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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러닝, 여름은 고난으로 가득한 뜨겁고 열정적인 계절

지구빵집 2021. 6. 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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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러닝, 여름은 고난으로 가득한 뜨겁고 열정적인 삶 

 

6월 1일. 화. 여름 시작, 6월의 첫 달리기, 19도

연두로 가득 찬 계절은 지나고, 진한 초록으로 물든다. 해는 우리 머리 위로 더욱 높이 솟아오른다. 달이 두려워하는 뜨겁고 열정적인 여름이 온다. 육지의 열을 수집하는 두껍고 흰 잔류 구름, 언제나 태양의 선명한 무늬가 넘치고, 밤에는 공허한 잔치가 열리고, 태양은 밤에도 응축되지 않으며, 그림자 덩굴은 우거지고, 하늘을 닮은 호수에는 무한한 연꽃이 만발하고,  모두가 씁쓸하고 뜨겁고, 아침마다 우리를 잔뜩 겁먹게 하는, 우리만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절호의 날,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할 여름이다. 그래도 허울이다.

 

맘껏 달리고, 할 일을 하고, 술 마시고 놀아도 겨우 해가 질락 말락 하는 때가 지금 이 시절이다. 해가 길어져 밝은 낮은 지금보다 더 길어진다. 무한정은 아니고 하지인 6월 21일까지 말이다. 6월의 첫날부터 기온이 확 올라갔다. 뜨겁다는 것을 이처럼 분명하게 보여주는 계절인가 보다. 여름 러닝은 밝고 뜨겁고 가볍지만 무엇보다 고통을 수반한다. 힘들다는 말이다. 순자 선배와 관문에서 만나 영동 3교까지 다녀왔다. 점점 달리는 거리를 늘리자고 말했다. 조만간 하프(21.0975km)까지 달리자고 했다. 5월에 선배가 힘들어한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달리는 내내 자전거 도로와 접하는 길은 내가 달리고 안쪽으로 선배가 달리도록 한다. 정확히 반 걸음 뒤에서 간격을 유지하고 달린다. 관문 운동장을 출발해 1km 부근에서 구자 선배를 만났다. 관문을 왕복한다고 하였고 우리는 계속 영동 3교까지 달려서, 오는 길에 영동 2교에서 다시 만났다. 늘 달리는 사람만 달리고, 늘 감사하는 사람만 감사하고, 늘 배려하는 사람만 배려하는 세상에 감사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6월 5일 번개 달리기. 대공원 3km 코스 5회전. 15km.

달리는 일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교만하지 말아라.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도 나와 같은 훌륭한 인성을 지닌 대단한 사람으로 대하라. 매일이 축복인 아침에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달렸다. 달리는 동안 힘들지 않았고, 두렵지 않았다. 우주와 신의 조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달리기가 끝나고 대공원 둘레길 3.5km를 걷는다고 한다. 날이 뜨거워 집으로 와서 씻고, 빨래하고, 잠도 자고, 책도 읽고 하는 중에 점심 먹으러 시골밥상으로 간다고 한다. 12시 반이 넘었다. 아내가 찰과상을 입었다고 해서 약을 사들고 다시 만났다. 상황이 엄중해 대공원 번개 달리기를 하면서 토요일은 하루 종일 노는 일이 더해졌다. 곧 끝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6월 8일 화요일 훈련. 15km. 관문 운동장~영동 3교

출발하는데 온도계를 보니 25도로 아주 더운 날이다. 벌써 이른 아침부터 열기가 가득하다. 몸에게 여름인 줄 알라고 강제로 적응시킨다. 습관은 행동의 습관뿐 아니라 사고의 습관이 더 강하다.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가 이미 형성된 습관으로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몸의 습관은 생각에 따라 얼마든 바꿀 수 있지만 습관적인 생각은 도통 바꾸기가 어렵다. 보통 술에 취하면 상식에서 벗어난 짓을 딴에는 번득이는 지혜라고 생각하며 저지른다. 사람이 눈치를 많이 보면 이상한 짓을 한다. 바른 생각이 바른 행동을 만든다. 바른 말씨, 느긋한 생각, 성실한 마음을 항상 갖도록 하는 것이 좋은 태도를 몸에 배게 하는 제1원칙이다.

