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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해보기의 기술, 원제 : Beginners 톰 밴더빌트 지음

지구빵집 2022. 1. 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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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해보기의 기술, 원제 : Beginners 톰 밴더빌트 지음 

 

 

오늘날 사람들은 새롭게 배우고 경험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일이나 접하지 않았던 취미 생활을 하려면 왠지 두려움도 생기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서 그저 자신만의 로망으로 그치고 마는데요. 이 책의 저자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 배움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다시 초보자가 되어 단지 배우는 것 그 자체의 즐거움을 경험하기 위해 체스, 노래, 서핑, 저글링, 그림, 보석 세공 등 다양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배움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자존감을 높이며 새로운 역량을 키웁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뇌가 젊어집니다. 우리 뇌는 마치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계와 같아서 다양한 기술을 동시에 배운 사람들의 뇌는 30년 젊어지는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배움은 모든 분야에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커플과 함께 배우면 권태기도 극복할 수 있고, 나이 든 사람들은 새 친구를 사귀는 기회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실수하면서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초보자로 살아가는 기쁨과 배움의 과정에서 깨달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담았습니다.

 

시작의 기쁨과 고통

 

태어나면서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가끔은 초보자가 된다. 초보자가 되기란 어려운 것이다. 뭔가를 못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편이 기분 좋다. 세상의 여러 분야에서는 초보자에게 특별한 이름을 붙여 주지만 칭송하는 이름을 붙여 주지는 않는다. 서핑에서는 초보자를 쿡 kook이라고 부른다. 사이클에서는 프레드 fred라고 부른다. 체스에서는 파쳐 patzer다. 군대에서는 부트 boot다. 아니면 그냥 초짜, 신참, 풋내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초심자를 뜻하는 노비스 novice라는 영어 단어 자체에 '신입 수도사'라는 뜻도 있을 정도다.

 

초보자는 뻔한 질문을 하고 잘못된 상식으로 가득하며 똑같은 실수를 한다. 겁먹은 초보자는 어느 분야에 나 있다. 양궁 초보자는 활을 너무 세게 잡고, 너무 멀리 조준한다. 초보 자동차 정비사는 윤활유를 쏟고, 휠 너트를 부러뜨리고, 십자 나사를 망가뜨린다. 요트 초보자는 딩기 라인을 마모시키고, 머리카락이나 액세서리를 지부 시트에 걸려 엉키게 하고, "깊은 물도 눈으로 보기에는 얼마나 얕아 보이는지 잊어버린다."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들 엇비슷하다"라고 말했는데 체스 초보자들도 전부 비슷하다. 폰을 너무 많이 움직이고, 퀸을 너무 빨리 내보내고, 말을 너무 쉽게 교환하고, 상대가 어떤 의도로 말을 움직였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말을 움직인다. 그러고는 진다. 가끔 순전히 운으로 다른 초보자들을 이길 때도 있지만.

 

초보자는 넘어지고 실수하고 다친다. 10km 마라톤을 뛰는 초보자는 어지럼증과 탈수에 시달린다. 스노보드를 타다 다치는 사람은 거의 초보자다. 승마 초보자는 전문가보다 다칠 확률이 8배 높다. 스카이다이빙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유독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데, 초보자가 다칠 확률은 딱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보다 열두 배나 높다.

 

초보자란 멍들고 상처 입고 발을 헛디디고 실수하는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초보자가 되는 것은 멋진 일이다. 내가 이 책을 통틀어 전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이다. 내가 깨달은 사실, 즉 바로 이 초보자 단계에서 마법이 일어난다는 것을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다. 우리는 연애를 시작하면 극도의 신경 생물학적 상태가 된다. 그럴 때 우리 뇌는 도파민과 스트레스 호르몬을 다량 분출하는 에너지 드링크를 벌컥벌컥 마신 듯이 몹시 흥분하고 취한 상태가 된다. 마치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차분한 상태로 돌아온다. 신기하게 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 역시 이와 비슷하다. 내가 과민해지고 새로운 기분에 휩싸인다. 완벽한 3점 슛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백보드에 가 닿지 못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새롭게 느껴지고 무한대의 수평선에 놓인 기분이 든다. 조심스럽게 한걸음 한걸음 떼며 탐험의 영역을 넓혀 가는 동안 하루하루는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 찬다. 실수하기도 하지만 그 실수조차도 힘이 된다. 여태까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실수 이기 때문이다.

