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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보 다리(LE PONT MIRABEAU) - 기욤 아폴리네르

지구빵집 2018. 10. 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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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울리는 이 시는 "미라보 다리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본명은 Wilhelm Apollinaris de Kostrowitzki, 초현실주의 시인, 1880∼1918)의 시집 〈알코올 Alcools〉(1913)에 실려 있습니다. 이 시를 쓴 아폴리네르도 그의 시가 유명한 만큼이나 험난한 인생 역정을 살았습니다. 


그는 1880년 폴란드 귀족출신인 어머니 안젤리카 쿠스트로비츠카(Angelica Kustrowicka)와 이탈리아 장교인 아버지 사이에서 로마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남프랑스로 이주하였고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살다가 19세 때에 파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출생의 비밀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기욤 아폴리네르였지만 1898년부터 여러 잡지에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자리를 잡아 가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무명의 피카소 등의 화가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당시 아방가르드 화가들과 시인들의 가난한 공동체이자 공동 작업실이었던 몽마르트의 ‘세탁선’(Bateau Lavoir)에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세탁선-비토 라브와르’는 원래 1860년대 피아노 공장이었는데 1900년경에는 건물이 이미 몰골이 되어 세탁부들이 빨래터로 이용하는 강변의 낡은 배와 비슷하다고 세탁선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30여개의 아틀리에가 있었지만 수도꼭지와 화장실은 2층에 하나뿐이었습니다. 20세기 초 가장 유명한 창작 공간으로 반 동겐, 피카소, 후안 그리스, 앙드레 살몽, 막스 자코브, 피에르 르베르디 그리고 모딜리아니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모여 살며 작업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기욤 아폴리네르는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마리 로랑생이다.





미라보 다리(LE PONT MIRABEAU)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그러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손에 손을 잡고서 얼굴을 마주 보자.


우리들의 팔 밑으로


미끄러운 물결의


영원한 눈길이 지나갈 때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흘러간다.


사랑은 흘러간다.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가버린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만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기욤 아폴리네르와 마리 로랑생은 1907년 로랑생의 개인전에서 피카소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고, 27살의 젊은 시인과 24살의 재기발랄한 여류 화가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1911년까지 이 둘은 열렬히 사랑하였으며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며 특히 기욤 아폴리네르의 이 시기 많은 작품들은 마리 로랑생에게 보내는 연애편지와 같은 시들입니다.




선물 - 아폴리네르가 마리 로랑생에게 바친 시.


 

만일 그대가 원한다면


나 그대에게 드리렵니다.


아침, 그토록 상쾌한 아침과


당신이 좋아하는


빛나는 내 머리칼과


푸르고 금빛 나는 내 눈을.


만일 그대가 원한다면


나 그대에게 드리렵니다.


따스한 햇살 비추는 곳에서


눈뜰 때 들려오는 온갖 소리와


분수에서 들리는


흐르는 물줄기의 아름다운 소리를.


마침내 찾아들 석양 노을과


쓸쓸한 내 마음으로 얼룩진 저녁,


조그만 내 손과


당신 가까이에


놓아두고 싶은


나의 마음을.



마리 로랑생의 La Baiser(The Kiss) 1927 Oil on canvas 79 x 63 cm Anciennes collections Somerset Maugham, Villefranche-sur-Mer Sam Spiegel,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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