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러너스

10월 달리기, 하루하루 가득 차는 가을에 달리기라니.

지구빵집 2020. 11.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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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달리기, 하루하루 가득 차는 가을에 달리기라니. 

 

달리는 내내 햇살을 받았고, 구름을 보았고, 바람과 함께 달렸다. 물이 든다. 우리가 느끼기엔 풍덩 하고 빠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조차도 엄연히 계속 알게 모르게 조금씩 물들었던 것이다. 

 


나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으며, 또 언제나 있을 것이다.
누구도 나를 보지 못했고,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난 살아 숨 쉬는 모든 이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 
- 내일 -

 

10월 10일, 토요 정모. 시월 들어 처음으로 달렸다. 영동 1교에서 관문 운동장 왕복 13km를 가볍게 왕복했다. 이젠 따라잡을 줄도 알고, 느린 동료와 잘 맞춰 달릴 줄도 안다. 거리를 적당히 나눌 줄 알고, 무지막지하게 빠르지만 않다면 빠르든 늦든 얼마든지 통제 가능한 상태다. 

 

10월 15일, 목요일 운동 관문 운동장 조깅 8회전 100m 인터벌 4회, km를 5분으로 20회전은 400m 트랙 한 바퀴를 2분으로 달리는 속도다. 달리는 일도 그다지 내키지 않고, 쉽게 지치고, 추운 날씨로 움츠러들기 일쑤다. 달리기를 통해서 얻을 것을 다 얻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10월 17일, 토요 정모. 영동 1교에서 관문 운동장까지 왕복하고 다시 돌아가서 처진 동료 데려오고 17km. 와보니 모두 사라졌다. 달리기보다는 일하는 게 재미있어졌다. 일을 하도록 한다. 사실 내게 남겨진 것이라곤 일하는 거 외엔 없다. 달리기를 통해 앞으로 더 얻을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리는 내내 끊임없는 성장을 통해 훌륭한 러너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았고, 자신이 보기에도 스스로 멋지고 아름다운 날은 이제 다 지났다고 생각이 든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거였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면 역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억지로 부정할 것도 없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10월 22일. 관문 체육공원 10km

 

10월 24일. 국제평화마라톤 온 택트 마라톤 행사인데 9시 반 출발이고, 정모는 8시고 헷갈려서 우왕좌왕하다가 훈련도 제대로 못한 날. 집착하지 마라. 모든 것은 어떻게 되도록 이미 정해져 있어. 네가 발버둥 친다고 비 오는 날 햇살이 찌거나, 맑은 날 비가 내리진 않는다. 상황을 인식해라. 생각을 줄이고 행동해라. 행동을 하니 정해진 상황대로 진행되는 거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10월 25일. 잠실 주경기장 서울 마라톤 언택트 레이스 SEOUL MARATHON UNTACT RACE 출전 10km를 1시간 48분에 달리고 일하러 갔다. 참가 후기 포스팅을 올렸다. 

 

10월 29일. 목. 다행히 우왕좌왕했던 국제평화마라톤 온 택트 레이스를 10월 말까지 연장하다고 해서 이날 훈련을 대회기록으로 퉁치고 미션 클리어. 너무 좋다. 10km 56분 44초. 8시 18분에 훈련 끝.

 

10월 31일 평창 출장. 

 

10월 훈련이 끝났다. 점점 훈련 시간이 줄어들고 정모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굳이 바꾸려 하거나 바로잡을 기분도 아니다. 우리의 생각은 늘 바뀐다.

 

주위에서는 친한 친구나 직장 동료 사이에, 적어도 가끔 반말을 해도 자연스러운 사이, 지나친 예의도 좀 부담스러운 사람 사이에서 어떤 질문에 '그냥'이란 말을 많이 한다. 우리말에 '그냥' 이란 말을 영어로는 'just because'라고 한다. 왠지 '그냥' 하고 가볍게 내뱉는 말은 바보 같은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그냥이라고 말 한 사람이 결정하거나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자백으로 들리고, 너무 가벼워서 말하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의 언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이란 말을 남발하는 사람 곁에는 머물지 않을 일이다. 아주 어려운 사람이니까 말이다. 황당하기까지 한 사람 곁에 누가 머물고 싶겠는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이 "생각이 바뀌었어."라고 말한다. 이미 한 약속을 뒤집는 경우에도 꽤 좋은 말이고, 구태여 이유를 설명할 의무를 지우지 않는 대답이다. "생각이 바뀌었다"는 말은 너무나 명쾌해서 혹시나 상대방이 사고 과정이 궁금하거나 문제가 있다는 생각으로 반격이 들어와도 대처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니까 이런 대답이 가장 멋진 대답이다. "생각이 바뀌기 전의 나는 어렸고, 서툴렀고 미숙하였고, 생각이 짧았는데 지금의 나는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충분히 내 생각을 바꿔도 될 것 같아." 하고 말이다. 아마도 상대방은 나가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어떤 말로도 대응을 하지 못한다. 생각이 바뀌었다는 데 번개처럼, 벼락처럼, 인터넷 속도와 양자가 모든 벽을 뚫고 전진하듯이 생각이 순식간에 바뀌었다는데 어떻게 추궁할 수 있을까? 가끔 "아, 미안한데 생각이 바뀌었어."라고 대답하는 실험을 한 결과 대부분은 "아, 그래?"하고 멈추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생각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은 엄청 두려운 존재, 아니면 생각은 바꿀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무엇인가 행사할 필요가 있을까? 내 생각이 수도 없이 바뀌는데 상대방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가 무엇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10.10. 토. 13km 영동 1교에서 관문 체육공원 왕복
10.15. 목. 12km 관문 운동장 30회전

10.17. 토. 17km 영동 1교에서 관문 운동장 왕복
10.22. 목. 10km 관문 체육공원
10.24. 토. 6km 어영부영 달렸네.
10.25. 일. 10km. 서울 마라톤 언택트 잠실 주경기장
10.29. 목. 10km. 강남 국제평화마라톤 

 

 

 

 

아주 가을이 눈부시게 또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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