 

초보자는 '가면 증후군', 즉 자기 생각과 달리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걱정에 시달릴 위험도 없다. 잘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초보자는 기대에 부담을 느낄 일도 없고, 과거의 무게에 짓눌릴 일도 없다. 선불교에서는 이 상태를 '초심자의 마음'이라고 한다. 모든 것에 준비가 되어 있고, 모든 것에 마음이 열린 상태다. 스즈키 슌류는 이렇게 말했다. 초심자의 마음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편한 일은 아니다 선불교에서 말했듯이 초보자는 무지의 여정을 감내해야 한다. 초보자는 지식을 모를 뿐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초차 모른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만 쳐다보면서 실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게 초보운전이라고 붙여놓은 자동차가 된 것 같다. 이마에 초보자라고 낙인이 찍힌 것만 같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금세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디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 소설과 노먼 러쉬는 사랑이란 연속해서 새로운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며, 처음 해보는 일이 아닌데도 매 순간 놀라움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이 방에 들어갔다가 또 다른 방에 들어간다. 이 일은 결코 의도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된다. 문을 발견하면 그리로 들어가고 또다시 환희를 느낀다. 뭔가를 배울 때 더 이런 기분이다. 특히 초보 단계에서 더 그렇다.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초보 단계에서 얻은 것을 나중에 얻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사람들은 "가파른 학습곡선"이라고 하면 벅찰 정도로 어렵다는 뜻으로 오해하는 일이 많다. 사실 배우기 어려울 수도 있고,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학습곡선의 기울기는 사실 시간에 따른 발전 정도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일 뿐이다. 학습 곡선이 가파르면 더 빨리 발전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울기가 가장 큰 구간은 처음 배우자마자 금세 찾아온다.

 

사람들은 대부분 초보 단계가 최대한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마치 피부에 난 보기 싫은 잡티가 빨리 없어지길 바라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다. 초보 단계란 그저 지나치는 과정일 뿐이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이 시기에 특별히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이 시기는 한번 가 버리면 다시 찾아오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 모든 것이 낯선 새로운 장소에 처음 방문했을 때를 떠올려 보라. 도착한 순간 주변에 새로움이 온몸으로 감지된다. 거리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 신기하게 생긴 신호등,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 평소 익숙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행동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배우는 동안 감각이 극도로 이민 해진다. 그곳에서 지내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아 모든 일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며칠 뒤 현지 지식을 조금 더 습득한 뒤에는 이상해 보였던 것들이 점차 익숙해진다. 눈에 띄는 것이 점점 적어진다. 쌓은 지식의 깊이만큼 안전함을 느낀다. 행동이 점점 자동으로 나온다. 초기에 경험했던 예민한 감각은 사그라든다. 여행 작가로 활동하는 나는 전략이 하나 있다. 첫날에 가장 많이 기록하는 것이다. 첫날 새로운 발견을 가장 많이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초기 단계에는 모든 게 서툴고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때문에 발견하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발전할 날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냥 그 순간을 즐겨라. 그 순간에 푹 빠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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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의 이점

 

기술이 늘고 지식이 쌓인 뒤에도 초보자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만한 가치가 따른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는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유명한 이론을 제안했다. 다양한 인지 테스트를 한 결과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사람이 자신의 실제 실력을 가장 터무니없이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실력이 부족하며, 자기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는 확실히 초보자들에게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나중에 진행된 연구에서는 지식이 아예 없는 것보다 약간 있는 것이 더 나쁘다 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 세상에서도 이러한 패턴이 드러난다. 척추 수술법을 배우는 의사들은 첫 번째나 두 번째 가 아닌 열다섯 번째 실수를 가장 많이 한다. 조종사들은 흘러 초기보다 800시간쯤 비행한 뒤에 실수를 가장 많이 한다.

