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남자는 단지 기울어진 삶에서 균형을 잡고 싶었다.

지구빵집 2020. 1. 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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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죄 많은 세상을 멸하기 위에 땅으로 내려 보낸 무시무시한 전염병.

그 이름도 무서운 역병이 돌면서 모든 동물들에게 증오의 아케론 강물이 쏟아져 내렸다. 모두 죽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누운 채로 죽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새로운 연료를 찾아 가물거리는 생명의 불꽃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이도 없었다. 어떤 음식도 그들의 식욕을 돋우지 못했다. 늑대와 여우들도 먹이감을 찾아다니지 않았고, 비둘기들도 짝을 짓지 않았다. 사랑도 기쁨도 모두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은 죄로 재앙이 닥치면 제물을 바쳐야 한다. 탐욕을 위해 모든 순수를 저버리고, 자신을 존경하지 않고, 우리의 명예를 훼손한 제물을 찾아야 한다. - 우화집, 장 드 라퐁텐(1621~1695)

 

 

  세상에는 삶에서 사소한 것 하나라도 이겨내지 않으며 사는 삶은 없다. 갑작스레 병이 찾아오고, 나이가 들면서 늙어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한 사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는 그 섭리를 묵묵히 따라가고, 가능하면 인내하고 버티며 살아간다. 순리를 따라 묵묵히 흘러가면서 죽을 때까지 사는 일이 인간에게 남겨진 유일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위대하고 훌륭한 일이다. 거역하지 않고 따른다는 것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신호등을 절름 절름 걸어가는 나이 드신 어른, 밥 먹을 때 밥알이 튀어나오고, 국물을 흘리면서 먹는 모습, 말하려고 생각한 단어는 떠오르지 않고,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더듬어야 기억이 나는 모습들이 정말 저에게도 나이가 들고 늙으면 일어나는 일인가요?" 규민이 말했다.

 

"그런 모습이 어때서? 자연스러운 모습 아닌가요?" 남자가 말했다.

 

  오히려 늙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마음속엔 더 큰 두려움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모습은 사실 속마음을 감추려는 과장된 표현이다. 사실은 두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서글퍼지는 생각이 드는, 차라리 대답을 안 했더라면 그런대로 눌러질 슬픔이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섬찟한 생각이 들어요." 규민이 말했다.

 

  남자는 얼마전에 함께 시즌 오픈 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함께 달린 사람과 함께 있다. 규민씨는 팀워크, 자기 계발, 동기부여에 관한 강의를 하는 강사가 직업인 사람이다. 표정이 밝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입이 너무 커서 웃을 때는 눈과 코가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온몸이 근육으로 뭉친 규민씨는 새로운 생각을 얼싸안고 반기는 성격이라서 늘 열린 마음으로 지내는 사람이다. 규민씨는 자신을 위로 끌어올리고, 스스로 채찍질을 심하게 해 대는 사람이다. 추운 날씨에도 달리기 대회날 장갑 없이 달리는 그를 보고 장갑을 끼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에게 더 혹독하게 대해야 한다면서 예비 장갑을 빌려준다고 해도 마다한 사람이다.  

 

  남자는 늙어가는 삶에 대해 추하고, 불편한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섬찟하다는 말을 쉽게 한다고 생각했다. 해가 저무는 노을과 낙옆 지는 가을처럼 저무는 삶이 그렇게 불결한 일도 아니고, 화들짝 놀라 저주의 말을 내뱉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늘 일어나는 일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노인이여 날이 저물어감에 열 내고 몸부림쳐야 하오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시오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지혜로운 자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어둠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그들의 말로는 번개 하나 가를 수 없으니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선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난 후에서야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덧없는 행실들이 푸른 바닷가 위에서 빛났음을 한탄하니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시오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하늘 높이 떠 있는 해를 붙잡고 노래하던 거친자들은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저물어 가는 해를 늦게 깨닫고 슬퍼하오니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죽음의 문턱에서 엄숙해진 이들의 눈으로도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그 멀어버린 눈도 유성처럼 불타고 명랑할 수 있음을 깨닫고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빛이 사라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시오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그리고 그대, 슬픔의 단 위에 선 나의 아버지여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당신의 성난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길 내가 기도하오니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빛이 사라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시오

-1951년 아버지의 임종 앞에서, 딜런 토마스(Dylan Thomas)-

 

  남자는 균형을 잡는 일은 혼자서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것들에서 균형을 맞추자고, 균형을 잡자고 생각했다. '얼마나 많이 한쪽으로 치우쳤으면 균형을 잡는 데도 이렇게 힘이 들까'하고 생각했다. 미친놈처럼 뛰든가, 술을 죽어라 마시고 담배를 피워대든가 해서라도 무너진 중심을 다시 잡고 싶었다. 내일이면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삶을 무자비하게 대해서라도, 버리기로 했다면 다시는 줍지 말고,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할 말은 없더라도,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더라도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했다.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몸무게 66.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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