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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달리기, 장마와 무더위가 여름의 본질은 아니다.

지구빵집 2021. 8. 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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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달리기, 장마와 무더위가 여름의 본질은 아니다. 

 

7월 1일 목요일 훈련. 

낮에 34도를 웃도는 열기가 저녁까지도 운동장 가득하다. 관문 체육공원을 출발할 때 27도, 영동 2교를 찍고 돌아오니 25도를 보여준다. 14km를 달렸다. 가민 러닝 시계를 찬 이후로 거리가 약간 모자라면 더 달려서 km 단위를 정확히 채우는 버릇이 들고 있는데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수자(진수)를 만나서 같이 영동 2교에 도착하니 민자(정민)가 달려온다. 주로에서 회원이나 이는 사람을 만나면 왜 이리 반가운지 모르겠다.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관문으로 돌아온다. 수자는 참 열심이다. 예전에 달리던 때를 기억하며 열심히 몸무게를 줄이고 거리를 늘리고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꾸준히만 한다면 우리가 못할 일은 없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은 변하니까 말이다. 수자 훈련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달렸다고 자기와 경쟁하는 사람을 생각하는지 웃긴 일이다. 누가 되었든 경쟁하는 마음을 버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2주 전부터 발가락 쪽이 안쪽으로 향하는 것과 팔이 아니라 어깨를 많이 흔드는 버릇을 바로잡기 위해 순자 선배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벌써 선배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있는 것도 격세지감(隔世之感, 그리 오래지 않은 동안에 아주 바뀌어서 딴 세대(世代)가 된 것 같은 느낌)으로 느껴진다. 오래 달렸지만 언제든 자세를 교정하려고 노력하는 멋진 러너가 바로 순자 선배다. 어긋난 자세를 잘 바꾸기도 어렵지만 바꾸려는 생각도 없는 사람에게는 말할 필요가 없다. 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달리는 폼에 있어서 사소한 동작도 굳어지면 대개 바꾸기는 정말 어렵다. 하물며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하는 프레임을 바꾸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바꾸기가 힘들면 아예 굳어진 생각을 갖지 않아야 하고, 내려놓기 싫으면 갖지 않아야 한다.

 

"뒤통수에 뜨거운 느낌을 느꼈을 때 30초 안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없다면 아무것도 소유하지 마라." 영화 히트(Heat, 1995), 로버트 드니로 

 

7월 3일. 토요 정모. 청주 가느라 쉼

 

7월 6일. 화요일. 기록주 10km 50분 53초

관문 운동장 관리실 앞에 아날로그 저울이 있다. 운동장에 나와 몸을 풀고 몸무게를 재고, 열심히 달리고 나서 다시 무게를 재는 일은 소소하게 재미있다. 매번 운동할 때 재지는 않지만 되도록이면 몸무게 변화를 알 수 있고 그나마 조금씩 줄어가는 숫자를 보는 일은 훈련 성과를 보여주는 일이라 자주 이용해야 한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69킬로그램이 어제는 63kg을 보여준다. 너무 빠졌다. 잘 먹고 쉬는 데 좀 천천히 달려야 하지 싶다. 버텨줄 힘이 있을 때 버티고, 끌고 나갈 정신이 있을 때 끌고 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소진되기 십상이다. 더 비치 보이스의 노래 'God Only Knows'에 "만약 네가 내 곁을 떠나간다 해도 인생은 계속되겠지."라는 가사가 나온다. '너'의 자리에 무엇이 들어가도 다 된다. 돈, 달리기, 사랑하는 사람, 친구 등 사실 어떤 것이 떠나도 우리는 우리 삶을 살아가고 강물은 흐를 뿐이다.

 

7월 8일. 목요일 훈련하지 않고 과천 읍내에 항정살(모서리) 고깃집인 고릴라에서 렬자, 순자 선배, 현자와 노는 중에 진자가 왔다. 천천히 달리자고 마음먹고, 체중이 너무 줄어 얼굴살이 많이 빠져 훈련을 줄여도 되는 데 훈련하는 날 약속을 잡는 일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꾸역꾸역 머리와 위장에 채우기 급급한 시대에 러너들은 둘 다 비우기 위해 달린다. 마음 혹은 정신이든 내려놓고 비우기 위해, 열심히 채운 결과로 불어난 살들을 비우려고 달린다.

 

7월 10일. 토요 번개 달리기. 대공원 4바퀴 12km.

