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굿네이버스 결식아동 캠페인이나 국경 없는 의사회 활동에 대한 광고를 본다. 10살인 선아는 혼자 반찬도 없이 라면을 끓여 먹는다. 함께 사는 할머니는 파킨슨 병으로 온몸이 굳어간다. 할머니가 입원하는 날이면 선아는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진다. 배고플 때 먹을 것이라곤 집에 있는 라면이 전부다. 배가 고파도,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말없이 습관처럼 라면을 끓이는 게 선아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영상을 보면서 행복이란 희한하게도 감사할 일들이 아무리 많아도 실제 형식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진실하게 감사하지 않고, 결과로 행복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 마음이 이렇게 형편없이 낮은데 행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사라지기 직전에 간신히 기록하는 것에 익숙하다. 풀코스를 달리는 그 힘들고 위대한 경주가 뻔한 일이 된 건가? 아니면 늙어가는 건가?
8시에 풀코스 주자들이 출발하니 5시에 일어나 재빠르게 무언가를 먹는다. 우유와 삶은 계란 두 개, 누룽지를 끓여 먹는다. 7시에 광화문에 도착해 짐을 맡기고 몸을 푼다. 상태가 좋지 않으니 완주만 하자고 마음먹는다. 3월과 10월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가는 복장은 역시 후드티와 낡은 청바지다. 이 둘은 쌀쌀한 날씨와 가을에 정말 잘 어울린다. 달리기로 다진 몸매에 잘 어울린다.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 종합 운동장까지 달리는 풀코스는 종로, 청계천, 을지로 주변으로 빙글빙글 돌다가 22km를 지나 서울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빠져나간다. 서울 시내 도로 한복판을 달리는 일은 흔치 않으니 즐겁게 달린다. 하프까지 기록도 괜찮아 보인다. 달리고 나니 가민 시계가 거리와 시간이 모두 먹통이고 GPS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비가 오면 가끔 이런 증상을 보인다.
32km가 넘으면 올 것이 온다. 에너지는 모두 빠져나가고 정신력은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잠깐을 유지하지 못한다. 점점 페이스가 늦어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37km 까지는 힘을 낸다. 랜드마크인 롯데 타워라도 보이면 좋겠지만 보이지 않는다.
마라톤을 시작하고 천천히 달릴 때에는 볼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아서 할 이야기가 많지만 조금 빨라지고 마라톤에 대해 알아가면 재미는 없다. 삶은 점점 뻔한 일이 돼버리면서 새로운 일도 별로 없다. 어쩌면 지루한 것을 견디는 자체가 삶의 일부 혹은 전부일지도 모른다. 좋지 않은 것은 대부분 길게 느껴지고 기쁘거나 행복하거나 재미있는 것은 짧게 느끼기 때문에 삶은 지루함으로 가득 차있다.
꼭 달성하고자 했던 330(3시간 30분 이내에 풀코스 완주) 기록은 다음으로 미룬다. 자꾸 미루면 남는 것은 회한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달성했을 때 삶은 매우 초라하거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때도 있다. 계속 달린다.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함께 달리면 늘 새롭고,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우리가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다.
네가 지금 살고 있고,
살아왔던 이 삶을 너는 다시 살아야 할 것이다.
끝없이 반복해서.
새로운 것은 전혀 없고,
모든 고통과 모든 즐거움,
모든 생각과 한숨,
네 삶에서 말할 수 없이 크고 작은 모든 것이
반드시 네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똑같은 차례, 똑같은 순서로…
존재의 영원한 모래시계가 계속 뒤집히고,
모래 알갱인 너도 같이 뒤집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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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