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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러닝, 난 내일 다시 바다로 나간다. 무엇이든 극복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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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러닝, 난 내일 다시 바다로 나간다. 무엇이든 극복할 테니까. 

 

3월 2일. 화요일 훈련. 관문 운동장에 훈련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순자 선배와 현자와 영동 1교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일요일 산에 다녀온 두 분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잘 달린다. 산에 잘 가지 않는 남자는 다른 이유는 없다. 내려올 때 무릎에 무리가 가고, 7시간씩 산을 걷고 오면 피곤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달리면서 신입회원 연락하는 문제, 매월 자체 달리기 시합 행사, 몸에 집중하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갑갑하다. 어색하고 마음이 조이는 일을 내키지 않는 사람은 큰 일을 할 수 없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물들고 습관으로 굳어진 마음의 자세나 행동을 바꾸는 일은 어렵지만 이겨내지 않고서는 더 넓은 바다로 나갈 수는 없다.    

 

3월 4일. 7시에 나가 영동 1교 왕복하려다 동그라미 팀 준석 선배를 만났다. 두 사람이 나오지 않아 혼자라도 양재천을 달리려고 했지만 준석 선배가 트랙을 돌자고 하여 트랙을 조깅 5바퀴, 20바퀴를 5분 10초에 달렸다. 400미터 트랙을 한 바퀴에 2분 5초로  달렸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1년 만에 만났다. 주로 산에 다니셨다고 했고, 우리 클럽에 있다가 헤어진 경자 선배 근황을 묻는다. 원래 달리는 사람들은 가끔 주로에서 마주치고, 큰 대회에서 함께 달리기도 하니 서로 잘 알게 된다. 달리는 주로가 많지 않기도 하지만, 달리기는 묘한 동질감을 깊게 심어주는 운동이다. 트랙을 29바퀴 달렸는데 몇 개월 달리지 않은 트랙은 많이 낯설었고, 순자 선배가 늘 지루하단 이야기를 했는데 조금은 알 것 같다. 도대체 내가 어디쯤 달리는지 가늠이 안 된다. 오로지 한 바퀴 달릴 때마다 지금 몇 바퀴고, 목표한 25바퀴는 얼마나 남았는지 세는 일이 전부다. 지겹고 싫증이 난다. 트랙을 5개월 만에 달려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작년 초겨울 마지막 달릴 때만 해도 신나게 달렸는데 오랜만에 달린 이유도 있다. 낮이고 밤이고 왕복하며 달리는 양재천 주로가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 느꼈다. 러너가 달리는 모든 길에 감사할 일이다. 

 

3월 6일. 토. 13km. 훈련은 3시간주를 하기로 했지만 참석인원도 적고, 다들 쉬는 분위기라 관문 체육공원 왕복하고 마무리한다. 앞에서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도 화를 내지 말고 참아야 한다. 항상 예의를 지키자. 마음을 눌러야 하는 임무가 하나 늘었다. 기분은 다운된다. 점심을 먹고 근자 선배네 가게에서 맥주와 커피를 마시고 해산.

 

