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때 만나야 했기 때문에 만난 것이고, 행여 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다른 어디에선가 만났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 거야.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가령 지금 내가 자기에게 딸기 쇼트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면 말이야, 그러면 자기는 모든 걸 집어치우고 그걸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헐레벌떡 돌아와서 '자, 미도리, 딸기 쇼트 케이크야' 하고 내밀겠지. 그러면 나는 '흥, 이런 건 이젠 먹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 그걸 창문으로 휙 내던지는 거야.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거란 말이야."
"그런 건 사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 하고 나는 조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관계가 있어. 자기가 알지 못할 뿐야" 하고 미도리는 말했다. "여자에겐 말야, 그런 게 굉장히 소중할 때가 있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되지?"
"난 그렇게 해서 받은 것만큼 어김없이 상대방을 사랑할 거야."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랑이란 게 지극히 하찮은, 혹은 시시한 데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거기서부터가 아니면 시작되지 않는 거지."
"난 늘 굶주려 있었어.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사랑을 담뿍받아 보고 싶었어. 이젠 됐어, 배가 터질 것 같아, 잘 먹었어, 그럴 정도로. 한 번이면 되는 거야, 단 한 번이면."
"제일 중요한 점은 서둘지 않는 거야. 서둘지 말아야 해.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일이 얽히고설켜 있어도, 절망적인 기분에 빠지거나 조바심이 나서 무리하게 잡아당기거나 하면 안돼.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서서히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기를 마모시키지 말라는 거야. 그런 시기에 부질없이 옆길로 쏠리면 나이 들어서 고생하게 돼. 정말이야, 이건. 그러니까 잘 생각해서 행동해야지. 나오코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자기 자신도 소중하게 여겨야지."
"내버려둬도 만사는 흘러갈 방향으로 흘러가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은 상처 입을 땐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게 마련이지. 인생이란 그런 거야.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와타나베도 그런 인생살이를 슬슬 배워도 좋을 때라고 생각해."
"잘 될 수도 있고 그다지 잘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러나 연애란 원래 그런 거야. 사랑에 빠지면 거기에 자신을 내맡기는 게 자연스럽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것도 하나의 성실한 모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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