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모든 가족사는 비극이다.

지구빵집 2017. 7. 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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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족사는 비극이다. 

 

모든 가족사는 비극이다. 연애사도 비극이다. 비극이라고 불러야 하는 특별한 이유도 없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매우 슬프고, 힘든 여정이다. 어느 가정이라도 자신있게 자랑할 수 있는 비극이 한 두 개 씩은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그런 이유로 모든 인간의 관계 맺음은 결국 비극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행복할 만큼 행복해하고, 불행한 만큼 감당하고, 그 두 개의 확학물질이 이루는 굽이를 낙천성으로 살아가야 할 일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말을 아이를 낳고, 부대끼며 살다 보니 이해하게 되었다. 강의가 끝나고 1학기가 다 지나도록 한 번도 들리지 않은 부모님 댁에 들렀다. 집은 하복대 흥덕고등학교 옆에 있는 아름다운 나날 아파트다.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에서 5남매를 다 키우시고, 은퇴 같은 것을 하시고, 고속버스 터미널 부근의 가경동을 거쳐 이곳으로 2003년 입주했으니 꽤 오래 이곳에 살고 계신다. 연세가 82, 76 되는 데 편찮으신데 없이 그나마 건강하신 게 고맙다. 

 

근처에 큰 누나가 보살피고 계신다. 부모님 곁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은 큰 누나였다. 예전에 충북대학교 병원 간호사 일을 하시고, 요즘은 강의 다니고 있는 누나는 자식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셨다. 다른 자식들이 알아주건 말건 옆에서 부모님 돌보시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셨다. 나보다 네 살이 많은 누나는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을 오랬동안 혼자 키우면서 무던하게 잘 살아가시는 분이다. 큰 누나에게 고맙다는 말도 자주 못 했다. 어릴 때 많이 다퉈서 그런지, 아니면 아픈 모습들을 옆에서 가장 많이 봐서 그런지 매사 서로에게 닥친 일들은 무덤덤하게 지나치는 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이래저래 남자 사람 아들은 거의 필요가 없다. 언제 고아가 될지 모르지만 계신 동안은 자주 보고 싶은데 잘 안된다. 

 

집 앞 초록마을에 들러 땅콩, 아몬드, 건포도, 잣 같은 견과류와 식탁에서 떨어지면 안 되는 김을 잔뜩 사서 들어갔다. 늦었는데도 어머니는 봉사활동 다니시는 곳에서 가져온 반찬으로 밥을 차려주신다. 아버지는 여전히 무뚝뚝하시다. 왔냐? 저녁은 드셨어요? 하니 감기가 와서 생각이 없으신지 안 드셨다고 했다. 티브이 뒤편 벽으로 가족사진이 잔뜩 걸려있다. 그 아래로 1년 전부터 키우시는 믹스구피 어항이 두 개 있다. 베란다에 돌보시는 화분이 열 몇 개가 있다. 영운동에서 쌀집을 하실 때는 안 파는 것이 없다시피 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소금을 팔고, 국수 공장인 듯 국수를 뽑아내 자르고 정확하게 무게를 달아 진열장에 쌓아놓고 팔았다. 그러면서 5남매를 키우고 대학까지 다 졸업시키셨으니 얼마나 고된 삶을 사신 걸까. 채 한 시간도 있지 않고 또 다른 집으로 가야했다. 좀 더 구체적인 삶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하루살이들이 차에 부딪쳐 라이트 주변은 누런색의 사체들로 뒤덮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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