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간 매체로 인식되던 종이 잡지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새로운 소통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의집, 블랭크코퍼레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충성고객을 위해 자체 제작한 매거진을 출간하는 추세다. 22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라이프스타일 앱 오늘의집은 최근 세 번째 종이 잡지 ‘오하우스 매거진’을 내놨다. 250페이지가 넘는 책자에는 오늘의집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오하우스’ 멤버들이 기록한 내용이 담겼다. 오늘의집 사용자가 창작자가 돼 글과 사진을 비롯한 콘텐츠를 만들고, 오늘의집이 출판사 역할을 해 이를 엮어 책으로 냈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 관계자는 “매거진이라는 전통적인 소통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객들이 ‘좋은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볼거리가 풍족해 졌지만 관심사에 딱 맞는 콘텐츠를 찾기는 어려운 시대에 취향에 맞는 깊이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잡지를 출간한다는 설명이다.
마약베개(현 딥슬립), 필터샤워기 퓨어썸 등 히트상품을 출시한 미디어커머스 기업 블랭크코퍼레이션도 오프라인 매거진 ‘툴즈(TOOLS)’를 발행하고 있다. 툴즈는 일상 필수품을 선정해 ‘도구란 무엇인가’를 집중 조명해 보는 콘셉트로, 2022년 비누를 시작으로 지난해는 수저, 올해 4월에는 거울을 주제로 한 툴즈 3호를 발행했다. 한정판 에디션으로 200~300부만 발간해 소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영상 콘텐츠에 특히 강점을 갖고 있는 회사임에도 종이 잡지를 선택한 이유는 고객에게 천천히, 오래 기억되고 소비되는 콘텐츠를 통한 브랜딩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툴즈라는 콘텐츠를 통해 고객이 더 깊이 있고 주도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며 “영상 콘텐츠 중심 회사이지만 역설적으로 매거진을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여러 오프라인 매거진을 발간해왔다. 2018년 3월 창간해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음식 다큐멘터리 ‘매거진F’는 다양한 식재료에 주목해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다양한 사람과 음식 재료 스토리를 전달한다. 지난 2월호 와인 편까지 총 29권의 매거진을 출간했다. 외식업 자영업자를 위한 정보 잡지 ‘우아한 사장님’도 오프라인으로 발행한다.
이보다 앞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종이 잡지에 먼저 주목한 것은 해외 브랜드다.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에너지 드링크 회사 레드불은 지난 2005년 ‘레드 불레틴(The Red Bulletin)’이라는 잡지를 내놨다. 브랜드 매거진이지만 익스트림 스포츠를 비롯해 모험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며 발행부수가 200만부가 달하는 인기 매거진으로 자리잡았다. 전세계 숙소를 연결하는 글로벌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도 2014년 ‘파인애플’이라는 라이프스타일 잡지를 선보였다. 이후 잡지 이름을 바꾼 후에도 여행의 즐거움을 담아 콘텐츠로 엮어 내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유니클로가 선보인 ‘라이프웨어’도 기업 매거진의 대표주자 중 하나다. 옷을 통해 모든 사람의 일상을 풍요롭고 편안하게 만들고자 하는 철학을 종이를 통해 고객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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