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일을 제때 하는 사람은 한 가지 이유로 처리하지만, 미루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미룬다.

지구빵집 2020. 12. 29. 12:44
반응형

 

어드벤처 디자인 2학기 - 팀 프로젝트 완료 

 

메이커로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꾸준히 달리고, 매일 글을 쓰는 남자는 미루는 버릇을 버리기로 마음먹는다. 깊은 안도감이 불러온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고, 남자가 가지고 있는 회피형 애착을 안정형 애착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루는 버릇이란 집안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쌓아놓는 일이다. 버리거나 놓아 버리는 일에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선의를 베푸는 일을 의무감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삶을 진실하게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용기와 허세 혹은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반복하는 훈련으로 미루는 버릇을 버리기로 한다.

 

남자는 학교가 마음에 꼭 드는 것처럼 지낸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이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부품을 구매하고 제때 아이들을 지원하는 일을 도와주는 사무팀 직원에 감사하고, 콘테스트에서 평가를 맡아하는 동료에게도 고마워한다. 무엇보다 한 팀으로 일하고 무엇하나 쉬운 일이 없었는데도 끝까지 완주했다는 데 감사했다. 아이들은 잘 따라주었고, 집요했으며, 예외 없이 태도가 좋았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자기들 멋대로 상황을 바꾼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할 때까지 하고 마감이 지나도 떼를 쓴다. 아이들은 할 일을 가능성으로 판단하지 않고 마치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정해진 규칙을 자신의 규칙으로 바꾸는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다.   

 

우리가 임종을 맞이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침대 곁에는 유령들이 서 있는데 우리가 이루지 못한 잠재력을 상징한다. 실행에 옮기지 못한 아이디어의 유령, 사용하지 못한 재능의 유령,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한 어설픈 유령들이다. 유령이 말한다.

 

"네가 우리에게 생명을 줄 수 있었을 텐데, 네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너에게 온 거야."

"이제 우리는 함께 무덤으로 가야 해."

 

우리가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 얼마나 많은 유령이 침대 옆에 서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최선을 다해 게으름을 피고, 누구보다 열심히 인생을 낭비한다. 게으름이나 낭비가 특별히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삶의 본성이기도 하다. 스스로 정의한 삶을 사는 일, 그리고 자기 삶으로 사는 일이 중요하다. 남자는 하루를 지내고 잠자리에 들 때 어떤 유령도 나타나질 않길 원한다. 매일 유령이 없다면 마지막에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프로젝트는 한결같이 독특한 아이디어로 창의적이고, 확장성도 크고, 한정된 기간 내에 마무리하기 힘든 작업이다. 입학식도 치르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수업도 받지 못한 채 1학년을 마쳐야 하는 학생들이 제안한 프로젝트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재능이 있거나 이해력이 빠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보통의 평범한 젊은이에게는 무시하는 소리가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태도가 좋다고 말하고 싶다. 메이커 프로젝트는 물론 학생들 개개인의 소프트웨어 실력이나 디자인, 제작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팀을 이루기 때문에 리더십, 통찰력, 소통 관계가 결과물에 영향을 더 많이 주게 된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역할 분담, 함께 해결방법을 찾는 과정을 즐기는 자세와 태도가 더 중요하다.

 

학생 팀 프로젝트를 보면 

 

  • 창문청소 로봇
  • 소음을 알려주는 Bird eye
  • 혼술용 소맥 자동 제조기
  • 생맥/색약인을 위한 색깔 자동 표시장치
  • 스마트 하우스(홈오토메이션)
  • 해바라기 도심 그늘막
  • 스마트 창문화 디바이스
  • 음주 운전 방지 시동 제어기
  • 애완동물 배변 훈련장치
  • 전동보드용 스마트 헬멧
  • 이동형 공기청정기
  • 세계 날씨를 표현하는 구름 조명
  • 도서관 구역 소음 관리 장치 

개성 있고, 유연하고, 이타적이며, 선한 영향력이 돋보이는 프로젝트가 많이 보인다. 하나씩 하나씩 정리를 한다.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고, 완료보고서를 검토하고, 13개 발표자료를 묶어 자료집을 만든다. 명성이나 명예,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름을 날려야 한다. 드러나지 않기보다 악명으로 이름을 날리는 게 그런 것들을 성취하는데 유리하다. 한편으로 삶이 고루해지기 쉽다. 일상의 소중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시달리는 게 아니라, 없어도 불편하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 사는 데 방해가 되는 일로 시달린다. 성취와 업적을 쌓는 데도 방해가 될 수 있다. 참고로 학생 하나가 평가 점수에 대해 맘에 들지 않는지 정성스러운 조언을 해서 보고 있다. 남자가 진행하면서 생각했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정리를 잘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 콘테스트 평가 결과가 조금 불공정했던 요소가 많았던 것 같아서 다음 수업 때는 이런 일이 없도록 부탁드리고자 연락드립니다. 우선 교수님들의 평가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반영 점수가 한 팀이 평가한 비율과 같아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학생평가가 이렇게 중요한데 발표 환경 미흡으로 어떤 팀은 영상에서 소리도 안 나오고 어떤 팀은 발표 소리조차 안 들리는 상황이었지만 다음 수업이 있다는 이유로 빠르게 진행하여서 불이익을 받은 팀들이 있었다는 점, 팀별 평가에서 한 팀이 상대적으로 점수를 낮게 준다면 그 팀은 전체적으로 순위 상승이 크다는 점, 마지막으로 발표시간이 5분 내로 알았는데 그래서 저희 조는 일부러 과정이나 그런 부분을 생략했습니다.

모든 팀이 5분 시간제한을 두어 발표시간에도 공정했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다음 어드벤처 디자인 과정에서는 말씀드린 부분에서 개선되었으면 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한 학기 즐거웠고, 실력도 늘고, 한 팀으로 작업해서 맘에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금도 변명하지 않고 의견도 말하지 않고 인정했다. 아이의 느낌과 생각에 공감하고 나니 더 이상 특별히 대응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만족하게 된다. 어쩌면 전염병 탓으로 돌릴 수도 있었지만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을 생각하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류의 성장이 지체되는 이유는 늘 합리적인 이성의 결과물로 판단하고 효율성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문명과 기술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마약에 취해 사는 사람처럼 살아가기 때문이다. 생각이 문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해 한 시간을 생각하면 분노가 끓어오르는 현상- 문제 자체만을 생각하는 방식이 항상 옳은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 이제 지났으니 다시 앞을 보기로 한다. 길은 언제든 열려있다. 과감하게 발을 뻗어 한 걸음 내디뎌야 한다.

   

 

망고보드 1주일 7,000원 비용으로 만든 포스터. 좋아. https://www.mangoboard.net/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