 

6월 10일 목요일 훈련 비가 온다고 순자 선배와 고릴라, 코피 

 

6월 12일 토요 번개 달리기. 대공원 3회전. 

달리기는 인듀어런스(인내)가 필수적인 운동이다. 마라톤에서 목표 거리 완주를 포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생각이 많아서다. 뇌를 가지고 달리니 아주 작은 생각으로도 달리지 못하게 된다. 발도 아프고, 화장실도 가야 하고, 어제 잠을 못 자고, 아픈 곳의 통증이 심해지고, 날은 뜨겁고 하는 생각들이 완주를 방해한다.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느끼고 싶다면 오로지 달리는 자세만 생각하고 리듬을 타야 한다. 이왕이면 우아한 달리기를 생각하자. 몸에 변화가 생기는 중인지 화, 목요일 훈련을 하면 다음 훈련 때까지 회복 속도가 느리고, 밥 먹고 나면 이상하게 졸음이 쏟아진다. 안 그랬거든.

 

6월 15일 화. 관문~영동 3교. 15km

오랜만에 현자가 나와 순자 선배와 3명이서 영동 3교로 달렸다. 갈 때는 천천히 6분 30초 페이스로 달리는 데 구자 선배를 만나 인사만 하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조금 지나니 영동 2교에서 출발한 진수(앞으로 수자 후배 되겠다.)씨를 만나 영동 3교까지 함께 달렸다. 종현이가 약간 뒤에서 수자가 달리는 자세를 잡아주며 따라왔다. 예전에 활동하다 여수에서 한참을 지내다 저번 주에 함께 활동하게 된 수자는 푸근한 인상에 힘과 스피드가 좋은데 달리기를 오래 쉬어서 차근차근 다지는 중이다. 날씨도 좋고, 기온도 많이 덥지 않고 아직은 모두 괜찮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날씨와 같다. 어떤 감정이 자리를 차지할 때 그때그때 기록하고 반응하지 않으면 금세 지나가 버린다. 해가 쨍쨍하다가도 먹구름이 끼고 소나기가 내리고, 모든 걸 집어삼킬 듯 비바람이 불다가도 금세 날이 개고 무지개가 뜬다. 좋은 감정은 바로바로 표현해야 하는 이유이자, 나쁜 감정에 낙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늘 좋은 감정만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좋아지기 때문이다. 

 

6월 17일. 목요일. 어벤디2 콘테스트 행사로 훈련 못하고 늦게 나왔다. 종강 기념으로 옛날 김치찌개 집으로 순자 선배와 현자를 만나러 갔다. 앞에 '옛날'을 붙인 식당은 사람들 기억에 어렴풋 남아있는 향수를 자극하는 것인지, 아니면 옛날 음식 맛이 더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지. 여하튼 1학기 일이 모두 끝났지만 할 일은 많이 남았다. 훈련날 쉬는 날은 반드시 다른 날이라도 채우기로 했는데 내일은 진천에 있는 국가 기상위성센터 전시작품 리뉴얼을 위해 회의가 잡혀있다. 청주에 들렀다 오려면 시간이 없을 텐데 달리지 못할 것 같다.

 

