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토요일 오전에 발인이 있는 오늘이 형님을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선배는 차가운 관속에 외롭게 누워있다. 5개월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남자가 장례를 주관하는 사람이었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턱대고 일어나고 그 흐름에 또 밀려간다. 밀려 행하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다. 걱정을 덜 하고, 당황하는 것 없이 집중하고, 일을 마치는 동안 과도한 감정의 골에 빠지지 않는다. 죽음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본다.
인식하는 것 차제가 우리의 전부라서 우리의 인식이 멈추는 순간 죽음이다. 죽어서도 인식한다면 죽지 않을 테지만 세상에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실제적인 것들이 진짜다.
화장하는 순번이 늦어서인지 조금 늦게 병원을 10시에 출발한다. 발인제를 마치고 서울 추모공원으로 이동한다. 12시가 되면 세상에서 형님의 육신이 사라진다. 외롭고 쓸쓸하게 긴 강을 건넌다. 추모 공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형님이 평생을 일구고 키우고 일했던 식당 건물 앞에 잠시 섰다. 누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아이들은 슬프게 식당 간판을 응시한다. 긴 세월 얼마나 많은 날들을 주방 뜨거운 불 앞에서 웍을 가지고 일했으며, 온갖 재료와 양념과 맛을 만들어 냈을까? 몇 개의 조기 축구회 회원들, 마라톤 동호회 회원을 대접했을까? 함께 자원봉사를 몇 번 간 서울 시립 여성보호 센터, 알지 못하는 자원봉사를 요청하는 곳, 장모님이 계신 요양원이며 형님은 평생을 봉사활동을 하며 살았다. 바로 그 식당이 있는 곳을 잠시 기억하실까?
가는 길에 형님이 좋아했고 모임이 생긴 때부터 항상 달렸던 우리의 보금자리 영동 1교에 잠시 머물러 노제를 지내기로 했다. 회원들이 모여 영동 1교 옆 영진목재 앞에 모였다. 10시 30분에 영구차가 도착해 아들이 영정을 가지고 내렸다. 여자들은 모두 눈치코치 없이 눈물을 터뜨린다. 공감이 없는 남자들은 애써 울음을 참고 눈만 끔뻑끔뻑한다. 형님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이 너무나 짧고 아름다워서, 꿈같은 일이라서, 함께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형님을 기억할 날이 오늘이라서 슬픔을 참지 못한다. 매번 조문을 할 때면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망자가 혼자 쓸쓸히 외롭게 긴 강을 건넜다고 생각하면 금방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거기서 참지 못하면 짜디짠 눈물이 바다같이 흐른다.
길지도 않게 10분 정도 머무르고 모여서 기도하고 영정 사진을 든 아들과 눈을 마주치고 보냈다. 원래 가족들은 담담하다. 눈물이 날 때는 나더라도 상을 치르는 동안은 아무 생각이 없다. 언제 가장 슬픔이 피냐면 바로 집에 도착해 그 사람과 함께 머물던 현관을 들어설 때다.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따뜻하고 온기가 돌던 집에 딱 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 그 사람을 다시는 보거나 만지거나 대화할 수 없다는 현실이 정말임을 아는 순간이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주저 않아 울기만 한다. 형님은 다시 버스에 올라 마지막 길을 떠난다. 혼자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길을 가실까? 강을 다 건너간 건지, 어둠을 지나는지 어디쯤 가고 있을지 가늠한다.
도대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할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많이 아프셨을까? 누나만 바라보고 있었을까? 달리던 때와 공 가지고 놀던 때를 기억했을까? 아이들을 쳐다보았을까? 삶은 잔인하다. 어처구니도 없다. 우리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대가를 치를 일이 많아 걱정이지만 짧게 지나가기를 바란다.
별 쓸데없는 일을 생각한다. 슬픔을 직면하지 않으려고 도망갔다 왔더니 역시 피할 수 없다. 애써 마음만 울적한 일들을 다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을 비웃고, 욕을 하고, 주옥같은 인생 부질없다고 생각했지만 글 쓰는 사람의 의무를 저버릴 수가 없다. 며칠 날씨가 파랗게 좋았고 저녁마다 노을은 붉게 물들었다. 기록하고 기억하고 잊지 않는 일들은 글 쓰는 사람의 의무다. 존윅 갱 영화처럼 총싸움을 할 수 없으니 글을 쓴다. 마음이니 감정이나 영혼은 아주 쉽고 흔해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지만, 이번에는 인정하기로 하고 단톡방에서 회원들이 남긴 글을 옮겨둔다. 지나간 것에서 배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야 하는 일이다.
