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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법쿠데타에 의한 브라질 민주주의의 전복

지구빵집 2020. 12. 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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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법 쿠데타에 의한 브라질 민주주의의 전복 /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지금 브라질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 브라질 민주주의 위기의 특징은 검찰과 사법부의 법 기술자들이 법적 수단과 장치를 동원하여, 보이지도 않고 의식할 수 없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야금야금 민주적 제도와 규범을 침식하여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는 사법 쿠데타라는 것이다.

 

브라질의 사법쿠데타를 주도한 법 기술자는 세르지우 모루라는 브라질의 엘리트 연방판사였다. 모루의 사법 쿠데타 작전명은 ‘세차 작전’(Operation Car Wash)이었다. 2014년 모루는 이탈리아의 정치부패를 소탕한 ‘깨끗한 손’(Mani Pulite)을 모델로 한 세차 작전의 수석 판사가 되어 브라질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의 대규모 돈세탁, 거대한 반부패 스캔들, 뇌물과 공금 유용 사건 수사를 지휘하여 수많은 선출직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를 구속시키고 사법 처리하여 국민들로부터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모루의 세차 작전 수사는 방법과 목적에서 깨끗한 손과 달랐다. 모루는 예비구금제도를 이용하여 구속을 유도하고,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켜 용의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언론플레이를 통해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을 공격하였다. 이탈리아 마피아 조폭과 부패 정치인들 간의 연결 고리를 깨려는 반부패 수사를 목적으로 하였던 깨끗한 손과는 달리 세차 작전은 민주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법 쿠데타였다.

 

모루는 세차 작전을 통해 브라질 집권당인 노동당(PT)과 정부 인사들을 구속시켰고, 모루와 야당은 2016년 5월 13일 룰라 대통령의 후임인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를 예산 작성 규칙 위반이라는 정책적 실수 혐의로 탄핵시켜, 노동당 정권을 붕괴시켰다. 모루는 사법 쿠데타를 멈추지 않고, 차기 민선정부로 표적을 옮겼다. 사법쿠데타 세력인 호드리구 자 노트 검찰총장은 호세프를 계승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을 2017년 6월 26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였으나, 테메르는 하원 의장인 호드리구 마이아의 도움으로 탄핵 소추는 면할 뿐 식물 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를 마치고 차기 대통령에 출마하지도 못했다. 모루의 최종 목표는 세계적 민주화 지도자인 룰라 전 대통령이었다. 모루는 당시 지지율 80%의 룰라에 대한 사법 공격에 들어갔고, 2017년 돈세탁과 간접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시킴으로써, 룰라의 2018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저지하는 데 성공하였다.

 

모루의 사법 쿠데타로 2018년 과거 군부독재 시절 대령 출신인 우익 포퓰리스트 보우소나로가 룰라가 지명한 후임자 페르난두 아다드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모루는 사법쿠데타의 공으로 2018년 법무장관에 임명되었으나, 2020년 보우소나루가 연방경찰청장을 해임한 데 대해 항의하면서 법무장관직을 사임한 뒤,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부패한 우익 포퓰리스트라고 공격하면서, 2022년 보우소나루에 대항해서 대통령 선거에 나설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브라질의 신흥 민주주의는 과거처럼 군부 쿠데타에 의해 전복되는 것이 아니라, 사법권력과 법률지식을 동원한 검찰과 언론에 소리 없이 스텔스적인 방식으로 전복되고 있다. 

 

기사출처: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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