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시, 죽어도 좋은 뜨거움처럼 온다.
러너스 하이*
김연숙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다
샛길이 많은 나의 두뇌회로
할 일 문득 떠오르고 마음 바빠져
시계라도 보고 싶은
짤막한 모세혈관, 그 샛길로
그곳에 이를 것이다
귓볼 살랑이는 샛길 유혹 털어내고
앞에 열린 오직 이 길, 자유로
한 회로만 열어 놓고 달려가면
날개 돋아 붕붕 뜨는 길의 비등점
생체아편이 척수에서 뿜어 나오고
꽃길인 듯 꿈길인 듯 색감 살아나
휙휙 스쳐가는 거리풍경
들숨날숨 리듬을 타며 미풍 속을
달.린.다.나.는.누.구.인.지.몰.라.도
멀고 깊은 입체화면 터널 속으로
빨려드는 슬로비디오 질주
저린 폐부 깊숙이 산소 가득 차 오는,
이 심장 파열해도 두렵지 않은
내 안의 부처와 맞닥뜨리고
그와 함께 달려가는, 날아오르는
하늘로 가는
이 지상의 구름길
*러너스 하이(runer's high)
스포츠의학 용어로 마라톤을 중간 강도로 30분 이상 계속할 때 느끼는 행복감. 헤로인이나 모르핀 같은 마약을 투여했을 때와 같은 의식 상태나 느낌과 비슷함.
김연숙
1953년 서울 출생
2002년 “문학사상”에 시 “사해” 등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 “눈부신 꽝(2016)”이 있다.
김연숙 시인은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하고도 13년이 지나 60 갑자를 훌쩍 지나 시집을 낸다. 아프리카에서 거주한 이력이 시의 지평을 넓혔다. 그의 시는 밀도가 깊으며 어느 누구의 시를 흉내 낸 듯하지 않은 독특함이 있다. 아련함과 함께 동심과 장난기가 어린 착상의 발랄함에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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