장마기간이지만 남부 지방엔 폭우가 내리고 중부 지방은 소나기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린다. 강남 쪽엔 비가 많이 오지만 대공원은 무거운 검은 구름만 있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리프트 앞에 나가니 근자 선배는 한 시간 전부터 나와 달리고 있다. 신입인 찬자(병찬), 미자, 순자, 석자, 희자가 나왔다. 3km 코스를 돌기로 한다. 6월 26일에 처음으로 영동 1교 훈련에 나오기 시작한 찬자는 몇 주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한다. 사실 마음이 평화롭고, 주변 일이 평온한 사람이 왜 고통을 감수하고 먼 거리를 달리겠는가? 하고 생각해보지만 아직은 알 수 없다. 혼자 매일 훈련한다고 하는 데 가볍게 달리고, 자세도 좋고 무엇보다 근성이 있어 보인다.

 

중간중간 소나기가 내린다. 고스란히 맞으며 기분 좋게 달린다. 비가 곱슬곱슬 가랑비, 가루비, 실비처럼 오는 게 아니라 장대비나 주룩비처럼 얼굴에 맞으면 아플 정도로 내리는 비가 달리기에는 더 어울린다. 잠깐 소나기처럼 내렸다. 찬자와 비를 맞으며 함께 달린다. 대공원 5가지 코스에 대해 알려주고 언덕을 달리는 방법과 부상에 주의하라고 말해준다. 러너의 성장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곤란한 질문은 나중에 말해주기로 한다. 아무리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해도 특정한 러너가 어디까지 달려갈 수 있는지 모른다. 그가 얼마나 성장하고, 먼 거리를 빨리 달리게 될지는 전적으로 그의 정신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에게 모든 달리기가 마음에 들어도 나와 같은 일을 하는 프로그래머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아가고, 가정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절이다. 여하튼 계속 그를 지켜보기로 하고 많은 말을 하지 않기로 한다. 누군가의 옆에서 지켜보는 일도 대단한 일이라서 그가 알든 모르든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준비한 음식과 과일을 먹고, 시내로 가서 코피와 까치 식당으로 해체되고 약간 일찍 귀가한다. 

 

7월 13일. 화. 관문 트랙 20회전 12km

혼자 나왔다. 멤버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고, 코로나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어 다시 잠수를 탄다.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우리 자신의 일부분이 되기 전에 떠난다면 많이 섭섭할 것이다. 무언가 막 시작하려고 한 사람이나, 좀 열심히 해보려고 결심하거나, 유치원이나 학교에 갓 들어온 새내기들은 이만 저만 안타까운 게 아니다. 행동반경이 넓고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사람들 탓도 아니다. 우리가 하는 대처라는 게 반드시 합리적이고 완벽하지 않다.

 

트랙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무리하면 안 될 듯해서 트랙 20회전만 과천팀과 달렸다. 끝나고 근력운동을 과천팀 경자 선배에게 배웠다. 둘이 한 팀이 되어 복근, 배근 훈련을 하면 좋겠지만 혼자 사는 시간이 많으므로 독립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이 더 필요하지 싶다. 스쿼트와 프랭크를 경자 선배와 한참 하다 귀가했다. 러너의 수명이 짧은 이유가 너무 무리해서 라고 한다. 워낙 즐겁기 때문에 무리하는 기준이 없어, 어느 정도가 무리고 어느 선에서 자제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이제 천천히 달리고, 조금씩 달릴 때가 되었나? 하고 스스로 물어본다. 세월이나 나이, 육체가 저물어가는 것에 저항하는 일은 멍청한 일이다. 차라리 저무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정신이나 마음에 저항하길 바란다. 나이와 세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달리는 순간에는 그냥 달리기만 한다. 달리는 도중에는 갑자기 빌려준 돈이나 지나간 상념을 떠올리지도 않고, 문득 누군가를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알 수 없는 불안을 부풀리지도 않고, 스스로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달릴 때는 달리기만 한다. 그것이 우리 삶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7월 15일. 영동 1교 왕복. 쌍무지개

장마가 소강상태고 세찬 소나기가 지역마다 내린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방금 전에 동네에 소나기가 조금 내렸는데 운동장으로 가니 현자가 트랙을 돌고 있다. 영동 1교 왕복하기로 하고 몸을 풀고 몸무게를 재고(65.2kg) 달려간다. 가민 시계를 차는 것을 잘 잊는다. 기록을 재고, 페이스를 확인하고, 운동이 끝나면 사진과 기록을 SNS에 올리는 일이 그나마 소소한 재미인데 아직은 습관으로 굳어지지 않았다. 시계 없이 달리는 게 더 익숙하다. 