민총무: 금일 오전에 정광필회원님께서 소천하셨습니다. 양미누님이 단톡방에 안 계셔서 제가 전해드립니다. 빈소는 아산병원에 꾸려질 예정이며, 부고장 나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임*아 양마클: 나에게도 사랑을 주고 남에게도 사랑을 주므로 그 사랑은 한없이 큰 사랑이 되어 달리미남들 양마클의 큰 사랑으로 화합하는 아름다운 우리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부디 모두 건강하소서.
양미님 당신의 그 아픔마음과 함께합니다 용기를 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민 총무: 고 정광필 회원님 단체조문 안내
11/7 (목) 오후 7:30-8:00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
혹시 조문이 어려우신 회원님께서는 총무인 저에게 조의금 보내주시면 대신 마음 전하겠습니다
851402-00-040552 국민은행 박*민입니다.
선총무: 진심으로 추모합니다.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내일 정모는 자봉 없이 자율훈련으로 대체합니다. 마라톤을 멈추는 게 아니고 잠시 쉬어갑니다.
양마클 소이 : 정광필보다 정고수가 더 익숙했고 늘 정겨웠던 이름이었는데 이제 우리 곁을 떠나 먼 길을 가시는군요. 양마클의 오늘이 있기까지 당신의 헌신과 사랑이 함께 하였음을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고 양마클의 작은 거인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것입니다. 당신께서 베풀어주신 큰 은혜에 작은 보답으로 가시는 길에 양마클의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자 합니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모든 회원님들께서도 흔쾌히 양마클의 정고수, 정감독보다는 정 회장님으로 크게 한번 불러봐 주세요 손이 떨리고 마음이 아리며 눈시울이 뜨거워져 이만 멈추렵니다. 부디 편히 좋은 곳으로 가셔서 한없이 달려보세요.
연자선자: 날씨는 너무 좋은데~ 마음은 왜 이리 시리고 아픈지 님께서 가시는 길 모든 신들이 지켜주실 거라 믿습니다.
김만수 양마클 동장 : 샛별이 가시다
세상에 이런 분을
이렇게 일찍
데려가시다니
마라톤 서브 3 하시고
63 빌딩을 뛰어오르시고
철가방 달인에
짜장 봉사 40년
아. 아!
정말 슬픔입니다
이*희 양마 : 추모공원 가는 길에 영진목재 앞에서 마지막 작별인사 나누었습니다.
눈물이 너무 나와 더 이상의 이별은 제 몸과 마음이 허락 않네요.
아직도 생생한 그의 웃음이 떠나질 않는데 이별이라니요~
우리 모두 가야 할 길이지만 우리의 작은 거인은 너무 성급하시네요.
날씨는 왜 이리 좋은지~~
그래도 우리는 잊고 또 달리겠지요. 허무한 마음 삭혀가며 남은 제생을 살아가야지요.
모두 슬픔 잘 이겨내시길~~
광필 씨!~ 외로워말고 곧 만나요.
김*희 양마클 : 광필오빠 잘 배웅해 드렸어요. 저희 회원님들은 추모공원까지 지켜드렸고, 장지에서는 가족분들끼리 조용히 시간 보내시라 따라가지 않았어요
김*기 : 떠나가는 님아!
푸름 하늘 날아다니며
푸른 웃음 웃는
한 마리의. 파랑새
오늘도
양재천 물은 고요히 흐르고
푸른 하늘에는
러너들의 숨소리가
파랑새의 지저김이 되어 여기저기 정답도록 요란합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양재천을 뒤로하고 멀어져 가는 모습에 눈물이 납니다.
운동화 끈을 꼭 매고 님과 같이 뛰었던 그날들이
죽을 때까지
미치도록 그리울 겁니다
님의 착한 마음과
님의 넉넉한 웃음과
함께 했던 추억은 평생 못 잊을 겁니다.
먼저 파랑새 되신 님아!
제가 파랑새 되면
제일 먼저 님과 만나
소주 한잔 하지요.
제가 파랑새 될 때까지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의 품에서 편히 쉬소서.
