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서재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지구빵집 2020. 10. 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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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작가  

 

비오는 날 도랑으로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둥그런 체를 들고 가거나 -물론 망가뜨리면 할머니에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아니면 치 라고 하는 고기 잡는 촘촘한 철망 도구를 가져가기도 한다. 마꾸라지를 한 양동이 잡게되면 그 중에 뱁장어 한마리 정도는 섞여 있게 마련이다. 겨우 눈으로 셀 수 있는 정도의 마릿수로는 뱀장어나 메기는 생각지도 못한다. 양적으로 많이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의 훈련과 반복적인 연습이 중요하다. 일류 선수는 양을 늘려가는 와중에 가장 효울적이고, 안정되고, 편한 자세를 찾는다. 양이 축적된 상태에서 말이다.

 

보통 이런 제목의 글을 쓰게 되면 기쁨도 좀 묻어 나와야 하는데 슬픔만 보였다. 현대 직장인에게 맡겨진 노동은 거의가 비극이어서 그런가 한다. 심지어 월급의 다른 말은 참는 값, 합의금, 퇴직하기 위해 버는 돈, 병원비라는 말이 유행하는 걸 보면 말이다.

 

단편집 '일의 기쁨과 슬픔'에 나오는 두번 째 단편 소설 '일의 슬픔과 기쁨' 이 창작과 비평사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안타깝지만 회원 가입을 하고 읽으실 분들은 링크를 클릭하시고. 개인적으로 판교 IT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담아서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다. ^^

 

 

나는 언니 앞에 놓인 그릇을 건너다봤다. 아래 깔린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우튀김이 빼곡했다. 하나, 둘, 셋…… 보이는 것만 해도 여섯개였다. 언니는 활짝 웃더니 손뼉까지 짝짝 소리가 나게 쳤다.

“이렇게 새우 많이 주는 데는 처음 봤어. 여기 너무 좋다, 그치?”

나는 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언니가 특 에비동 시켜서 그런 거잖아요.”

“응?” p.11

 

“사람들이 포인트를 그렇게 좋아하나?”

“다들 좋아하지 않나요?”

“그렇죠. 그래서 또 자신 있게 대답했지. 네, 좋아합니다!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알아요?”

“글쎄요.”

“그렇게 좋은 거면 앞으로 일년 동안 이차장은 월급, 포인트로 받게.” (「일의 기쁨과 슬픔」 50면)

 

지유씨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녀가 내뱉는 말의 호흡과 나의 호흡이 잘 어우러져 특유의 리듬감 같은 게 생겼다. 우리는 존대와 반말, 유쾌와 재치, 다정함과 짖궂음을 카드 패처럼 번갈아 내놓으며 놀았다. 그녀는 잘 웃었고 또 잘 놀렸다. 공수에 모두 강했다. 정말이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p.75

 

“오늘은 만원 더 넣었어요.”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주머니가 양손으로 봉투를 받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다음부터 그녀는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이렇게 묻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떻게, 창틀 청소할까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러나 꾹 참고 있는 설렘을 감출 수 없는 목소리로. p.146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작가

 

책 제목이 같은 책. 해도 해도 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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