3월 9일. 화요일. 순자 선배와 둘이 달렸다. 축구장의 초록색과 붉은색이 대비되는 운동장 트랙에서는 과천마라톤 회원 몇 분이 달리고 있었다. 목요일 훈련에서 트랙 달리는 게 지겨운 고통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다시 양재천을 달리기로 했다. 달리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해 준 양재천 주로에 감사했다. 순자 선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영동 1교까지 가고, 올 때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5분 주로 돌아왔다. 엊그제 관악산 트레킹 대회 32km를 달린 선배는 관문 운동장에 도착할 때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역시 대단하다. 출발지점에 도착해서 다운 러닝을 하는 데 순자 선배가 "힘들었지만 네가 하는 훈련이 잘되라고 끝까지 늦추지 않고 달려준 거야."라고 말씀하시는 데 고마워 죽을뻔했다. 이런 마음이 늘 함께 훈련하는 동료가 베풀어주고, 후배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배려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오면서 순자 선배의 마음을 조금은 읽었지만, 막상 선배의 말을 듣고 나서는 감동 먹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집에 가서 소주나 한잔해야겠네요."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수영 훈련을 열심히 하던 박태환 선수에게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가 "달리기는 운동하면서 볼 풍경이라도 있지만 매일 수영장 바닥만 보면서 운동하면 무슨 재미가 있느냐?"는 농담조의 얘기를 했는데, 그 날부터 박태환 선수는 수영이 괴로워졌다고 한다(박은미). 바로 이 순간이 고통은 자신을 바라보는 자의식自意識 으로부터 생겨나는 순간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일"은 아무런 쓸모없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니 멋진 러닝셔츠 나이키 드라이핏과 프로나이키 타이즈를 입을 날도 한 달 남짓 남았다. 좋아하는 옷을 자주 입으려면 입을만한 자리에 자주 입고 나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누구와 보내는 시간이 좋다면, 기다리는 약속이, 만나는 장소가 좋은 곳이라면 꼭 정해진 약속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일찍 나가서 충분히 즐기자고 생각한다. 안 막히는 차선을 골라 타고 가다 보면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하는 것처럼 매번 좋은 일과 좋은 것으로 갈아타는 일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방법을 모르고 살았다. 마음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살았던 부모 세대 비슷하게 살았고, 매 순간이 행복하고 마음에 들어야 인생이 행복하다는 것을 익숙하게 알고 있는 젊은 세대를 따라가고 있다. 

 

운동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는데 건강한 신체만이 건강하지 않은 정신을 견딜 수 있게 해 준다는 믿음이 생겼다. 오랫동안 달리고 나면 '하, 나도 사소하고 약한 인간에 불과하구나'란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숙함과 실패를 견디는 힘을 키우게 된다. 상처 받고 치친 영혼이 담긴 육체를 단련하는 일에 소홀히 하면 안 되니까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3월 11일 목. 관문 운동장 ~ 영동 1교 왕복. 현자는 330 목표를 정했으니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끝나고 일 잔 하자고 했더니 10시에 식당이 문을 닫는다고 하면서 갈 때 올 때 엄청 빠르게 달린다. 술이 그렇게 마시고 싶었냐? 이 나쁜 놈아. 훈련을 마치고 까치식당으로 이동해서 삼겹살을 먹고 있는데, 과천팀도 끝나고 렬자, 희자, 국자 동료들과 까지 식당으로 와서 밥 먹고 일 잔 했다. 이런 계절에 먹고, 마시고, 놀고, 떠드는 일도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이런 계절에는 침묵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름다우면 다 좋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말처럼 어떤 사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은 없다. 아무리 강의를 하고, 좋은 말을 한다고 해도 머리와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이 천박하면 자신이 천박한 것이라서 결코 합리화할 수 없다. 말을 조용하고 단정하고 예쁘게 한다.

 

오늘 달리기를 하는데 몸이 말한다. "왜 이렇게 늦게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좀 더 일찍 시작하지 그랬어요. 이제야 저에게 자유를 주는군요. 좀 더 일찍 나에게 이런 자유를 주지 그랬어요. 어쩔 수 없죠. 지금부터라도 잘할 수밖에요." 일찍 달렸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늦게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해도, 아니 아예 달리지 않았어도 크게 변하는 것은 없는 게 인생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건 어떤 결말이 되었든 우연으로 만들어지는 것엔 변함없다.

 

3월 16일. 화. 관문 운동장. 

