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갤러리

또 하나의 보금자리를 떠난다.

지구빵집 2020. 10. 2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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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면' 이란 말을 한다고 해서 생각을 촘촘히 하는 건 아니다. 거친 말을 다듬어 부드럽게 하는 일을 고치기 힘든 거 보니 희망도 갖지 말아야겠다. 생각해보니 올해 봄부터 즐거운 놀이터로 삼았던 주말농장을 어떤 사람이 사서 집을 짓는다고 한다. 여름에 햇살을 피해 가며 놀기도 하고, 간간히 농사일도 거들었던 곳이다. 농장을 맡아 관리한 선배는 축구를 좋아해 서너 곳의 축구 클럽의 멤버로 활동한다. 계절이 지나가면서 변하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마음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가을이 징글징글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차지하고라도 두 계절을 보금자리로 지냈던 이곳에 다시 올 수 없다. 또 스쳐 지나간다. 오랜만에 가을이 가득 찬 날이다. 아침에 훈련을 마치고 식당에 가지 않고 일하러 나왔다. 혼자 일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마음에 든다. 라면을 삶는다고 연락이 와서 밭으로 갔다. 고추를 따고 밭을 둘러보니 형형색색 꽃들이 어지럽게 피어있다. 고와도 너무 곱다. 옆에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모르고 떠나고 나서야 소중한 걸 안다. 소중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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