조*세 양마클 : 광필아우님 영전에/cityboy
광필 아우님 잘 가소
<성도 정광필의 추모 예배가 없기에, 조금 전 발인 버스 안에서 박갑렬 회장님 모시고 추모의 말씀을 올린 간략한 추도 이야기입니다.> 양마클에 명예의 전당 제1호인 광필아우님 영전에 드리오. 우리가 함께해 온 25여 년의 세월이 무심하지 아니하게 해 나갈 것이오니 부디 영면하소서.
여기서 저기로 잠시 가는 인생사 ~ 서브-3 하듯 너무나 빨리 가신 슬픔을 가눌 길 없소.
부인 양미님, 호진, 유진 자녀들이 건강하게 광필님의 유지를 잘 이어받아 대동천도 잘 이끌어나가길 하늘에서 지켜봐 주시오.
우리 양마클 회원들도 당신의 자녀들이 잘 살아가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새삼 양마클도 새롭게 변화토록 각오를 해나가고자 합니다. 그동안 이승에서 해오신 "수많은 봉사정신을 하늘나라에서도 필요로 했나" 보다고 회원들의 덕담이 떠오는 당신 정신과 그 작은 거인의 모습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오.
부디 평안한 안식을 기도합니다.
양마 - 001/정 광 필
1964년~~2024년
2004.3.14 동아마라톤 풀코스 2:51:35
2007.3.18 동아마라톤 풀코스 2:47:50 (최고기록)
윤*구 양마클 : 가을에 그를 보냈습니다
작은 체구였지만
결코 작지 않은
많은 감사와
봉사와
추억을 남기고
환한 미소가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그가 가을에 떠납니다.
조자룡이라고도
불리던 그가
우리의 가슴에
가을의 짠한
아쉬움을 남기고
그렇게 떠나갑니다.
정*숙 양마클: 슬픔의 깊이가 참으로 깊습니다
따뜻함과 정으로 항시 한결같았던 분.
유난히도 몇 번의 잊히지 않는 고인의 추억들!! 저는 지우지 않고 간직하렵니다 ~
양미님도 고생 많았어요 ~
마음 잘 추스르고 기운내기를 바랍니다.
누나가 형님 핸드폰으로, 단톡방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큰 사랑 안에서 장례식 마쳤습니다.
조금 슬퍼하고 행복한 기억들 오래 추억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2024.11.9 가을
정양미 올림
김*은 양마클: 양미언니, 몸과 마음 잘 추스르시고,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들 생각하면서 앞으로 양마클과 함께 더더욱 행복하시길 빌어요. 양미언니 힘~~!!!
미자 누나: 양재천 마라톤 식구 여러분
이제부터 제 보호자는 마라톤 식구 여러분들입니다.
양미는 여러분들께 붙어서 안 떨어질 겁니다. 광필 씨한테 주신사랑 제가 양도받았습니다. 계약서 작성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 씩씩하게 잘 알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미 올림
김*조 양마클: 양미 누나. 마음이 너무 아파 청주 다녀왔어요. 더 자주 같이 다니고, 만날 걸 그랬어요. 집에 오면 많이 슬프니까 자주 산책하시고 바쁘게 지내셔요. 누나나 아이들 슬픔에 손톱만치도 미치지 못할 테지만 언제나 함께합니다.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고 삼우제 잘 지내시고 다시 얼굴 뵙길 고대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힘든 일이나 나쁜 일이나 좋은 일이나 항상 함께하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고 행동으로 증명하는 말이니,
누나, 사랑해요.
박*수: 병원에서 9시 40분 출발해서 12시에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하세요. 병원으로 오실 분은 운영진 형님이 공지드린 일정과 같이 병원에서 9시 30분, 서울추모공원 11시까지 모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경자 양마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도의 끝이 여기군요.
부디 고통 없이 영면하세요.
금자 양마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분들에게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평안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해안 이*수: 아침부터 너무 가슴 아픈 소식이네요.
광필형 좋은 일만 하셨는데 어찌 이럴 수가 있는지....
함께 웃고 운동하던 일이 계속 떠오르네요.
부디 좋은 인연으로 다시 뵙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이*화 양마클: 자알가시게
야무딱지네
꽁꽁묶었네
밧줄이아닌
계약서로네
우리가누고
걱정말지다
광피리선행
양미가있고
양마클횐님
양미위하고
그기양마클
전통힘이다
고인도편히
잠드시라고
두손모으세
자알가시게
정*미 양마클:
먼 길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인도 천국에서 큰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함께 슬퍼해 주시어 감사드리며 귀하의 가정에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정*미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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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