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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환란, 2년 이상 은폐 끝에 진상 드러나

지구빵집 2011. 2. 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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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환란, 2년 이상 은폐 끝에 진상 드러나
(아고라 / 김태동 / 2011-02-09)


어제 미국 재무부가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Report to Congress on International Economic and Exchange Rate Policies)’를 냈는데, 일부 매체가 미국이 앞으로 한국의 환율정책에 압력을 넣는 것 아니냐, 또는 이미 압력을 넣고 있는 게 아니냐 하는 각도에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보다 몇 배 더 많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데, 중국과 한국이 같이 옐로우 카드를 받은 셈이니 시끄러울 만도 합니다.

미국이 언제 공정한 적이 있습니까? 남의 나라 환율정책에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패권국의 오만방자한 행태죠.

그러나 국내 사정은 어떻습니까? MB의 독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요. 방송 3사 동시에 무슨 좌담을 중계하라는 오만불손이 국내에서는 통하고 있습니다.

이런 ‘초기 히틀러식’ 독재가 큰 구멍이 뚫리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선 제왕 노릇 하시는데,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눈으로 볼 때 만만한 호구로 보임이 환율정책보고서가 증언하고 있는 거죠. 11월 초 기억하기도 싫은 G20정상회의의 과장홍보, ‘국격’이 크게 높아졌다는 자화자찬, 이런 게 모두 ‘국내용’ 거짓말이었음이 보고서 하나로 들통난 겁니다.

독재정권이 이렇게 당하는 것은 우리 나라님(국민)들에게는 망외의 긍정적 영향을 가져옵니다. 무슨 효과냐구요?

2년 이상 은폐해온 제2 환란의 진상이 일부 밝혀진 것입니다. 저는 이미 2년 전부터 한국이 또 외환위기를 당하고 있다는 걸 수차례 아고라를 통해 말씀드렸습니다. (제 아고라 글 보는 방법 아시죠?)

외환위기란 갑자기 외환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 환율이 뛰는 사태를 말하는 겁니다. 변동환율제 국가에서 환율이 33% 이상 뛰면 경제학자들이 다른 건 볼 것도 없이 외환위기 일어난 것으로 정의합니다. 미국 보고서는 2008년 4·4분기에 원화의 달러 환율이 45%나 폭등했고, 교역비중과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도 35%나 폭등했다고 계산해 냈습니다.

왜 환율이 뛰었을까요?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 (주로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달러 빚을 진 국낸 은행이나 기업들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빚을 갚으려고 몰리니까 환율이 급등한 겁니다.

그런데 MB 정부는 ‘미네르바’등 일부 네티즌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때문이라고 덤터기를 씌우고, 외환위기란 말은 일체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온 겁니다. 2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환란을 인정하고, 책임을 규명해야 합니다. MB는 경제위기로 호도한 채, 당시 강만수 장관, 최중경 차관을 경질하는 선에서 매듭지었습니다. (요새 한 사람은 연 수입 10억 이상의 은행 회장 후보로 유력시되고, 최중경은 지경부 장관으로 임명되었죠.) 기재부 장관 후임은 강만수와 같이 1차 환란에 책임 있는 윤증현으로 임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들이 제2 환란을 인정할 리가 없지요. 한국에서는 친일세력이 아직 큰 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란초래세력이 경제정책을 MB 3년 내내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MB가 이들을 기용해서 나라 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왜 은폐하려고 하겠습니까? 강만수 씨의 입장에서는 2008년 장관 임명 직후 수개월 세계경제 흐름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고환율정책’을 쓴 잘못, 거기에 1997년의 잘못까지 재론되는 것을 피하고 싶을 것입니다.

윤증현 씨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장으로서 금융회사의 환리스크관리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추가되어야겠죠. 최중경 씨도 1997년 주무과장, 2008년 차관, 최근까지 경제수석으로 책임져야죠.

혹자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는데, 왜 외환위기냐” 물으실 겁니다. 1997년 말레이시아는 IMF 구제금융 받지 않았어도 외환위기를 겪었습니다. 병원(IMF)에 가든, 가지 않든 병이 났으면 난 겁니다.

