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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을 같이하는 철학과 여학생의 과 MT를 따라간 무모한 공대생의 이야기

지구빵집 2016. 6. 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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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는 안되는 곳을 따라갔다. 독서 모임을 같이하는 철학과 여학생의 과 MT를 따라간 무모한 공대생의 이야기다

친한 철학과 형이 MT를 삼탄으로 간다고 했다. 당시 나보다 한 두 살 위인 선배들과 친했기에 그 선배 학번인양 철학과 MT를 따라갔다. 독서 토론을 같이하던 철학과 같은 학번 여학생은 내가 자기 때문에 내가 한 해 선배들을 따라 가는것을 몰랐다. 삼탄에 도착후 형들을 따라 다니며 놀았다. 개울가 모래밭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붙여 불길에 모든걸 던지는 행사인 캠프 파이어 시간이 되었다. 그제서야 여학생은 내가 온걸 알았다.

여학생은 "아니, 너는 우리과도 아니면서 왜 온거니?" 하면서 투정을 부렸다. 불타는 나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악수하고 인사하고 할 때 도, 피휴 피휴 거리면서 눈길을 마주치면서도 서로 바라보는 눈을 떼지 않았다. 불이 잦아들면서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형들과 어울려 히히덕 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학생은 나에게로 다가와서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둘이 따로 불피운 장소에서 멀지않은 둔덕진 모래밭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나 때문에 온게 맞는거니 ?" 여학생은 화장실을 간다고 했다. 삼탄역 주변 민박집에 예약한 단체들이 많아서인지 불 밝힌 집들은 사람들로 북적여서 나는 그녀를 데리고 민박집 외부에 있는 화장실로 같이 갔다. 멀찍이 떨어져서 저기가 화장실이네 하고 그녀는 화장실로 가고 나는 멀찌기 떨어져서 기다렸다.

여학생은 비틀거리며 나와서 약간 부축을 한채 개울가 깊은 곳 건너편의 어두운 모래밭으로 갔다. 날씨가 약간 서늘했는지 둘이는 팔짱을 끼고 그 여학생은 머리를 나에게 기댄 채 너를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다고 하였다. 나는 니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여학생은 니가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날처럼 밤하늘이 유난히 깊고, 별들이 그렇게도 찬란하게 보인적은 없었다. 끊임없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학생은 어슴프레 계곡이 어둠에서 벗어날 때 쯤, 별들이 빛을 잃을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기대고 있었다. 그 잠든 얼굴을 지켜보며 꼬박 밤을 새웠던건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로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근방에 있던 형들이 와서 나를 데리고 간 모양이었다.

묘하게도 영화 박하사탕은 나에게 두 가지 사건이 된 배경과 동일한 장소여서 주인공이 돌아가고 싶다고 외칠 때 나도 똑같이 마음속으로 말했다. "정말 돌아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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