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달리기, 목표를 더욱 높게 잡아야 할까, 아니면 낮춰야 하나.
2020년 1월 인가? 친구들끼리 모여 올해 목표로 이야기했던 게 머지? 달리면서 항상 더 나아진다고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맞는 말이고, 앞으로도 더 달린다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일하느라 글을 오래 쓰기도 힘들다. 일을 제외하고는 되도록 무엇이든 짧게 가져간다. 전적으로 맞는 것도, 틀리는 것도 없다. 상황을 생각하지 말고 통째로 인식해야 한다.
11월 3일 관문 운동장 트랙 16회전. 6km 속도 높여 달림. 출장 갔다가 늦게 나오고 훈련 후 동료들과 일 잔 하기로 해서 마무리. 아마 훈련을 JJ팀과 어울려서 하게 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실력이 늘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11월 5일. 관문 운동장 트랙 32바퀴, 13km. 7회전 조깅. 25회전은 jj팀 따라 뛰었다. jj팀은 달리기의 고수들이 많이 모인 팀으로 훈련 코치를 모시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팀이다. 신영민 선배가 함께 달리자고 했다. 혼자 꾸준히 나와서 훈련하는 모습이 꼭 조깅만 하는 것처럼 보여서 실력이 늘지 않을 거라며 자기를 따라 뛰라고 한다. 굉장히 기쁜 마음이 들었다. 사람 마음 얻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떤 모습을 보여야 되는지도 모를 수 있다.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소에게는 풀을 뜯어 주고, 사자에게는 고기를 가져다주어야 한다. 경주 국제 마라톤으로 퉁치고 런저니 메달을 받아야 한다.
11월 12일 목요일 저녁 올해 공식 훈련을 마감하는 쫑파티를 양재동에서 했다. 2020년 훈련을 감독의 지도 아래 공식적으로 훈련을 종료한다는 의미로 여는 행사다 나온 사람 9명은 그나마 참석을 자주 하고 훈련을 꾸준히 한 사람이다. 참 열심히 달렸다. 달리기든, 명상이든, 공부든, 일이든 무엇이든 집중해서 한 일은 표시가 난다. 외면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그것으로 알아볼 수 있다. 싸우는 사람은 늘 싸우고, 불평하는 사람은 늘 불평한다. 마찬가지로 참는 사람은 늘 참는다.
11월 15일.일요일. 토요일 정모에 나가지 않은 대가로 산을 달렸다. 일요일 6시에 일어나 7시에 동료를 만나 의왕 백운호수 주변을 달렸다. 산길을 달리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렸다. 18km 2시간 24분.
정모에는 왜 안 나가는 거지? 무슨 이유로 나갈 수 없게 된 거지? 그래도 되는 건가? 남자는 생각한다. 꾸준히 오랫동안 하는 일이 중요하긴 중요한가 모르겠다. 그 흔한 달리기가 머라고. 그거 좀 안 하면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어쨌든 남자는 일만 하기로 한다. 아직은 혼자 달리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계절을 도둑맞았다. 아직까지는 모두 기억에 잠들어 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고, 사람마다 무엇에 관해 생각하고, 분위기나 감정이 어떤 경로를 타고 돌아다녔는지 하나도 남김없이 잠들고 있다. 잠든 기억을 깨우는 일이 글을 쓰는 일이다. 남자는 곤히 잠들어 있는 기억을 깨우는 일은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깨워야 할 일이라면 깨워야 한다고 마음먹었고 활자로 옮기기로 했다. 활자를 사랑하는 이유다. 남자는 세상의 모든 글을 사랑한다.
11월 17일. 화. 12km 1시간 8분. 비 예보가 있어서 과천팀 1명, JJ팀도 몇 명만 나왔다. 과천팀 러너와 달리면서 목표 달성, 자기 관리, 바른 태도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사람을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이 스스로 자기 관리를 얼마나 하고 있는가도 본다고 한다. 사람이 있는 위치와 성취와 업적 같은 것들도 쉽게 이룬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다른 것들에서는 욕을 얻어먹어도 그 이유 하나 만으로 존경할 만한 일이다.
5km 조깅하고 JJ팀 따라 달렸다. km당 4분 40초로 5km를 달렸다. 정말 숨가쁘게 달렸다. 달리고 나서 감사하다고 했더니 덕분에 자기도 잘 달렸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잘 단련하고, 수준이 높고 예의 바른 사람과 어울리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훈련에 나가지 않을 핑계는 한 트럭이 넘는다. 한두 번 나가지 않으면 그게 습관이 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지지 않고 출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열심히 한다고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는 없다.
11월 19일 목요일. 비가 오기도 하고 온도가 뚝 떨어져 쌀쌀하지만 공기는 깨끗하고 바람은 시원했다. jj팀의 김용석 선배와 나 단 둘이 달렸다. 5바퀴 조깅을 하고 25바퀴를 5 분주(1킬로미터를 5분에 달리는 빠르기)로 달렸다. 선배는 5 레인에서 나와 동일한 선상을 달린다. 도대체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 건지. 레인당 2초 시간 차이가 나고, 한 바퀴당 거리는 7미터 정도를 항상 빠르게 달리는 격이다. 마지막 5바퀴는 뛰고 나서 가민 앱을 선배가 보여주어서 보니 4분 30초로 달렸다. 그럼에도 선배는 5 레인으로 나보다 50미터 정도 앞서서 들어왔다.
나보다 실력이 좋은 사람과 달리는 일은 일종의 행운이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각오를 다지게 된다. 오늘 좀 배우겠군. 하는 느낌이 온다. 쉽게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내가 지치지 않고 더 빠르게 달릴수록, 쉽게 멈추지 않을수록 실력자 또한 더욱 제대로 달리게 된다. 목표를 달성하고-예상보다 훨씬 좋은 기록으로- 감사하단 인사를 하면 실력자는 오히려 자기가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어 그래.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들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멋진 러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바른 태도는 항상 좋은 사람을 만든다. 정확히 10km를 48분 35초였다. 똑같이 4번 하면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3시간 30분 안에 들어올 수 있다. 이걸 유식한 말로 330이라고 한다. 330을 달성한 러너는 다시 풀코스를 3시간 9분 59초 안에 들기 위해 연습을 한다. 이걸 유식한 말로 싱글이라고 한다. 전문 용어는 실제로 해 본 사람만 아는 것이다. 전문 용어를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지만 못해 봤다는 말이니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존경해야 마땅하다. 그런 사람들에 러너는 반드시 들어간다. 제기랄 방향을 못 잡겠네. 반듯한 길은 잘 달리면서.
11월 26일 관문체육공원 10km
11.03. 6km
11.05. 13km
11.12. 18km
11.17. 12km
11.19. 1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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