하루를 쉬면 4,5일이 휙 지나간다. 달리기가 아름다운 것은 조화, 리듬, 균형, 반복에 있다. 평화와 행복도 마찬가지다. 흔희 말하는 열정, 최선, 극적이라든가 치열하게 살아가라는 말은 사람을 속이는 말이다.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하는 말을 흘려들었다. 무시하고 6시 30분에 관문 운동장에서 현자를 만났다. 양재천으로 나가 달린다. 운동장을 출발해서 영동 1교에 도착하자마자 돌아올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달리기에서 목표와 즐거움이란 것이 동시에 가능한지 물었다. 330 목표를 위해 즐겁게 훈련하면서 부상을 입지 않고 달리는 과정을 설명한다. 어렵지 않다면 목표로 잡을 일이 없다. 마지막까지 잘 달렸다. 운동장에 도착하니 오랜만에 식자 선배가 나왔다. 1시간 달리는 동안 기다렸다가 나오지 않은 순자 선배에게 연락해서 함께 까치 식당으로 갔다. 우연하게도 전임 회장 총무와 신임 회장 총무 네 명이 만났다. 오래간만에 만나서 그동안 못한 이야기로 떠들다가 귀가했다. 좋았다면 끝까지 좋아야 하는 게 맞는데 그만 운전을 ㅠ.ㅠ 지킬 것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면 망하는 거다.

 

작은 동네에서 꽤 오래 알고 지냈는데, 다른 동료의 시모상으로 부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기분은 좋지 않았다. 속이 좁고 편견 덩어리인 인간하고는 만날 이유도 함께 할 생각도 없다. 이미 잊고 지내는 편이지만 다시 물들까 봐 여기에 적어 놓기로 한다. 함께 있는 사람, 자주 상대하고 만나는 사람이 곧 자기 자신이다. 적어도 주위 사람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에 기반한 사고와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이 유머가 있다고 여기면 더 자주 웃기려고 노력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매력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언제나 잘 입는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좋은 말을 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 어떤 집단의 사람은 가끔 만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믿음이 없을지라도 도리를 다하며 사는 남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시는 그 속으로 들어가지 말자고 생각한다. 기억하고 잊는다. 기억하는 한 우리는 살아 있다.

 

3월 18일. 양재천 주로에는 달리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 운동장에서 보는 풍경대로 저렇게 달리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달린다. 밤이라서 그런지 하얀 점퍼나 경량 패딩, 날씬한 다리엔 컬러 레깅스를 입고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젊은 여자나 아주 빠르게 출렁출렁 질주하는 키 큰 남자들을 여럿 본다. 젊은 나이에 달리는 모습은 아름답다. 순자 선배나 내가 젊었을 때 달려도 아름다웠을까? 왜 진자나 나는 달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무엇이든 아름다우면 다 끝난 거다. 오늘 현자는 두 가지를 지적한다. 어깨에 힘을 빼고 편하게 물 흐르듯 달리라는 것과 오른팔은 잘 치는 데 왼팔을 안 치는 것 두 가지다. 여기서 팔을 친다는 것은 팔꿈치 관절에서 살짝 주먹 쥔 손까지가 일직선이고 앞 뒤로 움직이는데 앞으로는 명치 아래 정도까지 와도 되지만 뒤로는 주먹이 옷의 옆 재봉선 까지 가야 한다. 시계 추와 동일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정확히 포물선을 그리며 앞 뒤로 움직이는 동작을 팔을 친다고 한다. 리듬에 맞춰, 일정한 포물선을 그리고, 힘을 빼고 적어도 4시간은 팔을 쳐야 한다.

 

무엇을 잃은 듯 공허한 시간이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동안 명상을 안 해서인지, 매일 하는 독서를 빼먹어서 일까? 아니면 이제 바쁜 시간이 눈 앞에 다가와 다른 두려움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족도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억지로 잡아둘 수 없다. 청주에 계신 부모님 두 분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어머니의 몸은 가벼워지고, 아버지의 고집은 여전하다. 어머니의 사랑을 온전히 받고, 엄마와 유대감이 강한 사람은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따뜻하다고 한다. 충분한 연민과 애정 어린 어머니의 품을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아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맑은 날 유치원 가는 꼬마가 장화와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날도 좋은 데 왜 그런 복장이야?' 하고 물었다. 아이는 '엄마, 나 엄마랑 헤어져 유치원 가기 싫어. 내 마음속엔 비가 내리고 있어서 이렇게 가는 거야.' 하고 말했다. 아이들은 어쩜 이렇게 아름답게 감정 표현을 잘하는지, 우리도 어릴 때 그랬을까? 엄마는 아이의 표현을 받아주고 햇살 나는 날에 우산을 들고 가게 했을까? 틀림없이 누구나 아이적엔 막힘없이 귀엽고 예쁜 말로 표현했다. 어른이 되면서는 아름답게는커녕 미묘한 감정 표현 하나 쉽게 할 환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라톤과 달리기 글을 쓰라고 했더니 소설을 쓰고 자빠졌네.

