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하루 다른 회원들 대신 수고하는 일인데
진짜 성의 없이 한다. 사실 그런 기회가 주어진 건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늘 하는 일도 아니다. 아주 특별한 일이다. 베풀고 봉사하는 기회가 자주 올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함께 운동하고 어울리는 사람에게 일 년에 겨우 한 번 맡아서 하는 일이다.
그러면 좀 더 일찍 와서 준비하고, 정성 들여 사진도 몇 컷 찍고 마무리까지 잘하고, 나오지 않은 사람 위해서 메시지라도 남기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무심하게 단체 사진 턱 한 장 올리고 할 일 다 했다고 하는 건지. 여하튼 누구든지 태도 하나를 보면 여러 가지 것들 모두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한 가지 배려만 봐도 그의 인간적인 따뜻한 마음을 알 수 있고, 사소함을 소홀함으로 이해하고 대하는 자세만 봐도 그의 무례와 잔인한 심성을 알 수 있다.
일을 맡게 되면 늘 '이번엔 특별히 잘해야지, 최선을 다하고 잘되게 만들어야지.'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 해야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잘해야 하는 일이고, 반드시 잘 되어야 할 일이기에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어려운 사냥을 하는 때와 똑같이 움직인다. 강아지는 주인을 반길 때 항상 정성을 다해 반긴다. 우리는 소홀함 보다 집중함이, 건성건성 대하는 것보다 성의껏 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이미 알고 있다.
세상 살면서 기분 나쁜 게 뭔지 알아? 가끔은 억울하고 마음에 안 드는 게 먼지 아냐고? 원래 불공평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늘 엉망인 게 우리 삶인 건 아는데 바로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일이야. 무슨 큰 대접을 바라는 게 아니라 생겨먹은 거나 마음먹은 게 좀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배려하고 챙겨주는 일을 잘하는 덜 떨어진 사람이라서, 원래 그래서 세심하게 배려하고, 준비하고 열과 성을 그저 조금 쏟아서 일하는 사람이라서 그게 기분 나쁜 거라고. 그냥 무난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우리가 예민한 걸까?
예민함에 대한 뇌과학 연구
우리 뇌는 마음을 담고 있는 기관이다. 인간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은 뇌의 신경 회로망에 담겨 있고 수억, 수조 개의 회로가 모여 그 사람의 마음 구조를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 없거나 오래된 회로는 망각을 통해 사라지는 반면, 자주 경험되거나 강렬한 트라우마와 연결된 신경망은 더 단단해진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다져진 ‘아주 예민한 뇌’는 ‘아주 예민한 사람’을 만들게 된다.
뇌 안에서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부분들이 협력해 예민성을 조절한다. 뇌의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변연계’는 감정과 기억의 뇌라 불린다. 인간의 기억, 감정, 학습, 꿈, 집중, 각성, 희로애락의 표현에 관여해 내부적인 항상성을 유지하며,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와 배고픔, 목마름 등 기본적인 욕구를 관장·조절한다. 변연계는 전두엽과 연결돼 있으며, 변연계에서 만들어지는 충동은 대부분 전두엽에서 억압된다. 전두엽이 잘 발달된 게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을 당하면 전두엽과 변연계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
공포에 대한 학습 및 기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 또한 예민함과 관련된다. 편도체가 계속 자극되면 예민해지는 데다 안 좋은 기억이 더 생생해지는데, 가령 어렸을 때 야단을 맞으면서 공부하면 편도체에 의해 기억은 강화될지언정 트라우마에 의해 우울과 불안이 생길 수 있다. 뇌 혈류를 보는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연구에 의하면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뇌의 감정과 공감을 느끼는 변연계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뇌의 신경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말단에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들어 있다. 이들 물질이 충분히 안정되게 유지되어야 예민성이 잘 조절된다. 이중 기분과 관련된 물질은 세로토닌으로, 이것이 충분하면 기분이 좋고 기억력도 높아지는 반면 많으면 집요해지고 불안과 초조 증상이 나타난다. 도파민 또한 많으면 민첩해지지만 과도하면 남을 의심하거나 혹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자신을 욕하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증가시키지만, 너무 많이 분비되면 잠이 오지 않고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더 크게 느끼는데, 이것을 잘 유지하기만 하면 보통 사람들보다 통찰력과 창의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선을 넘어 너무 팽팽해지면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고 공황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저
'바른 생각 바른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라인과 언택트에 익숙해 지는 시간이 지나간다. (0) | 2020.12.11 |
---|---|
2020년은 봄부터 쭉 도둑맞은 느낌인데 어느새 12월이라니... (0) | 2020.12.01 |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대하는 자세 (0) | 2020.11.25 |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about Time (0) | 2020.11.19 |
실습 5주 차에 접어들었다. 어쩔 줄 모르는 게 당연하다. (0) | 2020.11.13 |
엄마가 안 계시면 남자는 슬플 거라고 생각한다. (0) | 2020.11.10 |
민서가 선물해준 와이셔츠는 멋지다. (0) | 2020.11.10 |
여자에게 책을 읽어주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0) | 2020.10.28 |
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