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를 계절로 치면 어느 계절일까?
봄이 지나고 바로 겨울로 들어온 느낌이다. 시간은 더디 흘렀다. 우리 나이를 계절로 치면 어느 계절일까? 새로 알아가는 일이 많았다. 잘 모른다거나 자기 분야가 아니라서 못한다는 말은 쉽게 내뱉는 말이 아니다. 가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조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보낸 날이 아까웠다. 아홉 밤이 지나면 다시 365개의 새로운 날이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안타까운 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시간을 기다리는 거지 시간이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무엇을 보아야 할지,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할지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하기로 했다.
세상만사 중 어떤 일은 안 보면 사라지는 것도 있다. 호시절이나 인생 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사라지기 전에 볼 기회가 있다면 보는 일도 나쁘지 않다. 뮤지컬과 영화, 그림이 사라지고, 해야 할 흐름에 맞게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지고, 그리운 사람의 얼굴은 기억에서 잊힌다. 간혹 시간만 충분하다면, 천년 정도, 아주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사라지는 것을 다시 볼 기회가 오기도 한다. 손을 뻗어 잡으려고 생각했다면, 조금도 멈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나이를 먹는 일은 시류(時流)에 따른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후회가 없다는 말은 모두 객기(客氣)에서 나오는 말이다. 만약 인생에 후회가 없다면 사는 게 얼마나 재미없을까? 지금 당장 다른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아니 선택이 가능하다면 무조건 다른 것을 선택하고 싶다. 남아 있는 선택이 아니라 떠나는 선택으로 말이다.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버리고 가는 게 맞다. 내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고, 돌아갈 곳이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잘 놀았니? 쉬지도 못하고 다시 떠나는 거야?" 남자가 말했다.
"꿈같아. 풍류는 그냥 한낮의 꿈이야. 너도 알잖아." 여자가 말했다.
"네가 피아니스트나 뮤지컬 배우였다면 늘 볼 텐데. 공연이나 포스터로 말이야." 남자가 말했다.
"내가 음악이나 춤을 배웠다면 분명 무대에 섰겠지. 연주를 하거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겠지. 기쁨이나 슬픈 이야기가 많듯 전쟁 이야기가 질릴 때 사랑이야기를 부를거야. 너는 무대 아래서 내 공연을 보고 있겠지?" 여자가 말했다.
"모든 표가 매진일거야." 남자가 말했다.
"넌 아부도 잘하는구나. 사실 인생은 연극 같아." 여자가 말했다.
"너는 무엇이든 잘하지만, 단 하나 방향을 바꿀 줄 몰라." 남자가 말했다.
"나를 진짜 음악가나 배우로 생각하는 거니?" 여자가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배우야. 자기가 주인공인 삶을 연기하는." 남자가 말했다.
"내 연극은 관객이 갈채를 보내든 말든 이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어. 안타깝지만. 내가 돌아갈 곳을 모르겠어. 너는 어떨까?" 여자가 말했다.
"멀리 가려고? 난 늘 네 옆에 있어." 남자가 말했다.
"너에게 말은 안했지만 난 지쳤어. 힘들어. 돌아갈 곳이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 여자가 말했다.
"내 인생에 가장 좋은 시절을 함께 했어. 안타까운건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거야. " 남자가 말했다.
"우리가 하지 못한 말은 응어리로 바둑판처럼 놔두자." 여자가 말했다.
"인생은 바둑처럼 지난 수를 돌아보지 말아야 해. 응어리도 없어. 있었다면... 짧은 인연이겠지." 남자가 말했다.
"네가 명상을 계속한다면 '자기'를 보는 단계, '천지'를 보는 단계, '중생'을 보는 단계를 모두 지나갈거야. 난 내 자신과 천지를 보긴 본 것 같은데, 아쉽게도 중생은 보지 못했어. 너는 다 만나보길." 여자가 말했다.
"위험했지만 나에게 선택은 하나뿐이었어. 떠나거나, 남거나... 나는 내가 속한 세월에 남는 걸 선택했어.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기 때문이지." 남자가 말했다.
"이 세상 모든 만남은 오래 헤어져 있다가도 언젠간 다시 만나게 되요." 여자가 말했다. -見河-
잎사귀 아래 꽃을 숨기고, 꿈속에서 숱하게 눈발을 헤매다.
하나의 약속은 산보다 무겁다. - 영화 일대종사(一代宗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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