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강남 국제 평화마라톤 완주 4시간 39분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있는 러너였다.
한 구간도 걷지 않고 달려 35km 급수대에 도착했다. 전략이나 정신력은 이미 떠났다. 아직도 7km 남았다. 마라톤은 32km + 10km 달리기라고 했는데 정말이다. 걷는 러너도 많았고, 여기부터 걸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지점이다. 모든 달리기가 마음에 든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달리기도 없었다. 전 구간이 양재천과 탄천의 물길과 숲, 성남 비행장의 노란 담벼락을 보고 달려야 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지루하고 힘들다. 눈이 감길 정도로 졸음이 쏟아지고, 모든 급수대에서 물을 마셨지만 지나자마자 또 목이 마르다. 갑자기 같은 배번에 같은 싱글렛을 입은 누군가 지나간다.
"걷고 싶니? 인제 그만 달리려고?" 기어코 여기까지 따라온 러너가 말했다.
"응, 더 달릴 힘도 없어, 졸음이 쏟아져 못 달리겠어."
"그래, 그럼 너를 빠져나와 나는 계속 달릴게. 넌 걸어오렴."
갑자기 잃어버린 것들이 생각났다. 다른 사람은 원하는 것을 오랫동안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잘 얻는 것을 보면 기분이 나빴다. 적당한 가족이나 줄을 잘 서서 얻는 것이나,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인정 같은 것들은 사실 엄청나게 노력해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조차 거저 얻은 적이 없다. 삶에서 사소한 것이 있겠는가마는 적어도 남들이 다 누리는 것들은 노력하지 않고, 대충 살아도 좀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 여기서 멈춘다면, 어차피 쉽게 얻어질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노력도 하지 않고, 뒤에 남아 앞으로 멀어지는 러너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냐, 같이 가! 나를 두고 가지 마!" 앞서 나가려는 러너의 팔을 꽉 잡았다.
졸음이 쏟아지는 내 팔을 잡고 러너가 이끄는 때로 달렸다. 왼쪽으로 지나는 자전거를 피하고, 오른쪽 탄천 풀숲으로 가지 않게 나를 잡아주었다. 아껴둔 마지막 커피를 꺼내서 마셨다. 심장이 빠르게 뛰자 걸음도 이내 빨라지고 정신이 조금씩 들었다. 이제부턴 스릴 넘치는 집중력이 필요했다.
간신히 양재천과 탄천이 합쳐지는 등용문, 다른 팀은 이곳을 영점이라 부르는 곳에 도착했다. 3km 남았다. 러너가 발걸음에 구령을 붙여준다. 이렇게 하면 짧은 거리라도 힘들지 않게 달린다. 강과 육지의 경계에서 마지막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봉은사역으로 향하는 피니시 라인을 만난다. 결승선에 들어올 때는 복장을 반듯이 하고, 미소를 지으라고 했다. 두 팔을 힘껏 높이 들고 '해냈다.'라고 외치며 들어왔다. 아,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
"살면서 참 많이 달렸어." 이 네 단어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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