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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나는 이렇게 사소하고 작은 일들을 좋아한다. 밤새 내린 눈으로 산이 하얗게 변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흰 산을 눈에 넣으며 감탄하는 일, 따듯한 물에 언 발을 담그는 일,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일…… 우리와 함께하는 작은 일들은 모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흔한 것이다.
그런데 간혹 이런 작은 일들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오래 자란 나무가 갑자기 베어지는 일, 땅이 집을 잃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 자유롭게 흐르던 강물이 갇히는 일, 인간의 노동이 노동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일, 누군가의 죽음이 애도되지 못하는 일....
-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난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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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