 

뾰족한 일교차가 없어지고, 완연한 봄날의 따뜻한 날이다. 낮에는 18도까지 오른 기온이 저녁에 달릴 때는 14도 정도다. 이제부턴 모자와 장갑, 바람막이도 준비하지 않아도 되지만 추위를 느끼기보다는 땀을 흘리는 게 더 낫다는 순자 선배님 말씀이 맞다. 매화 산수유 동백이 학교 그늘에서도 피고 있다. 이제야 너희들의 시간이 왔구나. 많이 누리고 뽐내길 바란다.

 

달라진 점: 15km 이상 장거리에 부쩍 힘이 든다. 집중력이 서서히 줄어드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확 사라지는 느낌. 힘껏 달리고 나서 충분히 몸을 안정화시켜주지 않으면 다음 날 회복이 많이 느려지는 점. 하루 이틀을 풀떼기 말고 고루고루 잘 먹으면 허기지고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고. 잠을 충분히 자지 않거나, 전날 술을 마시면 훈련이 고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점. 현자 말대로 달리는 중에는 오직 자기 몸이 변화하는 느낌에 집중하면 더 즐겁게 달리게 된다는 점. 

 

3월 20일. 토요일. 훈련 시작하는데 비가 몇 방울씩 온다. 봄맞이 우중주(雨中走)가 가능한 날인가 하고 달렸더니 역시 봄비가 제법 내린다. 춥지만 않으며 빗속을 달리는 경험은 자주 만나지 못하는 멋진 경험이다. 모자에서는 빗방울이 양쪽으로 맺혀 떨어진다. 바람막이는 바람을 잘 막아주지만 빗물에 옷이 다 젖는다. 늘 관문 운동장으로 올라가 물도 마시고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얼마 전부터 회원 한 두 명이 과천 시내 중앙공원 입구까지 다녀오는 주로는 거리가 15km고 달릴만하다고 해서, 두 번째 달리고 있다. 관문 운동장 입구에서 정확히 1.7km를 더 달리니 3.4km가 늘어난 거리가 된다. 비를 맞고 달리는 기분은 복잡한 잡념이 물로 씻겨나가는 느낌이 들어 더욱 상쾌하다. 올해 첫 우중주로 기억한다. 

 

3월 23일. 화요일 훈련. 7시에 관문 운동장에 나갔더니 동호회에서는 혼자 나왔다. 6시 30분부터 나와서 달리는 과천마라톤 소속인 렬자 선배와 희자는 제법 속도를 내서 달리면서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는데, 절대 급하게 행동하면 안 된다. 우선 준비운동이 먼저다. 발목부터 무릎과 허리를 풀어주고 스트레칭을 천천히 한다. 어깨와 팔을 돌리고 몸을 충분히 이완시킨다. 아주 느린 속도로 조깅을 시작한다. 마음은 확 빠르게 달려 보조를 맞추고 싶지만 예기치 못한 부상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온다. 이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이나 경력의 문제다. 부상이 주는 육체적인 압박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심리적인 열망을 회복하는 동안 참는 일은 훨씬 더 참기 힘들다. 

