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글쓰기를 멈추고 기적처럼 계절을 보낸다.

지구빵집 2019. 10. 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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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서머(Indian summer)

 

  명확한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다 하면서 동시에 욕망하는 것까지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무엇인가 뒤에 남긴 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근사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문제는 그럴싸한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이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명확하고, 근거가 뚜렷하고,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정의된 바람이어야 한다. 얼핏 보기에 좋고 말하기도 편한 모습을 욕망하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 절실한 마음이 깃들지 않으니 힘이 없다. 금방 바람에 날려 사라지니 얻을 수 없다. 과감하게 버릴 건 버린다. 글쓰기가 문제라면 글쓰기를 버린다. 사람이 문제라면 사람을 버린다. 네가 문제라면 너를 버린다.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얻은 것을 너도 얻고 싶다면 말이다. 쉽게 얻는 일은 없다. 

  Altweibersommer Tag(알트바이저좀머 태그)라는 말이 있다. 미국에선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라고 한다. 해석하면 '노부인의 여름' 정도로 번역한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하는 기상 현상을 일컫는 말로,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직전 일주일 정도 따뜻한 날이 계속되는 것을 말한다. 종종 서리가 내린 후에도 이런 현상이 생긴다. 비유적으로 절망 가운데 뜻하지 않는 희망적인 것을 뜻하는 데 쓰인다. 아침저녁으로 기온뿐만 아니라 기압과 습도의 일교차가 심해서 아침 무렵에 안개가 자주 끼게 되는데, 딱 요 며칠 아침마다 그랬다. 이 안개가 할머니들의 곱게 빗어 넘긴 은발을 연상시켜서 '노부인의 여름'이라 부른다. 오늘 오후는 햇살이 여름날과는 확실히 달랐다.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의 끝에 찾아오는 여름처럼 뜨거운 날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지만, 그 모두가 기억하지는 못하는 시간

다만 겨울 앞에서 다시 한 번 뜨거운 여름이 찾아와 주기를 소망하는 사람만이

신이 선물한 짧은 기적 인디언 서머를 기억한다.

내가 그날을 기억하는 것처럼

기억한다는 건

그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까닭이다.’

- 인디언 썸머, 2001

 

  글쓰기에 집착하는 일도 역시 집착이다. 아름다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집착이나 부에 대한 욕망과 동일하다.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왜 글을 써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말하라. 왜 네가 묘사하고 설명하고 일어난 여러 가지 일을 표현하는지 너를 설득해야 한다. 단지 누군가에게 좋은 글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하는 글쓰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정직한 이유와 네가 신념으로 삼을 만한, 끝까지 가져가도 좋은 생각을 말하라. 답을 찾지 못한다면 늘 하던 대로 가던 길을 멈추어야 한다. 굳건히 땅속에 깊이 뿌리박지 않은 나무는 바람에 쉽게 뽑힌다. 어떠한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심장 깊숙한 곳에 존재해야 멈추지 않고 오래간다. 네가 배우고 익히는 것들이 얼마나 쉽게 뽑히거나 바람에 날아갈 줄 어떻게 알았겠니? 고운 모래에 덮여 보기에 예쁜 색과 현란한 잎사귀만이 반짝이는 꽃으로 피우는 일은 얼마나 의미가 없는 것인지 알겠니? 

  아름다운 시월이 오고, 마음에 쏙 드는 가을이 온다고 치자.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계절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치자. 어차피 올 계절이다. 세월의 회한을 느끼게 하고 아득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저무는 노을을 바라본다고 치자. 그런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바라보는 일조차도 꽤 괜찮은 일에 불과할 뿐이다. 단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면 단호해야 한다. 가장 좋은 점이 가장 나쁜 점이다. -見河-

늘 아침은 계란 찐 것과 여하튼 씹을 필요가 없는 것들.

빠삐용은 치아를 위해 코코넛을 훔쳤다.

아름다운 색. 오늘 아침 먹거리. 찬란하다.

https://youtu.be/_4QIaHHZ1is(제발, 이소라, 영화 인디언썸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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