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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아무리 많아도 한 마리씩 그리고 다음 새로 넘어간다

지구빵집 2021. 4. 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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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아무리 많아도 한 마리씩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시흥에 있는 케이스 만드는 공장을 방문해서 샘플 한 대를 만들어 와서 에코 대표에게 전달했다. 간단한 구조라 신경 쓸 게 없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프로라면 보이지 않는 곳이나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외부에 인테리어를 꾸며 보이지는 않아도 스테인리스 재질로 아주 예쁘게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제품을 사용하는 회사도 불평하는 소리는 없겠다고 말한다. 

 

설계 도면을 넘겨주고 기한 내에 전문가들이 만들어 낸 결과는 놀랍고도 아름답다. 부드럽고 온화한 마이 대표는 남자에게 경영에 관해 알아야 할 일들을 전부 가르쳐주고 싶은지 쉬지 않고 나에게 조언을 한다. 모든 일은 단계에 따라야 하고, 일을 돌아가게 만들면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고, 조금씩 쉬워진다고 한다. 다음 단계는 확장하는 일을 고민하고, 다른 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태도가 좋다는 게 이런 모습인가 하고 생각한다. 대표님은 나를 마음에 들어하고 나는 그를 존경한다. 

 

대표의 말은 책에서 보던 내용이지만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도면을 받아 샘플을 만든다. 준비된 부품을 조립하고 차이를 발견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도면을 완성하고 제작한다. 그다음은 단지 제작 수량만 이야기하면 할 일은 없다. 이 과정이 가장 기본 단계다. 한 일을 확장하고, 변형하고, 아이디어를 넣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다. 바로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방법이다. 사다리를 오르려면 한 칸 한 칸이 작아야 잘 올라갈 수 있다. 

 

남자는 단계를 밟아본 적도 없고, 단계를 밟는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남은 삶도 그럴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산다. 전혀 후회하지 않는 방식으로 말이다. 태어날 때는 누구도 조금도 선택하지 못하지만 죽을 때는 누구나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를 보게 된다. 현실은 무자비하게도 우리에게 말한다. 슬픈 일이다. 어쩔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이유다.  

 

"남자는 참 인생 허술하게 산다. 그렇지?"

 

"알아, 서툴거나 허술하게 산다는 게 죄는 아냐. 낭비하는 게 죄지. 안 그러니?"

 

"언제는 인생 낭비하면서 사는 거라며? 그런 말 했어? 안 했어? 너는 충분히 낭비했어. 지금도 낭비하고 있고 말이야."

 

남자는 서툴거나 허술한 게 무언지 생각한다.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제대로 갖지 못하고, 하고 싶은 거 못하는 게 허술하고 낭비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어떻게 보면 사는 게 서투르다. 그냥 목적도 없이 대충대충 살아간다. 그게 잘못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 차라리 곤충이나 풀, 나무 이런 것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

 

"내가 일부러 그런 거야. 우선 세상 일에서 멀어지면 평화롭거든, 고민이나 걱정 같은 것들에 별로 신경 쓰고 사는 게 싫었거든. 좋게 말해서 욕심이 없어. 안 좋게 말해도 참 편하게 살았어."

 

"넌 언제나 도망쳤어. 항상 즐거워 보였어. 이젠 벌 받을 거야."

 

"넌 옆에서 보면 장난처럼 삶을 살았어. 니 맘대로 살 수 있는 시간은 없어 이제, 각오하라고." 

 

남자는 정말 건드리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관대한 남자였다. 남자가 가진 밥 먹고 사는 능력은 특별하고, 그의 재능은 빛났다. 언제든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고, 언제나 일할 수 있었고, 여러 번 망할 정도로 개인 사업도 해봤고, 회사도 마음대로 선택해서 들어가고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면서 살아온 사람이다. 크게 불행하지고 않았고, 엄청 행복한 적도 없었지만 대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크게 힘들거나 아주 불행한 일이 없었다는 것, 그런 게 더 남자를 망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대로 행복했고 즐거웠다. 이제는 아니라는 게 문제다. 앞으로는 적어도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도 충분이 의도하지 않고 살 수 있지만 싫어졌어.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 대신 하루하루가 아까워서 미칠 지경이거든. 갖고 싶은 건 없지만 가지고 있으면 좋아 보이고, 하고 싶지만 안 해도 그다지 힘들 것 같지 않아서라고 말하면서 살았는데 꼭 그게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이젠 무엇보다 진짜야. 우리는 진짜 세상에서 사는 거여."

 

"사람이 꼭 행복해지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누가 그러는데? 꼭 행복해야 한다고, 어떤 인간이 그랬어?"

 

"너도 잘 알잖아. 어떻게 끝나든 끝나는 것은 다 똑같아."

 

 

상상력의 부재, 웬만큼 비슷한 경험의 유무, 삶을 살아온 궤적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일은 힘든 일이다. 이건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하는 일이 몸에 밴 사람, 타인에게 관대하고 관계에 있어 배려하는 일이 익숙한 사람 곁에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인생은 참고 사는 일이다. '갈아 넣고 산다'는 표현은 잔인하고 별로 내키지 않지만 누구나 그런 삶을 산다. 집중력을 발휘하고 다른 데 신경 쓰는 일을 줄여나가야 한다. 남자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민들레 꽃이 지고 나면 계절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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