환율이 급등하면, 외환 당국은 보유 외환을 (현물환)시장에 내다 팔아서 외환의 값인 환율을 덜 오르게 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보유 외환이 줄겠지요. 미국 환율정책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 7월부터 2009년 2월까지 8개월에 약 57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하였고 이는 전체 외환보유액의 22%에 달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보유 외환을 탕진하고도 제2 환란을 막지 못하였던 겁니다. 민주정부 10년간 외환보유액을 많이 늘려놓지 않았다면, 더 나쁜 상황이 발생했겠지요.

환율정책보고서에 의하면, MB 정부는 현물환시장뿐만 아니라 선물환시장에도 개입하였고, 그 규모가 31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밝혔습니다. (이것은 처음 공개된 것으로, 미국정부가 어떻게 이런 정보를 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시는 분 연락해주세요!) 

선물환 거래란 쉽게 외상거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개인이 돈 없을 때, 쌀이나 연탄, 라면을 동네가게에서 외상으로 사듯이, 한국정부는 선물환시장에서 달러 선물환 매도계약을 달러인도 없이 한 겁니다. 정부나 한국은행의 이름을 내놓고 하면 나쁜 소문이 나니까, 정부 말 잘 듣는 시중은행이나 특수은행 계좌를 이용할 겁니다.

왜 이런 무리한 방법을 썼을까요? 그만큼 상황이 다급했기 때문이지요. 570억 불 보유 외환을 탕진했는데도 여전히 2천억 불가량 보유 외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더 쓰면 2천억 불 선이 무너져, 1900억 불, 1800억 불로 줄면 시장의 불안심리는 더 악화되고, 외채의 만기연장비율(roll-over ratio)은 더 땅에 떨어지게 됩니다. 아마, 그것이 두려워 계약시점에는 달러가 필요없는 선물환계약을 MB 정부가 한 것이죠. 이런 다급한 상황을 바로 외환위기라 부르는 것이죠.

이렇게 엄청나게 보유 외환 팔고, 그것도 모자라 선물환에 손대고 해도 환율 폭등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MB는 이 무렵 2008년 10월인가 ‘전대미문’의 위기라는 말을 씁니다. ‘전대미문’은 말 그대로 ‘전에 들어보지 못한’ 위기, 즉 사상 최악의 위기란 뜻이죠. 상황의 위급함이 대통령의 어휘 선택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MB도 전에 들어 봤을 겁니다. 그것보다 2008년 가을의 위기가 더 심각한 위기라고 느꼈기에 ‘전대미문의 위기’라고 했겠죠. 그렇죠?

자,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어찌하시겠습니까? 한 가정의 경우, 여러 채권자에게서 빚 독촉이 심하면, 적금을 깨서 일부 갚고, 생활비는 외상으로 해결합니다. 그러고도 남은 채권자에게서 계속 빚 독촉이 계속되면요?

방법 1) 채무상환 불능 선언, 즉 부도내는 겁니다. 가정은 집 팔고 파산, 기업은 부도내고 파산, 국가는 국가부도.

방법 2) 다른 채권자 찾아 돈 꾸기.

한국이 2008년 가을 외국 민간자금으로 꿀 데는 없었습니다. IMF가 “꿔가라”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MB 정권은 그 길을 택할 수 없었습니다.

‘낙인효과’가 두려웠던 것입니다. YS 때 IMF 구제금융 받은 수치 때문에 신한국당이 정권을 잃었는데,

간판만 바꿔단 한나라당 정권 초년도에 또 IMF로 구제금융을 받는다는 건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찾아낸 채권자가 미국 중앙은행입니다. 스왑(swap)이란 단기부채로 3백억 불 꾸는 계약을 했습니다. 이 급전 신용라인에 의해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됩니다. 미국 환율정책보고서도 이 스왑 라인 (swap line)에 의해 시장신뢰를 회복하지 않았느냐고 은근히 공치사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꺼내온 돈은 180억 불이라 합니다. 이때도 한국은행 공이 아니라 MB 공이라고 마케팅했죠.)

미국에게서 스왑라인으로 돈을 꾼 것이 IMF로부터 꾼 것보다 얼마나 덜 수치스러운가요? 현실적으로는 분명 덜 수치스럽습니다. ‘낙인효과’가 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치’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미국이라는 개별국가에서 꾼 것이 여러 나라를 대표하는 IMF에서 꾼 것보다 더 수치스런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앞에서 상세히 설명했듯이 말레이시아의 예에서처럼 IMF에서도 안 꾸고 미국과 스왑으로도 안 꾸고 스스로 해결했어도, 환율이 33% 이상 폭등한 한가지만으로도 외환위기란 것을!

