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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제 준비하고 살았냐? 무턱대고 사는 거지.

지구빵집 2021. 4. 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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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제 준비하고 살았냐? 무턱대고 사는 거지. 

 

윤여정 어록을 정리하겠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은 적절히 잔인하고, 현실적이며, 적절히 나이 든 여자로서 넘치지 않는 표현을 잘 표현한다.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멋진 돌려차기를 보여주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인종 차별에 대한 위험성을 가족의 걱정으로 풀어냈다. 할 말을 다 하며, 예의 바르고 웃기면서, 까는 것도 아니고 멕이는 것도 아니고, 위트가 넘치고 속 시원하게 말한다. 엄마는 나이가 들어가며 할 말을 하지 않아서 후회된다고 했다. 남자는 못할 말 없는 나이에도 저렇게 거침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나도 처음 살아보는 거니까, 67살은 처음이야. 알았으면 이렇게 안 살지. 인생이, 처음 살아보는 거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계획을 할 수가 없어"

 

" 배우는 돈이 필요할 때 연기를 가장 잘해.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 그래서 예술은 잔인한 거야."

 

"모든 것이 언젠간 저물게 돼. 젊을 때는 아름다운 것만 보이겠지만, 아름다움과 슬픔이 같이 가." 

 

준비하는 삶을 살면 평생 준비만 하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준비만 하며 산다. 어드벤처 디자인 2를 수강하는 아이들은 남자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꼼꼼하고 극적이며 도전적이다. 나이에 걸맞게 거침없다. 어려서 그런지 두려움이 없고 대담하다. 강의 파일 맨 앞장에 "과감하고 대담하게 살기"라고 적어 놓았는데 남자는 설명도 없었고, 아이들은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아이들은 잘해도 너무 잘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환상적이다. 이 아이들은 어떤 물과 어떤 반찬을 먹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중간고사가 다음 주부터 시작한다. 수업이 없으니 아주 약간 시간이 나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여러 프로젝트로 놀 시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팀을 만들고 작품 제작에 들어가야 하는 데 벌써 팀을 구성한 명단을 보내고, 팀 미팅을 하고, 말하자면 거의 들이닥치고 있다. 마음은 급한데 햇살은 따뜻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밖을 내다보는 시간이 좋았다. 

 

지나간 봄과 다른 게 올해는 확확 왔다가 확확 간다. 추위가 끝나자마자 햇살이 확 비추고, 꽃이 확 피었다가 확 지고, 비가 확 쏟아지고 다시 따뜻한 기운이 확 온다. 남자는 담배 피우러 나가는 곳, 정확히 1, 3, 4, 5 공학관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흡연공간을 정원으로 부른다. 정원의 나무와 풀들도 확확 바뀐다. 며칠 목련꽃이 확 피고 지고, 또 일주일 정도 벚꽃이 확 피었다 지고, 모과나무 꽃이 확 피고 있다. 정원 바닥엔 제비꽃과 봄맞이꽃, 꽃마리, 민들레 꽃이 가득 피었다. 나무와 꽃들이 무슨 준비를 할까?

 

"준비한다고? 준비하면 준비한 게 딱딱 맞아떨어져서 살게 되니? 준비가 필요 없는 게 삶이야. 준비할 시간에 준비하지 말고 무턱대고 전진해."

 

"준비할 시간에 한 순간이라도 더 살아. 준비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게 준비잖아. 삶은 살기 전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 무조건 살아야 하니 준비가 필요 없어."

 

"잔인한 것 같지 않니?"

 

"천만에." 

 

"준비하지 말고 사는 거야. 무턱대고 왔다가 무턱대고 끝나는데, 사람들은 잘 준비하면 무언가 잘 진행될 것처럼 생각하네. 그런 거 없어."

 

"왜 이렇게 엉망이지?"

 

"원래 한심한 게 삶인데 무엇이 엉망이야. 네가 하는 일은 다 좋구먼."

 

자신을 드러낼 때마다 남는 것은 공허함이다. 오히려 몰랐으면 좋은 자신의 취향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일은 그만큼 상처 입을 확률을 키우는 짓이다. 타인이 존중해주길 바란다면 그건 자기만의 생각이다. 그런 이유로 글을 쓴다든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는 일은 어려운 일이고, 아니면 대화가 늘 고백으로 흐른다면 자신은 상처입은 새가 된다. 남자는 생각해 보니 어떤 하나가 아니라 모든 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는 희한하게도 그런 것이 꼭 있다.  

 

"그들 모두에게 전해. 누구라도 온다면, 그게 누구든 간에 전부, 모두 다 죽일거라(존윅 리로드)"고 결심한다.

 

 

참고

윤여정: 배우를 꿈꾼 적 없던 소녀에서 오스카 후보까지 

Living Like a Legend with Minari’s Yuh-Jung Youn 

 

 

봄맞이 꽃

 

어쩜 이렇게 한심한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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