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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서재

엄마의 집 - 전경린 "삶은 모순을 인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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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 - 전경린 "삶은 모순을 인정하는 것" 

 

If life gives a lemon, make lemonade.

만약 삶이 너에게 레몬을 준다면, 너는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lemon은 역경과 고난을 의미

 

정념의 작가이자 한국에서 연애소설과 사랑 이야기를 가장 잘 쓰는 작가라고 알려졌던가? 예술가나 작가의 명성은 실제 작품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당대의 문장가라는 사람에게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김훈 작가가 어디 그런 명성에 연연하는가. 전경린의 '엄마의 집'은 남자와 여자 개인의 욕망과 내면에 깊이 파고들어간 이전 작품과는 다르게 따뜻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사랑의 풍경을 보여준다.  

 

 

주인공 호은은 6년 전 엄마와 아빠의 이혼으로 대학교 기숙사를 전전한다. 스무 살이 된 호은은 엄마가 집을 갖게 되자 엄마의 집으로 들어간다. 지은 지 이십 년쯤 된, 재개발을 해야 할 만큼 낡은 아파트. 그러나 공존과 독립이 가능한 집이었다. 이렇듯 제자리를 찾은 엄마와 달리, 아빠는 이혼 후 결혼했지만 2년 전에 죽은 새엄마의 딸 중학교 2학년 승지를 호은에게 맡긴 채 무책임하게 사라져 버린다. 승지의 엄마는 2년 전에 죽었고, 승지는 실제 아버지의 딸이 아닐지도 모르면서 키우고 있다. 아빠를 찾아 도시를 전전하며 아빠 친구들 만나지만 찾지는 못한다. 결국 엄마와 호은, 승지는 ‘엄마의 집’에 가족처럼 모여 살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집’은 엄마가 화가로서의 본업을 버리고 15시간씩 일해서 마련한 집이다. 완전한 독립이며, 안정감, 자신의 닷을 내릴 수 있는 공간 등 많은 상징성이 있는 장소다. 엄마와 엄마의 애인이 다정한 저녁을 보내고 있던 곳이다. 호은의 아빠와 엄마, 엄마와 아빠의 과거들까지 얽히고설킨 문제를 사랑과 외로움, 갈망과 상처, 모호한 분노를 묘사한다.  

 

엄마 노윤진

 

“호원은 엄마를 ‘미스 엔’이라고 부릅니다. ‘미스 엔’이란 엄마의 정체성을 획득하고 처녀의 길을 간직한 채, 경제적으로 윤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독립한 여자입니다. 엄마는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의 곁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 자신의 집을 마련한 여자입니다. 우리 삶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본질에서 떠날 때가 있고, 받아들이고 머무는 때가 있습니다. 자신이 ‘여기 이곳’이라고 하기 전까지는 우리는 떠나는 존재입니다.

 

엄마는 삶의 변화 앞에서 흔들리지만, 결혼을 유보하고 독립적인 삶을 공존시키는 인물입니다. 또한, 딸과 사랑하는 남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습니다. 어떤 해결도 없이 문제를 묵묵히 살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아빠 김헌영

 

“우리 주변에는 ‘386’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세대로 걸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시대가 바뀌면서 생의 바닥을 버티는 호원의 아빠를 통해 386의 한 면을 옹호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가족이란?

 

“가족이란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 있는 생의 한 면입니다. 사실, 나는 의식이 싹틀 무렵 가족에 대해 무관심했고, 떨어져 나가려고만 했습니다. 분리와 격리만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켰던 것이지요. 어쩌면 나는 타고난 낭만주의자인지도 모릅니다. 일정량의 그리움과 결핍이 늘 필요했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혈육, 가족에 대해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기적인 애정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한 개인으로 어느 정도 성숙되고 난 뒤입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혈육애’와 ‘가족 정신’은 아주 다른 말이라는 겁니다. 저는 ‘가족 정신’을 더 좋아합니다. 혈육들도 ‘가족 정신’ 아래서 객관적인 인격, 혈육이 아니더라도 개별적인 인간으로 공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부장적인 가족과 전혀 다른 모습의 집과 가족을 소설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엄마의 집』입니다.” (작가의 말)

 

 

"어른들이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까지도 저렇게 힘껏 받아들이는 사람들인가... 가슴이 뻐개지도록 밀고 들어오는 진실들을 받아들이고, 또 승낙없이 떠나려는 것들을 순순히 흘려보내려면 마음속에 얼마나 큰 강이 흘러야 하는 것일까."

 

"사랑을 하면 할수록, 우린 사랑하는 사람보다, 우리가 사랑해야 할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거든. "

 

"..한사람 한 사람이 산 하나처럼 느껴져. 산 하나의 내부가 품고 있는 그 많은 생명들과 어찌할 수 없는 인과관계와 진실을. 그게 한인간이 품고 있는 자기 자신인 거야. 그러니, 누구도 타인을 구할 만큼 자유로울 수 없어. 제 한 존재를 버티는 일도 참 버거운 거란다." 

 

"간혹 내가 울음을 터뜨렸던 그 바다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때 난 왜 그렇게 울었을까. 감당할 수 없었던 막대 한양의 몰이해가 이유였던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내가 세상 속에 있는 것 자체를 난 이해할 수 없었다. 혹은 제힘으로 솟아오르던, 짐승처럼 살아있는 해의 정체 같은 것."

 

"이 사람이라면, 내게 상처를 입혀도 괜찮아. 이 사람이라면, 내게 잘못을 해도 좋아...... 그런 마음이 생겼을 때, 내가 아저씨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어."

 

"글로벌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물질에 농락당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존재하려면, 마음과 생각 속에서 우선 착취의 사슬을 끊어 야해. 말하자면, 더 가질 수 있고 더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 공존의 선을 가져야 하는 거야. 진짜 삶은 욕망의 무한한 가능성 속에 서가 아니라, 욕망이 멈추는 공존의 선에서만 가능해"

 

"꿈에서 깨어난 사람은 진짜 자기 집에 도착한 사람처럼 삶에 대한 모든 부정들이 걷혀. 인간다운 의식주, 생계를 위해 하는 일, 타인과의 교제, 자기 역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방바닥을 닦고 유리창을 닦는 일, 밥을 끓이는 일, 세속적 조건 속에서 살기 위한 온갖 노력들의 경건함을 알게 돼" p.163

 

"사랑의 결실은 변태야. 변화를 겪고 달라지는 것." p.263

 

참고 자료

전경린 인터뷰 정리 자료

 

 

엄마의 집 - 전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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