MB 정권도 이를 알기에 2년 지난 지금까지 ‘환란’, 또는 ‘외환위기’란 말을 극력 안 쓰는 거죠. 이번 미국의 대의회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정치문제화하지 않으면 계속 은폐된 상태로 정권임기를 맺게 될 겁니다.

그러나 MB 측이 간과하는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제2 환란’이었노라고 자인하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2008년 7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지속된 제2 환란의 원인제공책임은 MB 정권 책임으로 더 무거워진다는 점이죠. 제 발이 저리기에 자인하지 않는 거죠. 사고 내고 뺑소니친 것과 비슷하죠. ‘자수해서 광명 찾자’해야 하는데, 책임추궁이 두려워 못하고 있으니 마음속으로는 죄를 지은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죠.

둘째, 은폐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명예가 더 떨어지는 거죠. “많은 사람을 일시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150년 전쯤 링컨의 말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150년 전 링컨 시절보다 못할까요? 아고라와 트윗, 페이스북, 여러 소셜 미디어가 있는데요? 꿈 깨시죠.

MB의 경력을 보면 임기 초에 닥친 환란이 외환위기인지 뭔지 구분이 안 되었고, 지금까지도 모를 가능성도 있죠. 워낙 경제에 무식한 분이거든요. 최중경, 윤증현, 강만수를 계속 중용하는 것을 보면 모를 가능성이 있어요.

진정 MB맨이다 자부하는 분이 있다면, 이를 지금이라도 확인한 뒤, 알게 해 드리는 게 MB 자신을 위해 좋겠죠. 만약 임기 끝나고 알게 된다면 무슨 창피예요. YS는 제1 환란 와중에 구제금융 신청 직전에는 알았잖아요? 그런데 MB는 “제2 환란 끝나고도 3-4년 몰랐다.” 이렇게 되면, YS보다도 경제에 엄청 더 무식한 것이 증명되잖아요?

MB의 명예를 아무리 평가절하해도 강만수+윤중동(윤증현, 최중경, 김석동) 네 명의 합보다 가벼이 보면 되겠어요? 진정한 MB맨이여 또는 MB우먼이여, 좋은 출세기회를 여기서 찾으세요.

(MB 충신께 보너스 : MB에게 가시기 전에 MB맨 정운찬 전 총리의 화폐와 금융시장 보시고 가세요. 다 보시기는 무리이고, 외환위기 나오는 페이지만 읽고 가셔도 돼요.)

아고라 벗님네들, MB가 알까요? 모를까요?

안다면 (이 가능성이 높죠? 아무리 정보의 감옥인 청와대에 계셔도 말이죠), 아는 경우엔, 이분의 도덕 수준이 뭐가 됩니까?

KIKO로 쓰러지거나 손해 본 수많은 기업들, 엔화대출 받았다가 엄청 손해 본 의사, 변호사, 약사, 자영업자들, 기러기 아빠들, 제2 환란으로 피해본 사람이 이런 사람뿐인가요?

제2 환란이 한창이던 2008년 4·4분기에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4.5% (연율로 환산시 -18%)로 OECD 회원국(당시 30개국) 중 터키에 이어 꼴찌에서 둘째(아일랜드와 공동)일 정도로 실물경제에 타격이 컸죠. 그때 OECD 평균은 -2%이었으니까요. 수입업자, 내수 모두 가라앉고, 수출업자도 수개월간은 환율폭등에도 불구 수출이 안 될 정도였죠. 기업도산도 늘고, 실업자가 급증했구요. 온 나라가 고통받았죠. 그야말로 난리였죠.

이 정도였으니까 MB 정권도 경제위기라는 건 인정하는데, 그 경제위기 중에 외환위기라는 건 은폐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았는데, 링컨 말처럼 그들을 얼마나 더 속일 수 있을까요?

나라님(국민)의 입장 : 미국 보고서를 계기로, 국회에 국정감사를 요구하여야 합니다.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여야 하는데, 그 기능을 제대로 하는지 극히 의심스럽습니다. 아고라 벗님들, 지역 국회의원에게 전화, 트윗, 문자 어떤 형태로든 연락하시어 국정감사를 요구해 주십시오. 이집트 시민 못지않은 ‘행동하는 양심’의 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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