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비아그라 승인을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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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3-03
지난주 미국의 스프라우트 파마슈티컬스라는 제약회사는 자사(自社)가 개발한 플리반세린의 승인신청서를 FDA에 제출했다. 플리반세린이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린다면, 여성의 성욕 저하(전문용어로 하면 HSDD, 즉 저활동성 성욕장애 hypoactive sexual desire disorder)를 치료하는 약물, 일명 `여성용 비아그라`다. FDA는 이미 두 번에 걸쳐 플리반세린의 승인을 거절한 바 있으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당신이 스프라우트의 관계자라면) FDA가 성차별주의자이기 때문이며, (당신이 FDA의 관계자라면) 플리반세린의 효능과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Guido Scarabottolo : http://www.scarabottolo.com/
그러나 플리반세린의 가장 큰 문제는 - FDA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 `질병이 아닌 것을 약물로 치료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과연 HSDD가 질병일까?
플리반세린은 `여성의 HSDD를 치료하는 약물`이라고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HSDD는 2013년 미국 정신과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매뉴얼(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에서 삭제되고, 여성 성적관심/흥분장애(FSIAD: female sexual interest/arousal disorder)라는 새로운 진단명으로 대체되었다.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뭘까? 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인간의 성적반응(sexual response)이 - 한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 단순한 메커니즘을 통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다. 1970년대에 등장한 기존의 성적반응 모델은 `성적 판타지와 성욕의 결핍`을 기술했다. 그래서 성욕을 - 마치 식욕처럼 - 맨 앞에 놓고, 성욕 충족을 위한 개인의 동기부여 방법을 모색했다. 성욕이란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등장하는 것으로 개념화되었다. 일반인들도 그렇게 믿었다. 즉 "욕망(desire)이 먼저고, 흥분(arousal)은 나중"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들(특히 여성들)은 그 반대 상황을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성욕은 자연발생적인 욕망이 아니라, 에로틱한 자극에 대한 반응(또는 에로틱한 자극을 예감한 반응)이며, 따라서 "흥분이 먼저고 욕망은 다음"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욕망이 먼저(자발적 성욕)든 흥분이 먼저(반응적 성욕)든, 두 가지 스타일은 모두 정상"이라는 것이다. 둘 중 어느 것도 통증이나 장애와 관련되어 있지는 않다. 미국 정신과학회가 새로운 진단명을 제정한 의도는, 두 가지 성욕(자발적 성욕과 반응적 성욕)의 결핍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포괄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런 여성들에게는 비약물요법(nonpharmaceutical treatments)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와 상담한 여성들 중에는 "내가 성욕이 저하된 이유는, 적절한 자극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호소하는 여성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녀들은 지속적인 충동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 파트너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들의 성욕이 저하된 것은 무슨 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파트너에게서 느끼는 자극이 기대치에 미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의학적 치료가 아니라, 그들과 파트너 사이에 욕망이 형성될 수 있는 방법을 사려깊게 모색하는 것이다. 즉,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신뢰, 서로에게 용납되었다는 느낌을 북돋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에로틱한 자극도 필요하다. 상대방에게 판단을 받았다거나 퇴짜를 맞았다는 느낌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되며,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 진정한 의미의 성욕은 곤두박질치게 된다.
(질병이 아닌) 정상적 성기능을 가진 사람을 환자라고 우길 경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극단적인 예로, 의료 전문가들은 한때 동성애를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질병으로 판단했었다. 신경학자인 로버드 G. 헤스는 1972년 《The Journal of Nervous and Mental Disease》에 기고한 논문에서, "간질과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남성 환자의 뇌파를 분석했는데, 그는 5년 동안 동성애를 경험한 사람이었다"고 보고했다.
문제의 환자는 대뇌 피질(당시 쾌락을 제어하는 부분으로 간주되었음)에 전극을 이식받았다. 의사는 환자에게 3개의 버튼이 달린 장치를 건네주고, 10초마다 한 번씩 누르면 3시간 동안 뇌를 제어할 수 있다고 일러줬다. 그리고는 환자가 포르노 영화를 보거나, 매춘부를 만나거나, 동성애 파트너를 만나는 동안 버튼을 누르고 뇌의 활동을 측정해 보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후, 동성애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매뉴얼」에서 사라졌다. 오늘날 동성애가 정상적인 성지향성(sex orientation)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물론 (반응적 또는 자발적) 성욕과 성지향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성욕이 선천적이라고 주장할 만한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종류의 욕망은 - 설사 자발적인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 반응적이다. 그러니 헤스 박사와 스프라우트社는 모두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몰아붙인다는 점에서 한통속이라고 할 수 있다.
반응적 성욕을 경험하는 여성이 자신의 성욕을 개선할 방법을 이해한다면, 그녀는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대에 뒤떨어진 과학으로는 인간의 성생활을 개선할 수 없다. 그것은 상대방의 차이를 포용할 때, 즉 상대방의 성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가능해진다.
※ 출처: 뉴욕타임스 2월 27일자 OP-ED
기사원문 : http://www.nytimes.com/2015/02/27/opinion/nothing-is-wrong-with-your-sex-drive.html
출처 :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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