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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달리기, 살면서 참 많이 달렸다.

지구빵집 2022. 5. 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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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화요일. 관문 운동장 15도~11도, 조깅 10km

 

2일 토요일은 부모님에게 다녀오는 일로 오늘 4월 첫 훈련을 했다. 함께 훈련하는 과천 클럽이 일요일 32km를 달렸다고 조깅으로 훈련했다. 지옥 같은 야소 훈련을 하지 않아 편했다. 귀찮거나 신경 쓰인다고 하지 않는 것은 쫄딱 망하는 길이다.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 나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 - 라이너 마리아 릴케 

 

4월 7일 목, 관문 운동장, 9.7km, pace 5분 47초, 조깅 10회전, 질주 100미터 4회, 400미터 110초 빠르기로 5km 질주

바람도 불고 바람이 쌀쌀하다. 꽃이 늦게 피려나?

 

4월 9일 토, 영동 1교~영동 대교, 15.2km, 1시간 28분, pace 5분 47초

꽃들은 마치 팝콘이나 튀밥처럼 피어난다. 환한 빛과 따듯한 기운과 고운 색들을 잔뜩 품고, 참고 참았다고 한 번에 확 하고 뻥튀기 부풀듯 핀 꽃들이 지천이다. 처음에 약간 붉게 피었다가 점점 흰색을 띠는 과정도 없었다. 그냥 한 번에 모조리 흰색으로 벌어질 대로 확 벌어져 피었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쪽 벚꽃은 벌써 지는 놈도 있다. 니들 정말 속절없구나. 

 

순자와 식자 선배, 격주로 나오는 희자와 영동 1교에서 청담대교까지 달리기로 한다. 이른 시간이지만 꽃구경하는 사람도 많고, 날이 따뜻해지니 라이딩 클럽도 활동을 시작해서 자전거도 많이 다닌다. 청담대교까지 달리니 식자 선배가 조금 더 달리자고 해서 영동 1교까지 다녀왔다. 잠깐 주로에서 사진을 찍었다.

 

 "같은 꽃을 두 번 볼 수 있을까요?" 남자가 물었다.

 

"아니, 안돼. 흐르는 물이야.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그진 못해." 여자가 말했다.

 

"피는 꽃을 보노라면 내가 몇 번을 더 이런 봄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누나가 말했다.

 

4월 12일 화요일 훈련. 관문 운동장 ~ 영동 1교 왕복, 12km

 

서울 마라톤 준비로 과천팀이 훈련을 잠시 천천히 하는 틈을 타 6시 30분에 영동 1교를 왕복하는 훈련을 한다. 다 잃어도 좋고, 다 놓아도 좋다. 자기 삶을 사는 게 목적이다.

 

4월 14일 목요일 훈련, 관문 운동장~영동 1교 왕복, 12.2km 1시간 12분, pace 5:57초

 

며칠 기온이 높이 올라간 사이 꽃들이 확 피고 진다. 자연은 아무리 봐도 순식간이다. 과천팀은 17일 풀코스를 뛴다고 5km 조깅을 하고 우리는 영동 1교까지 왕복한다. 훈련이 끝나고 오랜만에 까치 식당에 들렸다. 순자 선배는 늘 걸음을 센다. 100미터를 몇 걸음에 달리는지 세면 현재 달리는 상태를 모두 안다. 달리는 동안 집중하는 방법이다. 

 

2020년 3월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만에 종료한다. 인원과 시간제한이 완전히 없어진다. 따뜻한 봄날처럼 일상이 돌아왔으면 좋겠지만 너무 많은 것들이 무너졌다. 우리 시대에 처음 겪는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긴 시간 동안 일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일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준비할 것들이 또 많아진다. 동호회 정비도 해야 하고 행사도 준비해야 한다. 

