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착각' 책을 한참 전에 빌려놓고 읽지 않는다. 육체와 정신 중에 어느 것이 먼저 늙을까? 바로 마음이 먼저 구부러진다. 실제로 자신도 모르는 한계를 나이가 들면서 자꾸만 설정한다. 주변의 소소한 일들, 배우고 싶은 취미들, 함께 하고 싶으면서도 말이 나오지 않는 관계들, 우리는 미쳐 몸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마음과 정신을 막아버린다. 아래 우연히 본 백영옥의 글을 싣는다.
작가의 장편 소설 '스타일'을 읽었다. 재미는 있다. 짧은 글을 막힘없이 잘 쓰는 작가라서 그의 글을 자주 읽도록 한다. 얇은 시계가 좋다. 아주 얇아서 일 할 때도 풀어놓지 않아도 되는 얇은 시계를 좋아한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시도를 자신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소중한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작든, 크든 지나면 모든 것을 해프닝으로 생각할 것이다.
엘렌 랭어의 책 ‘늙는다는 착각’에는 ‘시간 거꾸로 돌리기 연구’라는 실험이 등장한다. 이것은 70~80대의 노인들을 20년 전의 시간으로 되돌려 일주일간 독립적으로 생활하도록 한 실험이다. 그 시절의 뉴스와 영화를 보고, 그때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일주일 만에 놀라운 결과가 도출됐다. 실험 전까지 글자가 보이지 않아 포기했던 독서나 관절이 아파서 하지 않았던 설거지와 청소는 물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일까지 노인들은 ‘스스로’ 그 모든 일을 해냈다. 청력, 기억력, 악력, 유연성, 자세나 걸음걸이까지 현저히 ‘젊어진 것’이다. 저자는 “노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신체가 아닌 신체적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건 아이를 늦게 낳은 여성이 아이를 일찍 낳은 여성보다 평균수명이 길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아이와 생활하며 젊고 건강한 신호에 더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연상 연하의 배우자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무의식 중에 내뱉는 “아이고, 허리야~” “이제 늙었나 봐!” 같은 말 역시 우리 뇌에 쌓여 고스란히 각인된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시계를 중시한 탓에 20대에는 취업, 30대에는 결혼, 40대에는 내 집 마련 같은 과업에 집착한다. 하지만 신체 나이에 맞는 올바른 생활방식과 태도가 있다고 믿으면 60대와 70대에 남는 건 은퇴와 노화뿐이다. 그러나 노화와 퇴화는 다르다. 기억력 퇴화 역시 그동안 쌓인 데이터가 젊은 시절에 비해 많아서 생긴 정체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결국 태도다. 노년의 기억력이 좋아지려면 늘 먹던 것, 가던 곳을 갈 때가 아니라 새로운 음식을 먹고, 가보지 않은 곳을 갈 때다. 구부정해지려는 마음을 한 번 더 펴는 것 말이다.
참고
[백영옥의 말과 글] [288] 나이 듦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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