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 대회가 며칠 남지 않았다. 남자는 더 늦기전에 입욕을 하고 나와서 가만히 발톱과 손톱을 깍는다. 마라톤 풀코스 대회를 앞두고 늘 하는 일이다. 약 한 달 전에 거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마지막 점검을 위해 손기정 마라톤 풀코스를 즐겁게 달렸다. 그리고 서서히 운동령을 줄이고 가볍게 뛰면서 대회일을 기다린다. 2주 정도 남겨 놓고는 마음 편하게 몸 상태를 아주 좋은 정도로 끌어 올리기 위한 준비를 하며 지낸다. 주중에 가벼운 조깅을 6km 정도 하고, 복근 운동이나 근육 운동을 조금씩 한다. 대회날이 가까울 수록 새로운 운동법, 새 신발, 새 양말, 몸에 좋은 음식은 절대 금물이다. 선배들 말대로 늘 하던대로 지낸다. 전문적인 운동선수도 아니고 대단한 기록을 내기 위해 단련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신발이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기린 목이 되어간다고 어서 오기를 기다리는 중인데 마침 도착했다. 글을 써 돈을 벌거나 선물을 받은 게 두 번째인 이야기는 이미 했다. 도착한 신발은 아식스 젤 카야노-25 모델 러닝화다. 여자는 무척 좋은 가보다. 조금은 비싼 신발을 공짜로 얻어서 그런가 보다. 저번에 여자는 싱글렛 구입 비용을 대신 내주었다. 나는 출사표 이벤트에 글을 올려 당선되었다. 선물로 받은 신발을 여자에게 보냈다.
"편하고 좋아! 사다 놓은 주황색 끈으로도 매 봤어. 덕분에 좋은 새 신발 신어보네. 고마워^^"
"사진 많이 보내달라고 했지? 그리고 발목까지 나오는 사진도 보내달라고 했지? 왜 발목까지 나와야 하는데? ㅋㅋ" 여자가 말했다.
무엇이든 궁금한 사람이다. 신발 크기와 받을 주소를 여자의 것으로 보내고 신발을 받을 때까지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중간에 사실을 말했다. 신발이 도착하면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여자의 가는 발목을 언젠가 한번 잡아 본 적이 있다. 형편없이 가늘었다. 여자의 이상하리만큼 가는 팔목하고 똑같이 엄지와 집게 손가락을 동그랗게 오무린 안쪽에 쏙 잡혔다. 이건 눈으로는 잘 안보인다. 손목이 가는 지 눈으로는 모른다. 발목이 가는 지 운동화 위로 드러난 발목을 보는 것만으로는 잘 모른다. 허리가 가는 지, 가슴이 큰 지 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판단하기가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살면서 너 때문에 제일 많이 웃은거 같아." 남자가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여자가 말했다.
"잘 달려봐. 아주 머얼리. 하늘 끝까지. 내가 없다고 생각하고 달려."
"그러다 사라지면 어떡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면 어쩌지?" 여자가 말했다.
"그럴일은 없어. 아무리 빨리, 아무리 멀리 달려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할테니." 남자가 말했다.
"사무실이니? 별일 없지?" 여자는 매번 묻는다. 남자가 어디에 있는 게 뭐그리 중요한지 모르겠다. 잘 지내냐고? 잘 못지지낸다고 말해볼까? 하고 생각한다. 아무일 없지만 아무일이 생기면 좋겠다. 기다리기 지루하다. 늦은 시간이다. 여자도 수업을 마치고 이제 막 집으로 와서 저녁도 먹지 못하고 신발을 신어보는 중일터 나도 저녁을 먹으러 가야한다.
"새 신발이라 좋은데 이거 신고 대회는 못나가는 거 알지? 몇 번 뛰고 나서 장거리를 뛰어야 하거든. 아직까지 밥도 안드시고 사무실에서 머하시나?" 여자가 말했다. 질문도 귀엽게 말한다.
"그 정도는 나도 알거든? 오늘 포천으로 회의하고 온 거 정리중이야. 4시간 운전하고 다녀오니 힘드네. 일도 잘 안되고. 몸 상태도 좀 메롱이야. 서브4 달성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 남자가 말했다.
"다음에 나가면 보여줄께." 여자는 대답은 하지 않는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한다. 벌써 난독증이라도 걸린 건지. 늘 대화를 띄엄띄엄 한다. 버릇인가? 하고 남자는 생각한다.
짧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지나고 나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사진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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