 

5바퀴를 조깅보다 약간 빠르게 달리고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400미터 하 바퀴를 5분 10초로 달리면서 5바퀴마다 약 5초씩 빠르게 달리는 빌드 업 러닝으로 달린다. 어떤 사람이 주변의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규정지어지는 일은 달리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 나를 잘 달리고, 예의가 있고, 함께 훈련하고 싶은 사람으로 생각하면 그 기대에 맞추기 위해 더욱 열심히 달리고 감사하고 악착같이 훈련한다.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운동장과 주로에서 만큼은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기대에 부응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오늘 훈련 거리는 10km에 불과하지만 훈련 내용으로 보자면 합격이다. 고마웠다. 목요일 일찍 나와서 함께 훈련하자고 약속은 하였지만 못 내 강의가 시작하는 날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잘 될 테니 두려워하지 말자. 방금 남자가 말했다. 잘할 거라고 기대하는 마음에 드려면 잘해야 한다고 말이다.

 

3월 25일. 목요 훈련. 트랙 38회전. 화요일 함께 달렸던 희자와 렬자 선배와 관문 운동장 트랙을 달렸다. 청주에 계신 엄마를 모시고 미술관에 가거나, 좋은 식당에 가면 엄마는 늘 주뼛주뼛하셨다.

"엄마, 여기 싫으세요?"하고 물어보면 엄마 대답은 한결같았다.

"무슨 이렇게 좋은데. 경험이 없으니 잘 몰라서 그런 거지." 하셨다. 우리에게 경험이 없다면 잘 모른다. 시도하지 않고 겪었던 일이 아닌 이상 모두 서툴다. 달리기도 예외는 아니다. 트랙을 30바퀴 달리는 일을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속으로 미친놈 소리나 들을 게 뻔하다. 

 

5바퀴를 조깅으로 달리고 100미터 질주를 4회 하고 30바퀴를 5분 페이스로 달렸다. 5분 페이스면 400미터 트랙 한 바퀴를 120초에 달리는 빠르기다. 못할 것 같았고, 끝까지 완주할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끝까지 잘 달렸다. 이만큼 하면 다음엔 40바퀴로 올라설 수 있다. 운동 실력이나 악기 연주, 지식과 같은 어떤 분야에서도 짧은 시간에 급격히 성장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사소하고 작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훈련, 작은 개선점을 찾아 수정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장인의 길에 서게 된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경험을 수집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내일 토요일과 다음 주 화요일 두 번의 훈련을 마저 하면 3월은 12번을 달린다. 

 

타투할 곳을 알아보고 있다. 외국인들은 타투에 대해 자연스러운 구석이 있다. 처음 했을 때의 아름다운 형태와 모양, 색은 점점 얼룩덜룩 지저분하게 형태가 없어지고 바래지고 번져간다. 타투하는 사람은 몸이 늙으면서, 타투도 함께 늙어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함께 늙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는 말이다. 무엇이든 처음 모습 그대로 변치 않는 것은 없는 법이다. 오히려 처음 몸에 새긴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인해 타투는 할 만하고 가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마음에 들고 아름다운 타투 이미지를 모으고 있다. 아름다우면 그걸로 끝이다. 아직은 그렇게 살고 있다. 사시장춘(四時長春)은 없을지라도 말이다.

 

3월 27일. 토요일. 15km. 영동 1교에서 과천 중앙공원까지 왕복. 봄비가 내려 우중주. 점심 먹고 귀가. 학교. 순자 선배네 와이프 데리러. 

 

정확히 30일 화요일 훈련하면 바람 많은 3월은 가고 휘황찬란(輝煌燦爛 빛날 휘, 빛날 황, 빛날 찬, 빛날 란. 즉, 직역하면 '빛빛빛빛')한 봄은 절정으로 간다. 봄이 돌아와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거북이가 알을 낳고 사람이 아이를 낳는 것처럼 꽃나무는 힘겹게 꽃을 토해낸다. 꽃을 낳고 피운다는 표현이 신빡했다. 나무나 화초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일 역시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일 년에 한 번 꽃을 피우지 않나. 힘든 일을 매달마다 하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꽃에게 경배! 연민과 경외감을 품기를. 