 

아무리 건강을 챙기고, 몸을 돌보고, 운동을 한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는 장수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빠지지 않고 훈련하며 달리는 일에서 즐거움을 자주 얻는 일이 중요하다.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삶에서 즐거움을 얻는 일을 하지 못하면서 늙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버티는 일과 오래 살아남는 일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상황은 항상 변하기 떄문이다. 쉽게 말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를 아끼는 사람이 떠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이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 새롭게 즐거운 일이 생기고, 다른 운동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고, 다른 상황에서 다른 일을 할지도 모른다. 무릇 변화의 요체란 몸과 마음, 주변 상황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고 있음을 순간적으로 알아채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하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아무리 힘들거나 외롭고 삶이 무의미한 순간이 와도 곧 변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버텨야 한다.

 

관문 운동장을 나서자마자 무지개가 보였다. 한쪽은 잠실 쪽 한쪽은 관악산 너머까지 이어진 완전한 반원의 무지개였다. 소나기가 자주 내리니 무지개도 자주 보인다. 현자는 흘끗 보고 내리 달리지만 나는 계속 무지개를 보며 달린다. 시작하는 양쪽 끝의 위치도 가늠해보고 점점 진해졌다 흐려졌다를 반복하는 색을 보고,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본다. 영동 1교에 오니 다리 위에서는 아무리 무지개가 떠있어도 빵빵 거리고 고함치고 난리가 난 듯 보인다. 무지개나 파랑새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둘 다 우리가 가지고 있다. 행복은 구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고, 느끼는 감정임에 틀림없다. 이미 가지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7월 17일. 토요 번개. 

어제 밤부터 심하게 체했는지 앓았다. 아침에 9시 30분이 되어 훈련이 끝났다 싶을 때 나가니, 모두들 달리고 나서 아지트에 모여있다. 역시나 미자 선배가 번데기에 감자, 떡과 커피를 준비해 오셨고 렬자는 수박을 한통 사 왔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데 몸이 불편해서 집에 와서 쉬었다. 진자는 같이 나가 놀다가 7시쯤 들어온다. 러너들과 같이 있던 이야기를 해주는데도 재미있는데 함께 있었다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7월 20일. 화요 훈련.

순자 선배는 아프고, 현자는 부상으로 쉰다고 해서 혼자 나가서 8km를 달렸다. 일요일까지 쉬니 체한 증상도 없어지고 잘 먹는다. 아프면 세상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 자기 몸이 돈보다 소중한데 사람들은 몸이 아프도록 일해서 건강을 회복하느라 돈을 다 쓴다. 영혼이 머무르고 싶게 만들려면 우리의 육체를 잘 보살펴야 한다. 달리기 시작할 때 63. 6kg이었고 달린 후에는 62. 4kg이다. 달리고 나면 약 1킬로그램 차이는 있는데 너무 몸무게가 빠진 게 마음에 걸린다. 몸무게가 줄더라도 일상생활에 지키거나 힘들지 않으면 문제는 없다고 필자 감독이 말했는데 몸의 상태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집중해서 몸을 지켜보기로 한다. 

 

7월 22일 대서(大暑) - 중복 날짜와 비슷하며, 큰 더위를 뜻 함. 말복 전 가장 더운 절기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참고 나가려고 일찍 마무리 했지만 집사람이 저녁 먹자고 해서 장어구이 먹으러 감. 솔토장어.

 

7월 24일 토요일 정모와 번개 달리기 모두 멈추기로 함. 상황이 엄중함. 필자, 미자 선배가 놀러 와 동편 마을 초밥집 가서 점심 먹고, 야생화 학습장 계곡에 놀러 갔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계곡에 물이 없어서 쉬다가 아귀찜 먹으러 감.

 

7월 27일. 화. 12km

온도는 31도, 습도가 79%. 종아리 부상에서 회복한 현자의 미친 페이스로 힘들었다. 현자는 나처럼 주로에서 열기가 올라와 힘들다느니, 너무 빠르다느니, 숨을 헐떡이지도 않고 불평 한 마디 하는 법이 없다. 시계도 거의 차고 나오지 않는다. 거기다가 웬만큼 힘들기 전까지는 마스크도 벗지 않고 달린다. 그가 지독한 게 아니라 달릴 때는 달리는 일만 신경 써야지 떼인 돈 생각하고, 지나간 일 생각하는 내가 문제가 있다. 

