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상황을 재정의하고 즐기며 따라갈 것

지구빵집 2020. 12. 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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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기말고사와 콘테스트 행사로 공식적인 2학기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남아있는 일을 끝내야 하고 더 이상 할 일을 만들지 않기로 마음먹지만 진도는 좀체 나가지 않는다. 각 팀에 대한 평가자와 상대 팀의 피드백을 모두 정리하고, 팀별로 만나서 실행한 내용을 요약해야 한다. 13개 팀 각각의 파워 포인트 발표자료 전체를 묶어 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영상이나 작품 개발 자료를 알리기 위한 포스팅도 하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그런 것엔 관심이 없다. 스스로를 드러낼 준비도 없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은 인생을 더 살아보고 나서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작품을 캡스톤 설계로 연계시켜 교과목으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선배 교수님의 조언을 고민해보기로 한다. 하고 싶은 일은 언제 해도 되지만 미룬 일들은 역시나 더 존재하고 싶어 새로운 일에게 좀처럼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적막감이 감도는 고요한 분위기는 바삐 움직여야 할 세상이나 학교에도 예외가 없다. 카페에 앉아 이야기하던 시간이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햇살 좋은 아침은 춥기는 해도 달리다 보면 몸은 훈훈하다. 겨울 달리기는 추위라는 고통과 좀 더 편하게 따뜻하고 싶은 안락함과 맞서는 일이 추가된다. 약간 힘든 일이 하나 더 생긴다는 말이다. 관문 운동장까지 천천히 달려가고 올 때는 빠르게 달린다. 준비된 것이 없어도 상황을 재정의하고 따라가기로 한다. 어떤 날이면 무슨 날인지 알아보고, 필요한 게 있다면 바람처럼 준비하고, 함께 한 사람과 나누고 하는 일은 의도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삶을 재정의하고 자기 삶으로 살아가듯 상황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의 힘이 미치지 않는 상황은 우리와 관계가 있다고 해도 영향을 주고받지 못한다. 물처럼 흐르기로 한다. 훈련 후 식사를 하고 집으로 가야 하는데 주말을 쉬기로 한 선배가 놀자고 한다. 선배네 밭에 가서 3년 묵은 도라지를 여러 소쿠리 캐고 한 개도 가져오지 않았다. 도라지의 수명은 약 3년가량이다. 한 장소에서 3년이 지나면 뿌리썩음병이란 바이러스 질환이 퍼져서 그 이상 키우기가 힘들다. 키우는 기간이 인삼이 6년, 장뇌삼이 12∼18년, 산삼이 50년 이상인 것에 비하면 단명(短命)하는 셈이다. 이는 도라지가 그만큼 단기간에 더 많은 영양분을 땅에서 흡수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10년 묵은 도라지는 산삼보다 낫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 같다. ‘장수 도라지’를 키우려면 3년마다 옮겨 심어야 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20년가량 키운 도라지도 있다. 

분주하게 장을 보고 삼겹살과 오래된 김치, 고들빼기, 내가 좋아하는 생굴을 준비하고 술 한잔하고 놀다가 -머 대단한 거 하지 않는다. 되지도 않는 이야기 늘어놓으며 웃고 떠드는 것이 노는 일이다.- 일찍 귀가한다. 실내 외를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홍콩 시위 때 연인으로 보이는 학생이 큰 마스크를 쓰고 어찌할 줄 모르며 연인과 대화를 나누는 사진이 생각난다. 우리는 전염병을 막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지낸다. 식당에서 초차 밥 먹을 때만 마스크를 벗지만 대화조차 금지한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생소하고 갸우뚱해서 균형 잡기가 어렵지만 이럴 때 잘 버텨야 한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사회의 변두리에서 힘든 일에 종사하는 사람과 특히 젊은 여성에게는 자꾸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일이 발생한다. 심지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거나 상황의 변화로 버티는 힘이 빠지는 순간에 벌어지는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기는 중이다.

올해 한 일이 코로나에 안 걸린 일 하나라 해도 잘한 거다. 그 사실이 말해주는 것은 굉장히 많다. 이타적인 성격이고 지적이며, 세련되고 욕망을 이겨내며, 인내하고, 성실하고, 규정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을 비롯해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려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많이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쉴틈 없이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돌보려 고군분투하고 가족과 함께 보내도 시원찮을 크리스마스와 연말 소중한 시간을 힘겹게 보내는 의료진에게 감사할 일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온전한 삶이 늘 우리와 함께 하길.

 

 

공익광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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