 

3월 30일 화요일 영동 1교. 운동장에는 과천팀이 트랙을 돌고 있다. 렬자 선배와 희자는 함께 트랙을 돌자는 눈치였지만 순자 선배는 양재천에 활짝 핀 꽃을 보러가자고 한다. 트랙을 돌면 훈련은 제대로 하겠지만 우리는 꽃을 선택한다. 우리는 아름다우면 끝이니까 말이다. 현자와 순자 선배와 영동 1교까지 달렸다. 주암교를 지나 경부선으로 지나는 양재천교에 중간에서 현자가 갑자기 왼쪽 다리에 통증이 온다고 멈춘다. 계속 달리라는 말로 우리를 보낸다. 다리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줄로 알고 있었는데, 참 오래도 달고 다닌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영동 ㅂ교 도착해 숨을 고르고 다시 과천 방향으로 달린다. 중간  하지 않았다.   당연히 

 

현자는 부상으로 안타깝고, 순자 선배는 너무 잘 달린다. 영동 1교와 관문 운동장 중간 지점인 주암 2교에서 현자를 만나니 겄고 있다. 안타깝지만 할 수 없다. 그냥 달리는 일이 전부였다. 마지막 가속을 신나게 하고 운동장에 도착하니 바로 순자 선배가 왔다. 왔던 길을 돌아서 양재천으로 달려가니 현자가 보인다. 함께 가벼운 조깅으로 돌아왔다. 부상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다. 빠른 시간내에 스스로 회복하고 주로에 나서길 빌었다. 

 

3월 달리기가 끝났다. 화요일이 다섯 번, 목요일이과 토요일이 각각 네 번이니 13번의 훈련날 중에 12번을 했다. 잘해야 한다는 말은 사실 필요없다. 잘해야 하는 일은 기본적이고 반드시 잘 해야 하는 일이다. 아주 잘 달렸다. 존엄하게 살아야 존엄하게 죽을 수 있다. 순간을 인식하고 그 속에 머물러야 한다. 요즘은 매 순간 행복해야 한다거나, 오늘이 행복해야 평생이 행복하느니, 카르페 디엠(현재를 살아라) 하는 말들에 빠져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지금 괴로워도 내일부터는 행복해 질 수 있다. 이마누엘 칸트가 말한 행복의 조건은 일을 하고, 사랑을 하고, 희망을 갖는 일이라고 했다. 적어도 희망을 갖는 일은 오늘 현재만을 사는 일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꾸기도 어렵지만 꿈을 이루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3월 2일. 화. 13km. 관문 운동장 ~ 영동 1교 

3월 4일. 목. 12km. 관문 체육공원 트랙 29회전

3월 6일. 토. 13km. 영동 1교~관문 체육공원 왕복

3. 9. 화. 13km. 관문 운동장 ~ 영동 1교 왕복 

3. 11. 목. 13km. 관문 운동장 ~ 영동 1교 왕복. 까치 식당

3. 13. 토. 늦잠 자느라.

3. 16. 화. 13km. 관문 운동장 ~ 영동 1교 왕복. 다운 조깅 3회전

3. 18. 목. 13km. 관문 운동장 ~ 영동 1교 왕복

3. 20. 토. 15km. 관문 운동장 ~ 과천 중앙공원 왕복

3. 23. 화. 10km. 트랙 25회전

3. 25. 목. 14km. 트랙 37회전

3. 27. 토. 15km. 영동 1교~과천 중앙공원

3. 30. 화. 13km. 영동 1교 왕복

 

 

한 일 보다 하지 않은 일에 후회하는 인생은 만들지 마. 



내면의 중심에 머물고 싶다면 자기만의 원칙을 만들고 철저하게 지켜보라. (‘부모, 자신의 삶을 사는 데 집중하라’ 중 p.181)  - 아이의 공부 태도가 바뀌는 하루 한 줄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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