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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판교 나들목 요금소

지구빵집 2014. 12. 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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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판교 나들목 요금소

 

 

낙엽이 내 삶처럼 뒹군다. 가장 일하기 싫은 토요일 2번째 교대시간이다.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요금소 근무다. 대왕판교 나들목이다. 성남에 있는 경부고속도로의 48번 교차로다. 여기 요금소를 거쳐야 경부고속도로를 타거나 외곽순환도로를 나와 분당으로 갈 수 있다.

 

대왕 판교 나들목은 2008년에 경부선과 판교 나들목의 혼잡 완화를 목적으로 개통되었다. 외곽순환도로에는 7개 요금소가 있다. 이곳에 온 지 3개월이 되어간다. 요금을 받고 영수증을 건네는 가로 세로 1.5미터 남짓한 사각 박스에 정면엔 '수습사원'이라는 이름표가 걸려있다.

 

요금소를 지날때마다 통행료를 받고 영수증을 끊어주는 일을 한다. 출퇴근 때는 정신이 없다. 영수증을 원하는 운전자는 영수증을 주어야 하고, 원하지 않는 운전자에게 발급된 영수증은 폐기하고, 받아야 할 영수증은 받아 색깔을 확인하고 보내야 한다. 빨강 영수증은 나들목을 나가는 운전자에게 주고, 노란 영수증은 나들목을 들어오는 운전자에게 받는다. 요금소 일이 단순한 줄 안다. 단순하다. 사실 요금소를 통과하는 운전자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3교대 근무다. 주간, 야간, 비번으로 근무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휴무다. 휴무 때는 정확히 1일 반을 쉬게 된다.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이 대부분이다. 점심은 당직자 한 명이 교대로 Box로 들어와 근무를 서주면서 해결한다.

 

여하튼 요금소 근무중에는 움직일 수 없다. 맘대로 화장실 갈 수도 없다. 전화도 편하게 할 수 없다. 하이패스 노선을 포함해 상 하행 6개씩 박스가 있다. 같은 박스에 들어가는 법은 없다, 계속 회전이다. 날마다 근무할 박스가 정해진다. 상 하행선을 오가고, 입구에서도 또 바꿔가며 박스를 돌고 돈다. 이제 겨우 박스에 들어온 지 3개월을 넘기고 있다.

 

정신없이 통행료를 받는다. 경차 500원 통행료를 받고 영수증을 주고나니 손님이 말한다. "수습사원 뗬네요?" 박스 앞엔 '남옥별' 이란 이름표가 걸려있다.

 

"아니,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요...?" 했다. 갈색 체크무늬 양복 상의에 빨간 색 마티즈를 모는 운전자다. '고맙습니다' 하면서 떠났다. '누구 하나 관심 갖지 않던 수습사원을 보고 있었던 거냐?' 한 박스에 계속 있어도 보기 힘들 텐데 이 박스만 통과한 것일까?

한동안 안보였다. 여전히 그 박스만 통과하고 그 시간에만 지나고 있을까? 오랜만이다. '잘 지내시죠?' 나에게 묻는다. 무슨 말을 해야 되나?

 

'집은 어디신데요?' 묻는다. 다행히 뒤에 차는 없다. '서울이요' 했다. 요금소 근무원들이 차 몰고 출퇴근하는 거 다 아는데 서울이라니.

박스를 옮겨 다니며 돌고 또 돈다. 가을은 저만치 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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