. 15세기~17세기 초 유럽인은 금을 갖고픈 욕망에 들썩거렸다. 하지만 동쪽 육로는 이슬람 국가가 막고 있어서 뱃길을 개척해 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갔다. 결국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는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했고 유럽인은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을 정복했다. 동서양의 패권구도가 ‘금’으로 인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의 원소기호 Au는 헤브라이어로 빛을 뜻하는 말(aus)에서 왔다. 영어의 골드(gold)도 산스크리트어로 빛을 뜻하는 말(jvolita)에서 땄다. 금의 황색은 고귀함을 뜻한다. 그러나 그 빛이 잘못 쓰여 인류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반대로 고귀한 금속인 금을 모사하려는 노력이 중세 서양에서 연금술(鍊金術)로 이어져 과학발전을 이끌기도 했다. 금이 인류에게 찬란한 빛이 될지, 부끄러운 역사를 비추는 빛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마이다스 왕이 욕심을 부려 사랑하는 딸까지 금으로 만든 뒤 뒤늦게 후회했던 것처럼, 인간이 금을 독점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금이 화려하게 빛나지 않을까.
글 :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19세기 말엽 미국 필라델피아 주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제련소 맞은편에 매우 오래된 교회가 있었는데, 이 교회를 수리하려고 할 때 주민 하나가 교회 지붕을 사겠다고 나섰다. 너무 오래되고 전혀 쓸모도 없는 지붕에 3,000 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사람. 교회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돈에 욕심이 생겼는지 이 제의를 수락했다.
지붕을 산 사람은 그 겉을 긁어내 불에 태워 재로 만들었다. 그러자 잿가루 속에서 약 8kg의 금이 나왔다. 이 양은 물론 그가 지불한 돈보다 훨씬 더 값어치가 있었다. 그는 수년 동안 제련소의 용광로에서 날아간 금가루가 교회의 지붕에 쌓였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이처럼 금은 다른 금속과 달리 화폐로서 가치를 가진다. 지금도 금 24K 한 돈(3.75g)은 20만원 안팎의 높은 가치가 있다. 특히 금은 물가상승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금괴나 금붙이를 갖고 있는 경우 경제위기나 전쟁 때문에 화폐의 기능이 상실됐을 때도 교환 수단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 1997년 우리나라에 IMF 위기가 닥쳤을 때 225톤의 금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금의 순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우리에게 익숙한 퍼센트(%)가 아니라 캐럿(carat)이다. 그래서 순금을 표시할 때는 24K로 나타내고, 불순물이 섞인 금은 18K와 14K로 표시한다. 금의 단위로 익숙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왜 숫자 24를 사용했는지는 궁금하다. 숫자 100으로 표시하면 계산하기 좋을 텐데, 왜 24를 사용했던 것일까?
캐럿은 중동지역에서 나는 식물의 한 종류인 ‘캐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캐럽은 콩과 식물인 세로토니아속에 속하는 나무열매인데, 그 꼬투리 하나의 무게가 1.25g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말린 캐럽을 한 손에 쥔 정도를 기준으로 금이나 소금 등의 물건을 교환했다. 캐럽이 무게를 재는 기준이 됐던 것.
캐럽은 보통 어른의 손으로 쥐면 24개가 잡히는데, 순도가 가장 높은 99.99%의 순금을 24K라고 표시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18K는 18/24의 순도이므로 75%가 금이고, 나머지 25%는 은이나 구리 등 다른 금속이 들어 있다는 의미가 된다. 14K는 58.5%의 금이 들어있다는 것으로 보석장식품, 시계, 만년필 펜촉 재료 및 치과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24K로 표시되는 순수한 금은 영원불변의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는 물론 우리나라의 신라금관, 남미의 고대왕국의 묘에서 발굴되는 금으로 만들어진 유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원형 그대로 발굴된다. 보통의 금속들은 자연 상태에서 전자를 빼앗겨 쉽게 녹슬지만, 금의 경우 원자의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전자들이 모두 채워져 있다. 따라서 전자를 잃기 어려운 구조를 갖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이런 안정된 원자가 전자를 잃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물질의 변화가 없는 것이다.
금이 영구불변하다는 것은 부식과 거리가 멀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자번호 79번인 금은 양이온을 띠지만 음이온으로 전이될 수도 있는데 황산이나 질산 등 단순한 산에는 녹지 않고 왕수와 같은 특수 화합물에만 녹는다. 이 때문에 우주선이나 제트엔진처럼 부식되면 많은 돈이 들어가거나 습도 오염 등이 심한 곳에 사용하는 장비에 쓰인다.
금은 모든 금속 가운데 연성(ductility)이나 전성(malleability)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성은 물체가 가늘고 긴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고, 전성은 압축력에 의해 물체가 넓고 얇은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다. 금 1g을 우리가 흔히 보는 철사처럼 가늘고 길게 만들면 3,000m 이상도 충분히 늘릴 수 있고, 금을 두드려 펴서 넓고 얇은 호일 형태를 만들면 1평방미터 이상으로 펼 수 있다.
금을 계속 두드려 납작하게 만들면 반투명한 상태가 된다. 여기에 빛을 투과하면 약간 녹색이 도는 청색이 나온다. 금이 본래의 색인 노랑과 빨강 빛은 반사하기 때문이다. 반투명 상태의 금판은 가볍고 적외선을 반사하므로 열방지복에 방패처럼 사용된다. 우주복의 선바이저(차광판)로도 활용된다.
금속의 왕이라 불리는 금은 화려한 겉모습에 맞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금의 운명을 알고 보면 그리 부럽지만은 않다. 금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박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금의 가치를 알아챈 인간들이 금을 소유하려 했기 때문에 금이 땅속에서 나오자마자 어두컴컴한 금고나 지하창고에 갇히게 됐다. 결국 화려한 빛을 내보지도 못하고 깜깜한 창고에 갇혀 빛을 못 받는다.
금에 대한 소유욕은 인류 역사를 바꿨다. 15세기~17세기 초 유럽인은 금을 갖고픈 욕망에 들썩거렸다. 하지만 동쪽 육로는 이슬람 국가가 막고 있어서 뱃길을 개척해 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갔다. 결국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는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했고 유럽인은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을 정복했다. 동서양의 패권구도가 ‘금’으로 인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의 원소기호 Au는 헤브라이어로 빛을 뜻하는 말(aus)에서 왔다. 영어의 골드(gold)도 산스크리트어로 빛을 뜻하는 말(jvolita)에서 땄다. 금의 황색은 고귀함을 뜻한다. 그러나 그 빛이 잘못 쓰여 인류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반대로 고귀한 금속인 금을 모사하려는 노력이 중세 서양에서 연금술(鍊金術)로 이어져 과학발전을 이끌기도 했다. 금이 인류에게 찬란한 빛이 될지, 부끄러운 역사를 비추는 빛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마이다스 왕이 욕심을 부려 사랑하는 딸까지 금으로 만든 뒤 뒤늦게 후회했던 것처럼, 인간이 금을 독점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금이 화려하게 빛나지 않을까.
글 :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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