 

고수가 초보자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고수는 보통 실력이 뛰어나며 자기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안다." 이들은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행동한다(예를 들어 뛰어난 체스 선수들을 스피드 체스도 잘한다). 이들은 경험을 활용할 줄 알고 순발력이 뛰어나다. 체스 초보는 말을 움직이는 수많은 가능성을 하나하나 고려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만, 그랜드 마스터는 그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움직인 몇 가지만 집중한다(그러고 나서 어떤 움직임이 최선인지 계산하느라 시간을 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불교의 대가 수즈키의 표현을 빌리면, '고수의 습관'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할 때 더 그렇다. 고수는 자신이 기대한 대로 바라본다. 체스 고수는 이전 게임에서 놓친 움직임에 과하게 매료되어 다른 쪽에서 나올 수 있는 최적의 움직임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런던 택시 기사들은 길 찾기 능력이 매우 능숙해 여러 연구의 대상이 되는데 그중에는 이런 실험이 있었다. 기사들에게 가상 도시의 지도를 주고 목적지까지 경로를 찾게 했더니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우수한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들이 잘하는 런던 지도에 허구의 지역을 추가하고 길을 찾게 했더니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이들이 이미 잘 아는 런던 지리, 즉 '과잉 학습'한 런던 지리에 관한 지식이 오히려 방해가 된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더 나은 해결책이 있을 때도 그 해결책이 익숙하지 않다면 기존의 익숙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아인슈텔로 효과'라고 한다.

 

'양초 문제'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실험 참가자들은 성냥 한 상자와 압정 한 상자 만을 가지고 양초를 벽에 붙이라는 과제를 받는다. 사람들은 이를 어려워하며 혼란에 빠진다. 정답은 앞정 상자를 비운 뒤 그 상자를 압정으로 벽에 붙이고 상자 안에 양치를 올리는 것이다. 앞정 상자를 압정 보관용 '상자'로만 인식하는 기능적 고착에 빠져 상자 자체를 벽에 붙이고 그 상자를 선반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양초 문제의 정답을 잘 찾아내는 집단이 있다. 바로 5살짜리 아이들이다. 왜일까? 이 문제를 고안한 연구자들은 어린아이들이 어른이나 좀 더 큰 어린이들보다 물체의 기능을 더 유연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린아이들은 어떤 물체가 특정한 용도로 쓰인다는 인식에 덜 얽매이고, 한 물체를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새로운 기술을 쉽게 정복하는 일은 놀랍지도 않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게 때문이다.

 

아이들은 진짜 초보자의 마음으로 다양한 가능성의 마음을 활짝 열어둔다. 신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선입견과 과거 경험으로부터 더 자유롭고,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에 영향을 덜 받는다. 어른이라면 무시할만한 것에서도 세세한 정보를 발견한다. 아이들은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거나 바보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덜하기 때문에 어린이라면 하지 않을 질문을 자주 한다.

 

뉴욕타임스에 특이한 일이 보도된 적이 있다. 장례식장에서 실수로 관에 다른 시체를 넣은 것이다.

 

그날 장례 식장을 찾은 고인의 친척들을 관 안에 누워있는 시체가 자신이 기억하는 고인의 생전 모습과 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들은 암으로 사망한 고인의 모습이 왜 달라 보이는지 오만 가지 이유를 댈 수 있었다. 항암치료를 받느라 머리가 빠져서 그렇다. 인공호흡기를 오래 달고 있어서 얼굴이 변했다 등, 질서 있고 이성적인 세상에 익숙한 어른들을 그런 엄청난 실수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모든 지식과 지혜를 끌어다 자신을 기만한다. 그러다 열 살짜리 남자아이가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을 제기했고 나중에서야 이 깜짝 놀랄만한 일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들 앞에 놓인 시체가 그들의 친척이 아니었던 것이다.

