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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감각, 시간을 심리적으로 자각하기

지구빵집 2019. 4. 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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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감각, 시간지각은 전문적인 감각기관에서가 아니라 정보의 종합에 의해 인지하게 된다.

기껏해야 한 두 계절을 잘 보낼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계약하고, 더불어 출근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얻는 횡재를 만났다. 직원은 아니니 출퇴근 시간을 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켜야 할 규칙은 지켜야 하고, 하는 일이 새로운 일이라서 어쩌면 새로운 도전일 수도 있다. 성남시 상적동 옛골 건너편에 건물이 있다. 집에서 막히는 시간만 제외하면 30분 정도 걸린다. 정확히 집에서 대공원으로 넘어가 청계산 매봉을 넘어가면 9km 거리에 있다. 청계산을 넘어 걸어가면 약 2시간 16분이 소요된다. 자가용으로 15.6km 거리에 있고, 시간은 28분이 걸린다. 선바위역을 지나 화물트럭터미널 앞에서 우회전해서 옛골까지 가면 된다. 가까이서 보니 가로로 긴 청계산이 눈에 꽉 차고, 경부선이 500미터 앞에 지나간다. 주변은 모두 나무와 들과 밭이다. 이런 경관은 볼 때마다 담배 생각이 난다. 너무 좋다. 하루종일 햇살이 가득하다. 컴퓨터를 가져와 설치하니 이제 일이 막 하고싶다. 한 번 하면 무섭게 하는 사람인데.

4개월 정도 집에서 일을 했다. 강력한 규칙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원칙들을 그런대로 잘 지키며 생활했다. 어디서든 타성은 생겨나고, 익숙해지는 순간 생활은 형편없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나마 꾸준한 달리기로 위안을 삼아 부여잡고 버텼는데 그마저 부상으로 달리지 못하게 되자 망연자실했다. 어느 순간 매일 하던 도구들을 단 하나도 지킬 수 없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 또 다시 시작하면서, 변화를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달리기는 우리가 얻고 싶은 것만 주지는 않는다. 때로는 우리에게 깊은 상처도 주고 인내를 요구하기도 한다. 달릴 때는 세상 아름답고 신나는 시간들이 달리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시 우울함으로 채워진다.

러너들은 시계없이 달리는 감각을 키운다. 특히 마라톤은 긴 시간을 달리는 운동이어서 고르게 달리는 페이스-이븐페이스-가 중요하다. 달리기 시작할 떄부터 경주를 마칠 때까지 항상 일정한 시간대 거리를 달리는 일을 말한다. 더불어 러너들은 이븐페이스에 익숙해지는 것 이상으로 러너의 컨디션, 기후, 코스에 의해 유연한 변화를 주면서 원하는 레이스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달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자신의 레이스를 거리대 시간으로 1초의 차이까지도 확인하는 러너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훈련이라서 확인하는 것이다. 숫자와 마라톤 경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록과 경주에는 다중 스톱워치나 킬로미터마다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 거리와 시간을 저장하여 스마트 폰과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일 등은 마라톤 시계에 필수적인 기능이다. 그러나 시계에만 의존해 달리는 러너는 진정한 달리기의 감각을 깨우지 못한 것이다.

날씨, 기온, 바람, 강우, 햇살 등 수 많은 변수들은 달리기에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다. 그리고 레이스가 시작되는 아침 러너의 컨디션-잠은 잘 잤는지, 배는 고프지 않는지, 다리 상태는 좋은지-을 명확히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음으로 주로의 오르막과 내리막 주파 전략, 42킬로미터를 구간마다 어떻게 달릴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러한 모든 정보와 생생한 그날의 상황들을 파악하여 달리는 러너에게 사실 시계가 필요한 이유는 없다. 오히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유연하게 적응하여 늦추거나 빨리 달리는 러너의 섬세한 감각이 필요하다. 시계에 의존하지 않고 달림으로써 러너의 피와 근육속에 숨쉬는 달리기의 감각을 깨워야 한다.-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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