6월 19일. 토. 16km. 영동 1교~영동대교

집에서 나갈 때 안개가 자욱했지만 햇살의 강한 무늬에 금방 걷혔다. 상황이 조금 좋아졌다고 생각해 달리기 번개를 대공원에서 영동 1교로 옮겼다. 우리 보금자리를 너무 오랫동안 비워놓아 미안하기도 했고, 여름날 보여주는 양재천 변 모든 풀과 능수버들, 나무들이 보여주는 뜨겁고 강렬한 생명력이 그립기도 했다. 눈치가 보여 테이블은 고사하고 둥그렇게 모여 체조도 못하고 개인적으로 몸을 풀고 한강을 향해 출발한다. 오늘은 정자 회원이 두 시간 자봉을 했다. 아이들 돌보느라 여유도 없고, 자기 운동도 못하면서 가끔 이런 식으로 봉사를 자원한다. 러너는 항상은 아니지만 일상의 대부분을 만족스럽고 충만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한강 합수지점까지 순자, 언자, 경자, 석자, 수자와 13km를 달렸다. 페이스가 조금 빨라지면 수자는 힘들어했지만 화 목 훈련도 참석하니 조금만 더 달리면 좋아질 것이다. 남은 사람들은 돌아가고 나는 청담대교를 지나 영동 1교까지 더 달렸다가 돌아간다. 5분 10초로 부지런히 달렸다. 여름엔 양재천 반대방향에 그늘이 생겨서 그쪽으로 달리는 게 좋다. 영동 3교를 지나니 앞서 출발한 회원이 걷고 있었다. 재빨리 반대 방향으로 징검다리를 건너가 영동 1교까지 달려간다. 우리는 어느 때고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 심지어 아내나 자식에게 의지해서도,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두려워하면서, 다른 사람 대신으로 사는 삶은 의미가 없다. 간혹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기적으로 살아가라는 말이 아닌 게 아니라 반드시 그러라는 말이다. 

 

6월 22일. 13km. 관문 운동장 ~ 영동 1교

관문 사거리 굴다리에 걸린 온도 습도계가 23도, 76%를 알려준다.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가서 그런지 습도가 높다. 늘 나오던 3명이 달리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힘들다. 현자는 2킬로 달리다가 다시 종아리 부상으로 돌아간다. 영동 1교 다녀오니 집에 혼자 가버렸다.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 서운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이다. 순자 선배도 힘들어한다. 선배의 자세도 잡아준다. 발 앞부분이 안쪽을 향해 있다. 양 발은 11자를 유지해야 하는데 한참을 끌지 말 것과 11자로 만드는 것을 봐주며 달렸다. 달려오고 다시 달려가는 길에 렬자와 수자를 만났다. 마주치며 스쳐 가더라도 우리는 연결된 사람들이다.

 

대체로 몸과 달리기는 주로 엇박자가 되는 날이 많다. 몸이 좋아 '한번 신나게 달려 볼까?'하는 날은 이상하게 달리자마자 몸이 무겁고 발이 땅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고, 잠이 부족하거나 몸이 힘든 날에는 달리기 싫어도 억지로 걸음을 떼면 나는 느낌처럼 잘 달리는 일이 흔하다. 달리기도 감정이 아닐까? 어떤 일을 하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출석이다. 빠지지 않고 끈질기게 이어가는 사람은, 비록 부족한 재능을 많은 시간과 성실한 노동으로 채워 넣는다고 해도 성과를 내기 마련이다. 어제는 오늘과 이어져 있고, 오늘은 미래와 이어진다고 한다. 미래에 자신에게 선물이 될 만한 일을 많이 하도록 한다.

 

6월 24일. 목요일. 관문에서 영동 3교 왕복

 

달리기도 감정이다. 마음에 상심이 가득하거나 비워낼 것이 많으면 훨씬 달리기가 편하고 더 오래 달린다. 몸의 상태와 별로 관련이 없다. 더욱 인내하게 해 주고, 달리면서 비운 마음은 점점 가벼워진다. 달리고 나서 '아, 이제야 비워냈구나. 잘 되겠지.'하고 마음이 조금은 밝아진다. 마음이 밝고 가벼우면 몸은 더 힘들어해서 오래 달리기가 힘들다. '오늘 한번 신나게 달려볼까.' 하는 마음에 힘차게 출발은 하지만 비울 것도 없고, 굳이 힘들게 달릴 이유가 특별히 없으니 달리기는 마지못해 하는 노력이 되고, 고생이 되기 십상이다. 달리기가 마음에 많이 의지하는 것을 봐도 달리기는 감정임에 틀림없다.