 

영원히 초보자 이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발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통틀어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실력이 향상되고 지식과 경험이 쌓인 뒤에도 초보자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초보자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함양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함에서 오는 낙관주의, 처음 도전하는 불안한 마음에서 오는 극도의 예민함, 바보 같아 보여도 괜찮다는 생각, 뻔한 질문을 해도 된다는 당당함. 이것이 바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초보자의 마음이다.

 

100년 전 체스 마스터 벤저민 블루맨 펠드가 한 조언은 체스뿐만 아니라 인생에 더 적용된다. "움직이기 전에 초보자의 눈으로 현 상황을 바라보라."

 

전문가도 가끔은 초보자가 되어야 한다.

 

지금쯤이면 당신은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싶을 것이다. 나는 아이가 없는데, 아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나는 아직 젊은데, 젊은 사람들은? 나는 이미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데?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지 않은 사람은? 게다가 직업과 하나도 관련이 없는 것들을 왜 굳이 배워야 하지? 직장에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을 요구하는 통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그가 취미활동을 꼭 해야 하나?

 

우선 첫째로 노래나 그림 등을 배우는 활동이 직업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되지는 않는다.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경우에도 그렇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뭔가를 배우는 활동은 자존감을 높이고 새로운 역량을 키워줌으로써 스트레스 완화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은 과학과 예술을 함께 공부한 학생이 추후 리더의 자리에 오를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와 관련 있는 듯하다. 자아를 넓히면 시야도 넓어진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엡스타인도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아마추어 배우, 댄서, 마술사 등의 공연가로 활동한 사람의 비율은 다른 과학자들보다 최소 22배 많았다.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서 '음, 내가 신경 생물학자로써 훌륭한 경력을 쌓으려면 지금 곧 탱고를 배워야겠군.'하고 생각했을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이들은 초보자로서 그런 새로운 활동을 배우며 다시 어린이의 사고방식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어떤 선입관도 없고 주변의 기대에 짓눌리지도 않으며, 열린 마음으로 상황에 임했을 것이다. 게다가 즐거운 마음으로 배웠을 것이다. 즐거움은 학습과 발견의 과정에서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가 현재 사는 디지털 세상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빛나는 석학 클로드 새넌이 좋은 예다. 그는 저글링이나 문학에서부터 최초의 웨어러블 컴퓨터 설계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일에 뛰어들었다. 그의 전기를 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일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사소해 보이는 질문을 끌어내고는 그것을 토대로 획기적인 발명을 해냈다."

 

오늘날과 같이 역사적인 순간에 자신이 안전지대를 주기적으로 벗어나는 일은 인생의 연습처럼 느껴진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진 탓에 우리는 모두 어떤 의미에서는 영원한 초보자가 되었다. 학습 곡선은 항상 우상향이며 지식은 마치 스마트폰처럼 정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평생 단 하나의 기술에만 집중해도 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직업을 바꾸지 않더라도 계속 새로운 기술이 요구된다. 용감한 초보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할수록 더 좋다. 거대 IT 기업 인포시스의 라비 쿠마르 부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배우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배운 것을 잊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다시 배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둘째, 배우는 행위는 우리에게 이롭다. 노래나 서핑과 같은 배우려는 대상이 우리에게 이롭다는 뜻만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이롭기는 하다. 이는 나중에 다시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행위 자체에 이로움이다.