 

4월 16일. 토. 영동 1교 ~ 대공원 달리기

 

4월 17일. 일. 관문 운동장 ~ 등용문 하프 달리기

 

바람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늘 불어댄다. 마음속에 이는 바람은 오로지 무언가에 열중할 때만 멈춘다. 죽을 때까지 계속 달려야 한다. 올해 1억을 벌고, 2025년까지 10억을 벌고, 2030년까지 100억을 번다. 아침마다 목표를 글로 적는다. 늦어도 10시에는 반드시 잠자리에 든다. 5시에 일어나 독서를 한다. 늦게 일어나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낮에라도 한 시간은 반드시 읽는다. 밤에 내일 할 일 리스트를 적지 않았다면 아침에 읽어 나서 가장 먼저 할 일로 실행한다. 힘들어도 하고, 무조건 한다. 방법을 알지만 실행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고, 널리 알려지지 않는 아이디어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실행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마음 때문이다. 춤추는 마음이 자꾸만 움직이고 싶어 하니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4월 19일 화, 관문 운동장 훈련, 영동 1교 왕복

 

사람은 떠나도 기억은 남고, 온전히 자기의 것이다. 빼앗길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열심히 훈련한다. 지금 기록을 단축하고, 좀 더 먼 거리를 달린다. 지나간 시간은 오지 않고, 앞으로 올 시간도 확실하지 않다. 단지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아주 작은 흔들림에도 우리의 영혼은 욕망이나 불만으로 요동친다. 수면, 샤워, 운동, 일하는 중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되돌리기에는 불가능한 시간을 살아간다. 우리 경험을 타고 흐르는 시간은 새롭게 할 수도, 돌려줄 수도 없다. 그러니 어떤 대상 -책, 음악, 연인, 산책, 자연, 멍 때림 등-과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뭉클한 특별한 권리임에 틀림없다.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꿈조차 꾸지 말라. 

 

4월 21일 목. 관문 운동장 훈련. 12.7km, 1시간 11분, pace 5분 36초 

 

4월 23일 정식으로 열리는 첫 토요 정모. 자원봉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한다. 나이키의 슬로건은 "그냥 하라"다. 주어진 상황에서 통제하지 못할 일이 주어진다면 말없이 그냥 하는 거다. 비난, 비평, 불만, 한숨 내는 사람을 환영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 피를 보듯이 남자들도 주기적으로 감정이 다운되는 날이 있다. 피만 안 볼뿐이다. 오늘이 그런 날인가? 말도 없고, 조용히 할 일을 한다. 

 

하루 안 뛴다고 죽는 거 아니다. 오히려 띄엄띄엄하는 것을 권장한다. 너무 달리는 일은 외모에도 좋지 않다. 기분 낼 거 다 내고 달리는 일도 좋지만 또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4월 26일. 화. 관문 운동장 훈련. 11.2km, 1시간 1분 55초, pace 5:33

저녁에도 20도가 넘어간다. 반팔을 벗고 싱글렛을 입어도 좋은 날이 온다. 

 

4월 28일. 목. 관문 운동장 훈련.  

“곧 죽게 된다는 생각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의 기대, 자존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들은 죽음 앞에서 무의미해지고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살면서 참 많이 달렸다. 이제 그만 달리고 싶다. 길지 않았지만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얻을 것도 과분할 정도로 다 얻어서 내가 이럴 자격이 있는지 어지러웠다. 잃을 것도 다 잃었다. 아무리 좋아도 다시 내일 일어날 때를 생각해야 한다. 이건 생존의 문제지 행복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다. 풀코스 42.195km를 기진맥진 달려와 피니시 라인을 넘으면서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확실하고 깊은 안도감에 푹 빠지고 싶다.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되는구나. 꿈속에서도 말이지."

 

 

 

4월 5일 화, 10km,

4월 7일 목, 10km, 

4월 9일 토, 15km,

4월 12일 화, 12km,

4월 14일 목, 12km,

4월 16일 토,

4월 17일 일, 하프 21.3km

4월 19일

4월 21일

4월 26일

4월 28일

 

 

서울 하프마라톤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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