 

7월 29일. 목. 12km

현자는 한동안 달리지 못한 것을 회복하려고 열심히 달린다. 소나기 한 번 내리지 않고 무더운 날은 계속된다. 다른 집에는 다 있는 것들이 우리 집은 이상하게도 없다. 침대, 전자레인지, 에어컨 세 가지다. 주위에서 부지런히 에어컨의 뜨거운 바람을 쏟아내니 밤이 늦어도 찬 공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자기가 즐겁고 좋은 일은 다 누리며 살아도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지 싶다. 플라스틱도 줄여야 하고, 포장은 소심하게 해야 하고, 음식은 적게 남기고, 자동차 에어컨도 조금 틀어야 하고 까지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생각이 자유롭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나 벌어지는 일에 있어서 모든 면을 고려할 줄 안다는 이야기다. 굳은 생각으로는 결코 올바른 결론에 다다를 수 없다.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르려면 얼마나 다면, 다층적이고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하는가?  

 

7월 31일. 토. 12km

현자와 어젯밤에 통화한 대로 아침 7시에 관문에서 만나 진자와 함께 나가서 영동 1교 왕복했다. 거의 신입이지만 자세가 아주 좋아지고, 거리도 제법 10km를 달리는 진자에게 달리는 자세를 바로잡아 준다. 발을 들어 올리고 내려놓을 때 항상 발이 착지하는 위치를 신경 쓰고 일정하게 그 위치에 발이 닿게 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했든, 오래 달렸든 현자의 달리기 충고는 늘 새롭다. 달리는 시간은 발과 종아리, 허벅지, 팔의 움직임 모든 동작과 몸의 상태에 대해서만 생각해야 한다. 내 상태를 알고 리듬을 타는 반복 동작을 끝까지 멈추지 않아야 한다.

 

햇살이 너무 강해 돌아오는 길은 힘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11km 지점부터 걸었는데 기다리던 현자가 다시 달리자며 이야기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걷지 말고, 아주 느리게라도 팔과 다리가 스스로 미끄러져 나가는 느낌으로 달려야 한다고, 그게 바로 지속하고 견디는 힘을 키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무대에 서 있는 일도 춤이고, 아주 천천히 팔을 치며 발을 떼어 놓는 동작도 달리기라고 가르친다. 괜히 서브 3 주자가 아니다. 이렇게 달리고 나면 몸무게가 약 1.5kg이 빠진다. 훈련할 때마다 몸무게를 재는데 65kg에서 62kg까지 수시로 왔다 갔다 한다. 나쁜 습관이 있다면 버려야 한다. 좋은 것은 얻기가 힘들고 나쁜 것은 금방 몸에 익숙해지니 참 이상한 일이다.

 

여자는 허다한 운동 중에 격투기를 좋아한다.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이상 한 운동은 유도, 권투, 주짓수다. 달리기를 같이 한지 1년 되었지만 여전히 격투기에 미련이 많다. 남자는 그런 이유로 맷집을 키우든가 빨리 도망갈 수 있도록 달리기를 해야 했다. 결국 운동을 통해 한편으로 맷집을 키우고, 주먹을 피할 확실한 방법으로 마라톤을 배우기로 했다. 가능하면 화가 난 상태에서 같이 있지 않고 설사 같이 있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기술을 쓰려고 자세를 잡으면 남자는 벌써 집을 나가 5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함께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니 여자가 달리는 자세도 좋아졌고 10km 정도는 가뿐하게 달린다. 대회가 열리지 않아서 정확한 시간과 거리는 확인할 기회가 없었지만 하프코스 2시간은 무난할 것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나와 현자의 충고를 비켜 듣는 법이 없다. 그대로 적용하고 자세를 바로 잡으니 실력이 빨리 늘 수밖에 없다. 

 

7월 달리기가 끝났다. 많이 달리지도 않았는데 흘러가는 시간이 엄청 길었다는 느낌이 든다. 흐린 날이 있으면 맑은 날도 있는 법이다. 8월에는 더위도 잦아드니 더 많이 달리기로 한다. 언제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까 하는 걱정도 말아야 한다. 내 던져진 채로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명확하고 치밀한 계획이 있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되도록이면 계획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7월 1일. 14km. 관문 운동장~영동 2교 왕복

7월 6일. 12km. 운동장 트랙 30회전

7월 10일. 12km. 대공원 3km 코스 4회전

7월 13일. 8km. 관문 20회전. 근력 운동

7월 15일. 12km. 영동 1교 왕복 + Back

7월 17일. 토요 번달 대공원. 달리지 않고.

7월 20일. 화요 훈련. 트랙 20회전. 8km. 근력 운동

7월 27일. 화. 12km. 영동 1교 왕복. 

7월 29일. 목. 12km. 영동 1교 왕복. 

7월 31일. 토. 12km. 영동 1교 왕복.

 

 

 

우리집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길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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