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장사질
(서프라이즈 / 잡부 /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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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이었을 거다. 살인적인 뙤약볕에서 삽질을 하고 있었다. 어느 잘 나가는 식당의 리모델링 현장의 잡부 일…. 그날 일은 식당 앞마당부터 시작해서 보도블록 길을 거쳐 차도의 배수구까지 배수관을 연결하기 위해 땅을 파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선, 옆에 새로 건축하는 건물 식당 주방의 기초공사 터에, 질통에 모래를 퍼담아 바닥에 까는 일이었다.
아마도 이곳 서프에도 노가다꾼들이 많을 터, 무슨 공사인지 척 보면 알 거다. 그때 그 일을 하면서 받았던 충격적인 일화를 소개한다.
보도블록을 들어내고 보행로를 파나가 차도의 배수구를 찾으려 연신 삽질을 하고 있을 때다. 너덧 살이나 됐을까? 엄마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옮기던 꼬마애가 나를 보더니 겁먹은 표정을 짓더라. 흙으로 범벅인 러닝셔츠 차림에, 얼굴이 땀으로 범벅인 아저씨가 무서워 보였을 거다. 어쩌면 가던 길이 끊겨 겁을 먹은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구덩이가 길게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애 엄마에게 ‘아이구 죄송합니다. 좀 불편하시더라도 저쪽 도로 쪽으로 돌아서 가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때였다. 애 엄마의 충격적인 한마디.
“고생이 많으시네요. 힘드시죠?”
그리곤 꼬마애에게 말하는 거다.
“아저씨한테 인사해야지….”
겁먹은 표정으로 엄마의 손을 꼭 쥐고는 ‘안눙 하세요.’ 고개를 푹 수그리면서 인사를 하던 꼬마애. 착한 엄마에 착한 아들. 저런 상황의 경우 대부분이 인상을 찌푸리거나, 뭐라 불평의 한마디쯤은 내뱉는 게 우리 대~한민국의 표준이지 않던가! 그러니 그 애 엄마는 정말 순수하고 착한 아름다운 여자였던 거다. 가끔 저런 착한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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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나쁜 사람들도 많지만, 착한 사람들도 많다. 그 착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노동당, 진보당, 참여당, 민주당 그리고 서프,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레, 경향 또 그 외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수많은 모임터들. 착한 사람들, 그래 당신네들이 있어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거다.
‘진보 장사질’이란 말이 있다. 진보적 스탠스를 취하는 것으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는 먹물 엘리트들을 비판하기 위해 쓰여지기도 하고, 때론 딴지나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례나 경향신문 등의 진보좌파적 논조를 비판하기 위해 저쪽 수꼴들이 쓰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보 장사질’이란 말은 절대 옳지 않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 악의마저도 선의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던데,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않고, 더 나아가 악의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얼마나 비참한 짓일 것인가. 그래. 설령 진보 장사를 한다 치자. 대체 그래서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 진보 장사가 정말 잘 돼서 ‘수꼴 장사질’ 조중동을 능가하고 또 우리 대~한민국이 진보적 사회가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꼴통수구 장사질을 하는 놈들이 많다. 졸라 배운 거 많고 유식한 양반들이 십중팔구가 그렇다. 소위 현재 언론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조중동이라 불리우는 신문사도 그렇다. 다 꼴통수구 장사질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졸라 배운 거 많고 유식해도 저런 꼴통짓을 절대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더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의 진보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 저기 글 서두에 언급했던 정말 착하고 아름다운 그 애 엄마 같은 사람들….
글 마무리하자.
밑바닥 인생들에겐 전해져 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를 거다. 여러 버전이 있지만, 그중 노가다 버전이 최고라 그 전설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아무개가 어느 집의 집수리 일로 잡부일을 나간다. 노가다 잡부란 게 글찮아. 노숙자 저리 가라 작업복 차림. 그런 잡부들이 뺑이치고 있는데 집주인 뇨자가 꼬마애를 데리고 나가면서 한마디 한다.
“열심히 공부 안 하고, 엄마 말 안 들으면 저렇게 되는 거야.”
나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 오늘도 잡부일로 하루를 연명한다. 그러나 말이지…… 엄마 말씀은 정말 잘 들었다. 어머니는 내게 공부 잘하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대신에 이런 말은 귀가 따갑게 말씀하셨지.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해….”
나는 지금의 나를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지난날도 후회하지 않는다. 비록 허드렛일꾼으로 살아가지만, 적어도 나쁜 짓으로 먹고 살지는 않는다. 지금의 내가 착하게 사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님이 정말 자랑스럽다.
글을 쓰고 나니, 찝찝하다. “그래서 결국 잡부 짓 하면서 사는 거 아니냐?”라고 쥐박이류 엄마들은 나를 비웃지 않겠는가? 이런, 젠장 할…. 자신의 자식이 착하기보다는 약삭빠르고 영악하기를 바라는 너네들, 너네 쥐박이류 엄마들에게 똥침을 갈기면서….
- 잡부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4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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