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삶을 똑바로, 정확하게 직면하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한 번 변하고자 했다. 그 당시 누나는 아픈 채로 병원에 있었다. 다시 두 번째로 또 삶에서 변할 이유가 생겼다. 우리가 피했던 어떤 일들은 아마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우리를 괴롭히며 따라올 것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받아들이는 일이다.
다른 사람은 다 얻고, 다 가졌다. 너보다 배우지 못한 사람도, 허약한 남자도, 배경이 없이도, 가난했어도, 여자로 태어나서도, 부모님이 없어도 그들은 갖고 싶은 것을 가졌다.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하드씽에서 대문짝 만하게 나온다. 삶은 악전고투다 -칼 마르크스. 가정사 없는 가족이 없고, 문제없는 상황도 없고, 매일매일이 생존인 사람이 셀 수 없이 많다. 지나고 나서야,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좀 더 할 걸, 했어야 했는데, 언젠가라는 말만 하는 사람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남자는 늘 말했다. 남들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좀 더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늘 생각한다. '사람 대부분은 지독하게도 얼마나 비굴하고 나약하고 용기와 자신감 없이 살아가는지 아니?'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많은 지혜를 가르친 단 한 사람. 고단하게 삶을 살았던 큰 누나가 떠났다.
저렇게 예쁜데 누나는 무어 그리 급해서 서둘러 가셨을까? 부모님이 늙고 병드는 것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려고 하지만, 형제는 오히려 이치에 맞지 않아 슬픔이 늘어난다. 누나에게 받은 것과 배운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남자는 어렴풋이 여자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이고, 남자가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들이 왜 중요한지 누나에게서 배웠다. 배우는 것들이 꼭 행동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는 늘 어리다.
입관 예정 시간이 2시인데 한 시가 되자 장례 진행하시는 분이 오셔서 입관을 일찍 진행하자고 했다. 아직 형제들이 도착하지 않았다. 여하튼 그들은 자기 마음대로다.
방금 누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는 절차(입관)를 끝냈다. 평온하게 잠든 누나의 얼굴을 보니, 빈소의 사진을 볼 때처럼 전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느낌이다. 큰 누나와 작은 누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예뻤다. 교회 다닐 때도 누이 둘은 고등부나 중등부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예쁜 얼굴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조카와 형제 4명이 듣지도 못하는 누나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못다 한 말을 했다. 여동생은 어찌 그리 곡소리와 하고 싶은 말을 청산유수처럼 해대는지 이 인간이 내 여동생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모님을 보낼 때 입관할 때는 몸을 닦고 수의를 입히는 모든 것들을 보았는데, 이제는 모든 과정을 끝내고 얼굴만을 보고 진행한다. 얼굴을 가리고 꽁꽁 묶고 꽃으로 장식한 관에 누나를 눕힌다. 5도를 가리키는 냉장고에 다시 옮기고 끝낸다. 남자는 '고마웠어요. 누나.'라고 했다. 죽어가는 사람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고마웠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이라고 시간을 마음대로 하는 요원이 말했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죽을 때까지 우리를 쫓아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30분도 안 되는 사간에 마지막 이별 절차를 끝냈다. 이별은 짧을수록 좋은 게 틀림없다.
남자는 누나의 소식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사실은 연락한다고 올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 행동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라기보다는, 고집이라도 좋으니 배운 대로 행동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지나간 삶에서 배우지 못하면 우리는 멍청한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며 늘 현재에 머문다. 남자는 그게 싫었다. 무의식이 지배한다고 하지만, 사람은 인식하는 바를 행동한다. 무의식적인 행동이 있다면 정확히 그만큼 의식적인 행동도 한다. 달리거나 운동하는 사람은 계속 달리고 운동한다. 배우는 사람은 계속 책을 읽고 배운다. 급하게 사는 사람은 늘 바쁘게 산다. 허약한 사람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늘 허약하게 산다. 자신감도 마찬가지고, 도전도 그렇고, 욕망이나 질투, 성장도 그렇다. 계속 이어지든가 끝내든가 둘 중 하나다.
조카는 덤덤히 상주로서 할 일을 한다.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30대 중반인 아이도 허망함이 무언지 알겠다. 다행인 것은 6월에 결혼할 여자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잘 어울리는 것과 실제로 부부가 되어 삶을 함께 살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세상에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있을까 싶다. 존재조차도 어떤 곳에서 무엇과 함께 있든 잘 어울린다.
한 순간을 살아도 늘 진심을 다해 산다. 일과 사랑 모두 말이다. 한 번 놓치거나 흘려보내면 영원히 놓친 것이고 흘러간 것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버스 같다. 존재가 의미가 있으려면 명확해야 한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렴풋 한 건지 또렷한 지의 차이다.
남자는 남은 독수리 4형제의 생년 월일을 적는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돈과 시간을 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 의미 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더라도 남자는 전혀 바로잡아 주거나 설명할 시간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과 문제 대부분을 해결하는 돈을 들이는 게 사랑이다. 돈이라는 물질은 정신이나 심리가 만든 결과고, 시간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가는 대상을 정확히 가리키는 보이지 않는 증거가 된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방문했다. 모두 검은색 옷을 입었지만 전혀 모르신다. 형제들과 며느리 둘이 번갈아 휠체어를 끌고 다니고 간식으로 딸기를 싸 오길 잘했다. 어머니는 무엇이든 잘 드시고 쾌활한 사람이다. 누나가 혈당 기기를 사 와서 손가락을 찌르는데 피가 나오지 않는다. 몸속의 모든 액체가 증발하고 점점 건조해지나 보다. 주위에서 본 사람들이 부쩍 살이 빠지고 늙어 보인 이유가 점점 수분이 빠져나가서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부쩍 어머니는 혈당이 높아서 힘든지 우리 앞에서도 꾸벅꾸벅 주무신다. 따뜻한 햇살이 좋아 산책을 하고 집으로 올라온다.
남자는 남은 형제들에게 쓴다. "우리 가족(아이들, 며느리들, 매제 모두) 고생 많았고, 맡은 일을 아주 잘해서 큰 누나 잘 보내드린 것 같습니다. 독수리 5형제가 판타스틱 포가 되었고, 와이프가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아 달라고 해서 떼었는데 이제 5명 남은 기록을 보고, 이렇게 줄어가는 게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하튼 감사~~ 평온한 휴식되시고 늘 무언가 하고 싶고, 갖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1963. 7. 27 - 2026. 3. 26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다른 사람들 때문에 고통받지 말고, 늘 행복하게 지내요. 속절없이 꽃은 피는데 누나는 어찌 그리 급하셨나.
고마웠어 누나, 영원히 사랑해!
늘 든든했던 누나에게 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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