 

어떤 기술을 배우는지는 사실 상관이 없다. 항해용 로프에 매듭을 짓는 방법이든 도예 기술이든 마찬가지다. 뭔가 새롭고 어려운 일을 배우는 것, 특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배우는 행위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계"와 같은 우리 뇌에 이롭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새로운 것은 그 자체로 학습을 유도하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배우면 더욱 좋다. 한 연구에서 58~86세 성인들에게 스페인어 작곡 미술 등 다양한 수업을 동시에 듣게 했더니 단 몇 개월 만에 스페인어나 그림실력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인지력까지 향상되었다. 수업을 전혀 듣지 않은 통제집단보다 인지력 평가에서 더 좋은 결과를 거뒀고, 이는 뇌가 삼십 년쯤 전으로 돌아간 수준이었다. 다른 변화도 일어났다. 이들은 자신감이 높아졌고 자신이 이뤄낸 성과에 놀라면서도 기뻐했으며, 실험이 끝난 뒤에도 서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부가적인 효과가 따른다. 그 기술에만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수영 강습을 받는 어린아이들을 관찰했는데, 수영 강습이 수영 실력뿐만 아니라 더 폭넓은 분야에 도움이 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영을 배우는 아이들을 악력이나 눈-손 협응 등 여러 가지 신체 능력을 측정하는 테스트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그뿐 아니라 독해력과 수학적 추론 능력도 수영을 배우지 않는 아이들보다 뛰어났다.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다른 요인을 고려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연구나 권장 사항은 대부분 어린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체스는 아이들의 집중력과 문제해결력, 창의력을 키워 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좋다고 알려진 것이라면 성인에게는 더욱더 좋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성인들을 어떤 활동이 특정 능력을 키우는 데 좋다고 해도 자신은 이제 그 능력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회에 만연한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고질병을 앓는 현대인들에게 64개의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판 앞에서 두 시간 동안 눈을 부릅뜨고 뇌를 불태우며 무한대 가까운 가능성을 분석하는 일 보다 더 나은 치료법이 있을까?

 

여기서 나는 표준화된 시험 점수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얼마든지 될 수 있다. 그 기술 자체에서 오는 엄청난 이익을 뛰어넘는 다른 이유가 더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특유의 성장하는 기분이 된다.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 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내가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는 동안 만난 사람 중에는 새로운 기술을 배움으로써 이혼 후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거나 크나큰 좌절을 극복하고 인생을 재정의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와 같은 '자아확장'은 커플에게 더 적용된다. 커플이 새롭고 어려운 활동을 함께 하면 처음 만났을 때 '짜릿함'을 다시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커플이 예컨대  댄스 교실에 다니는 등의 새로운 활동을 함께 할 때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이에서 자신의 인간관계도 성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중 몇몇과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는 욕구가 있고 바보 같아 보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라고 부른다. 이는 사람들의 성격을 정의하는 이른바 '5대 성격 요인' 중 하나다(나머지 네 요인은 외향성, 성실성, 신경증, 우호성이다). 또 개방성이 수명과도 연관이 있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정확한 근거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심리학자들은 개방성이 "인지 및 행동 유연성"을 수반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인지 및 행동 유연성은 인생 후반기에 맞닥뜨리는 어려운 일에 대처하는데 유용한 성질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사고방식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노래를 배우면 음악을 듣는 방식이 달라지고, 그림을 배우며 인간의 시각계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용접을 배우면 물리학과 금속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서핑을 배우면 갑자기 조석표와 폭풍 전선, 파도의 유체 역학에 관심이 생긴다. 새로운 기술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세상이 넓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행위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미래에 마주할 새로운 것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된다. 심리학자 엘리슨 고프닉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학습 능력의 많이 의존한다. 인간의 큰 뇌와 강력한 학습 능력은 무엇보다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우리는 항상 무능력과 숙달된 작은 순간들을 넘나 든다. 새로운 것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신중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책을 잃거나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기 도 한다. 어떨 때는 그냥 무작정 뛰어들기도 한다.