 

현자가 부상으로 나오지 않아 과천팀 은유, 순자 선배와 셋이 영동 3교 다녀왔다. 선배가 발을 11자로 착지하는 것을 봐주며 갈 때는 6분 페이스 올때 5분 30초 페이스로 왔다. 순자 선배가 어깨를 심하게 앞 뒤로 흔들리는 데 말하지 않고 달리고, 헤어질 때 팔을 옆구리에서 떨어뜨려 어깨가 흔들리니, 다음에 자세를 잡자고 말했다. 배려라든가 아무리 좋은 충고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요청하지 않는 사람에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이건 공자님도 말씀하셨다. 지적하고 훈계하고 말하고 싶어도 하지 않는 것도 배려다. 

 

6월 26일 토요 번개 영동 1교. 20km

밤부터 내린 비는 새벽이 되어 그치고 화창한 아침이다. 7시에 나가니 신입회원이 나왔다. 3학년 7반으로 제일 막내가 아닐까 한다. 1년 반 정도 3~5km를 매일 달리고 함께 더 잘 달리고 싶어서 가입했다고 했다. 한강까지 13km 달리고 오자던 러닝이 한강에 도착하여 잠실 철교까지 다녀오기로 방향을 튼다. 흔한 일이다. 등용문과 한강 초입에서 찬자 씨에게 돌아가기를 권했지만 막무가내로 함께 간다고 하고, 나도 신고식을 호되게 치르는 게 낫다고 생각해 함께 잠실철교까지 달려간다. 찬자는 잠실 철교 직전에 발목이 아프다고 해 즉시 돌아온다. 잠실 대교 지나자마자 한강 공원 첫 번째 편의점에서 캔맥주, 커피, 물로 휴식을 취한다. 올 때는 제법 빨리 달렸지만 영동 4교에서 조금 걷고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자, 수자, 석자, 찬자 모두 들어왔다. 오랜만에 장거리 축에 속하는 하프를 달려서 기분은 좋았다. 끝까지 좋아야 한다. 

 

6월 29일. 화요일 영동 1교 왕복 12km  

6월 마지막 달리기가 끝났다. 13번의 훈련일이 있었는데 10번을 달렸다. 마지못해 하는 노력은 고생이고, 즐겁게 하는 노력은 훈련이라고 건축환경연구원 화장실 글에서 보았다. 노력 자체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서 억지로 하든, 하고 싶어서 즐겁게 하든 상관은 없다. 마음에 들었고, 146km를 아주 잘 달렸다.

 

신과 우주는 자연의 존재 어떤 사소한 것일지라도 모두 귀하게 여긴다. 자연의 모든 존재는 자기를 비롯하여 상대방도 존엄하고 존귀한 독립된 객체로 존중해야 한다. 높은 것에 관계없이, 능력이나 가진 것에 상관없이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나가는 독특하고 고귀한 존재라고 한다. 그를 통하여 신과 우주의 의지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기를 원한다. 우리는 단지 자신의 의지가 실현되도록 실천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요즘 남자가 습관이 되도록 끊임없이 하는 생각이다. 모든 것을 사랑하는 눈으로 보고, 실제로 존경하고, 더 많은 가치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남자의 마음이 허락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이다. 

 

 

6월 1일. 화. 15km. 관문~영동 3교 

6월 3일. 목. 비가 하루 종일 내려 쉼

6월 5일. 토. 15km. 대공원 번개달리기 C 코스 5회전 

6월 8일. 화. 15km. 관문~영동3교

6월 10일. 목. 비 온다고 고릴라에서 퍼마심. 

6월 12일. 토. 9km. 대공원  C코스 3회전

6월 15일. 화. 15km. 관문~영동 3교 왕복

6월 17일. 목. 어벤디2 콘테스트 행사로 쉼

6월 19일. 토. 16km. 영동 1교~영동대교

6월 22일. 화. 13km. 영동 1교 왕복

6월 24일. 목. 16km. 영동 3교 왕복

6월 26일. 토. 20km. 영동 1교~한강 철교 직전

6월 29일. 화. 12km. 관문~영동 1교 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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