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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

지구빵집 2019. 10. 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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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머 보고 사는 거니? 정은임의 FM영화음악 오프닝 2003.10.22방송

 

2003년 10월 22일 당시 MBC 라디오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을 진행하던 고 정은임 아나운서는 당일 방송 오프닝에서 129일간의 크레인 고공농성 중 목숨을 끊은 고 김주익 한진중공업 전 노조위원장에 대한 오프닝을 방송했다.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 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구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2003년 11월 18일 방송

 

“19만 3000원, 한 정치인에게는 한 끼 식사조차 해결할 수 없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입니다. 하지만 막걸리 한 사발에 김치 한보시기로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한 사람에게는 며칠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큰돈입니다. 그리고 한 아버지에게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길에서조차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한 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아이들에게 휠리스(바퀴 달린 운동화)를 사주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일하는 아버지 고 김주익 씨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이 19만 3000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19만 3000원, 인라인 스케이트 세 켤레 값입니다.

35m 상공에서 100여 일도 혼자 꿋꿋하게 버텼지만 세 아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에는 아픈 마음을 숨기지 못한 아버지. 그 아버지를 대신해서 남겨진 아이들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준 사람이 있습니다. 부자도, 정치인도 아니구요. 그저 평범한 한 일하는 어머니였습니다. 유서 속에 그 휠리스 대목에 목이 메인 이 분은요,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주머니를 터었습니다. 그리고 휠리스보다 덜 위험한 인라인스케이트를 사서, 아버지를 잃은 이 위험한 이 세상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건넸습니다. 2003년 늦가을, 대한민국에 노동귀족들이 사는 모습입니다."

 

"반딧불이, 꼬리치레 도롱뇽, 열묵어, 버들치, 가제 그리고 송두율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오늘 FM영화음악은 퀴즈로 시작합니다.

정답은요. 지표생물입니다. 지표생물이라는 것은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통해서 해당 지역의 오염도를 판단하는 건데요. 바로 우리 시대의 지표생물은 송두율 교수라는 생각이 드네요."

 

고 정은임 아나운서

 

정은임(鄭恩任, 1968년 10월 13일 ~ 2004년 8월 4일)은 대한민국의 MBC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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