 

초보자를 위한 가장 멋진 시대

 

우리는 배움의 황금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나 방대한 양의 기록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이 부상하면서 학습 기회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칸 아카데미'와 같은 온라인 교육 기관을 이용하면 거의 모든 것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온라인 공개강좌 사이트 코세라의 스마트폰 앱 덕분에 통근 시간이나 쉬는 시간 혹은 하루 중 여유 있는 시간에 짬짬이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 '스킬셰어'에서는 "어디에서든 배우세요 손쉽게 내일에 준비하세요"라고 말한다. 효과적인 학습방법이 새로 등장하면서 '디오링고'같은 프로그램은 온라인상에서 34 시간을 공부하면 외국어 수업을 한 학기 들은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체스에서는 플레이어들의 체스 레이팅이 전체적으로 올라갔다. 온라인상에서 실력에 뛰어난 사람이나 기계와 대전하며 그들에게 배울 수 있게 되고, 세계 각국의 마스터들에게 스카이프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유튜브는 방대한 양의 교육용 영상이 모인 집합체다. 직접 칼을 만드는 방법에서부터 물개 고기를 요리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제를 가르치는 영상이 1억 3500만 개가 넘는다. 백텀블링을 하는 방법이나 747기를 조종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물 끓이는 방법이나 화장실 휴지를 교환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이런 것들은 좀 뻔뻔하다).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단순히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 했을 뿐인데 성악이나 덥스텝 댄스, 혹은 올림픽 스포츠 등 수많은 분야에서 수준급의 실력을 달성했다는 이야기는 넘쳐난다. 불법 성형 수술을 해 체포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전부 유튜브에서 공짜로 배울 수 있다."

 

유튜브 교수법은 루빅큐브 대회와 같은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퍼졌다(사실상 그런 대회가 만들어진 데도 유튜브의 공이 컸다). 큐브 맞추기 기술이 널리 퍼진 덕분에 큐브를 맞추는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되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누구나 무료로, 어디론가 갈 필요도 그 사람들 앞에서 창피당할 걱정도 없이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역사상 유례없는 세상이 펼쳐져 있다. 

 

혹시 '난 이미 늦었어'라고 생각하는가? 말도 안 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배운다. 학습은 몇 살이든 관계없이 이루어진다. 인지능력이 감소한다는 결과를 예상하는 연구에서조차 연습 효과로 말미암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습 효과란 시험 참여자가 같은 테스트를 두 번째 했을 때 더 나은 성과를 기록하는 현상을 말한다. 심리학자들에게는 이 효과가 방법론적 측면에서 문제가 되겠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는 계속 발전할 수 있다.

 

2016년, 90세였던 가수 토니 베넷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도 내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수로써 달성할 수 있는 것을 사실상 모두 달성한 그는 지금 재즈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십 년 전에는 그림을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재즈 피아노의 감각을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이해하고자 할 때 처음에는 서툴더라도 직접 배워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겠는가

 

한때 성인의 뇌는 이렇게 손쓸 방법도 없을 만큼 굳어버리고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성인의 뇌 가소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기대 수명이 증가하면서 노년층의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창의적 나이 듦"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댈러스에서 데니스 파크를 만났을 때 그녀는 '댈러스 수명 뇌 연구'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 포함된 한 실험에서는 노인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는 디지털 사진 촬영이나 킬트 수업을 듣게 했고, 다른 한 집단에게는 단순히 만나서 사교 활동만 하게 했다. 그 결과 수업을 들은 집단은 일화 기억(과거에 경험한 사건의 기억)에서부터 처리속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지력 분야에서 더 큰 향상을 보였다.

 

독학하는 것이 나쁘다거나 단순히 사교 활동만 하면 지루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배우는 행동 자체가 인간 뇌의 어떤 중요한 부위를 자극하는 듯하다. 파크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며 모든 참가자가 각자 자신의 속도대로 진도를 나갔고, 자신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다른 학습자 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서 동기부여가 되었고, 강사 덕분에 도전 의식을 느낀 것이다. 파크는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자신이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던 발전을 이뤄냈다."

 

 

일단 해보기의 기술, 원제 : Beginners 톰 밴더빌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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