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관한 ‘중앙일보 논리’에 속지 말자
(서프라이즈 / 명덕 / 2010-11-10)
중국 학생들의 이름다운 미국을 향하여!
최근 뉴욕 타임즈에 미국 대학에서 중국 학생이 넘쳐난다는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November 5, 2010, NY Times; http://www.nytimes.com/2010/11/07/education/07china-t.html?scp=1&sq=china%20boom&st=cse)
중국 붐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배우자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미국을 배우러 온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 다음으로 부강해지면서 중류 이상의 경제력을 지닌 부모를 둔 중국 학생들이 미국 유학을 떠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부모들의 중국의 교육제도에 대한 불신이 더욱더 아이들을 외국에 공부하도록 부채질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상 미국 대학의 대학원이 중국 학생들에 의해 채워진 지는 오래되었다. 모 대학 경제과 교수의 말을 듣자면 한국 학생들이 미국 경영대학 학위과정에 등록하는 것이 점차 매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젠 중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미국 경영대학의 학위과정을 채워갔기 때문에 미국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한국인이 드물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중국이 경제적으로 자본주의화 되면서 자본주의 최전선에 서 있는 미국을 배우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아오면 그만큼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자리 잡는 것이 쉽다는 얘기이겠다. 그만큼 미국 경영학 박사가 귀하고, 높은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오해 마시라, 미국 경영학 박사를 치켜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중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 붐을 얘기하려는 의도에서 하는 말이니.)
요즘은 서울의 유수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만 받으면 지방 대학 교수로 가면서도 ‘재수 없게’ 지방에 가게 되었다고 투덜댄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국내대학만 나와도 그나마 형평이 괜찮다고 한다.
이런 기현상도 중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 붐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아니 중국의 경제력과 전 세계의 곳곳에까지 뻗어가는 중국인의 ‘교육열(敎育熱)’이 놀랍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 학생들은 대개 학비가 들지 않는 유럽의 대학으로 유학 떠났는데, 이젠 경제력을 갖추다 보니 돈 많이 드는 미국 대학에 넘쳐난다는 것은 마냥 놀라운 일이다.
유럽 대학에 가서도 중국 학생들은 그다지 공부에 열성을 다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고 중국에 돌아가도 자기를 반겨줄 일자리와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에, 그에 상당하는 경제적 대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에 머물며 다른 직업을 구하려는 것이 중국 학생들의 보통의 경향이었던 것 같다.
중국인의 교육열
그런 중국 학생들이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골치를 썩이곤 했는데, 이젠 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전설이 되고 말았다. 미국의 대학 입장에서는 우수한 중국 학생들을 받아서 좋고, 그에 따라 비싼 등록금으로 부를 축적하게 되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부족한 대학 운영자금을 채워주는 중국 학생들 덕에 호의호식하는 대학이 된 셈이다.
미국의 국제 교육센터에 따르면 2008-9년에 미국에 등록한 중국 학생들의 수가 26000명 이상이다. 중국에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직업을 구하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탑 클래스의 학교를 나와야 하고, 빛나는 스펙을 쌓아야만 하는 모양이다. 1990년대 들어 고등교육을 받는 인원이 배로 늘었다고 한다. 80년대에 단지 20%만이 대학에 들어갔으나, 90년대 이래로 60% 이상이 대학에 들어가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 학위소지자가 많아진 만큼 화이트칼라 직업을 구하기 위해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에 따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부딪치는 중국 학생들의 문화적 충격에 관해선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 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중국의 교육과 다른 면을 지적하는 몇몇 사항이다. “중국에서의 교육은 단지 이론에 초점을 맞추지만, 미국에서는 창조적 사고력(creative-thinking skills)”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가치는 나에게 좋은 (수동적) 청강자가 되기를 요구하나, 서구의 가치는 좋은 화자(발언자)가 되기를 요구한다”는 중국학생들의 발언도 눈에 띈다. “나는 더 이상 중국이 아니라, 미국 문화에 물들게 되었다”는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요컨대 그들은 공통적으로 “창조적 사고”, “수동적 학습자가 아닌 능동적 학습자”, “반복되는 토론을 통해 형성되는 언어능력과 비판적 사고력”, 그를 통해 익숙해지는 미국 문화에 대한 적응력을 예외 없이 언급하고 있다.
오바마에 속지 말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을 겉으로 칭찬하고 있지만, 그가 보고 있는 것은 한국 교육의 ‘속 빈 내면적 가치’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교육투자 시간뿐이다. 오바마도 아마 한국 교육의 약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바마는 미국 학생들에게 좀 더 공부하는 시간에 투자하고, 학교 선생들을 몰아세우려는 의도에서 한국교육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지난 9월 6일 교보문고 내 배움아카데미에서 열린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 기자회견에서 미치 앨봄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미치 앨봄(Mich Albom)은 한국을 다녀간 다음에 ‘한국의 아이들은 100년 전의 우리 아이들과 같다’(Korea's kids just like ours, 100 years ago/ Detroit Free Press; 9월 12일)라는 칼럼을 썼다. 오바마 대통령의 잘못된 한국 교육 인식을 비판하는 글이다.
지난해부터 오바마는 “한국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다면, 미국에서도 할 수 있다”는 언급을 반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얼마나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는지를 지적하면서, 한 해에 한 달 이상 미국보다 더 공부한다는 것이고,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바마의 요지였다.
앨봄은 직접 돌아본 한국의 교육 현실을 직시한 다음 “우리는 한국에서 하는 것을 할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신뢰할 수 없으니까”라는 확신을 오바마에게 던졌다. 그는 오바마에게 한국의 교육 현장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훈계를 준 셈이다.
한국의 교육목표는 성공을 위한 투쟁에 불과하고, 또 부와 지위, 사회의 상층부에 오르기 위해 수단으로서 교육은 미국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면, 대학에 갈 수 없고, 대학에 가지 못한다면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없고, 직업을 얻지 못한다면 루저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팽배한 교육관이 저반에 깔려 있다.
이런 풍토에서 민족사관학교니 특수목적고를 나온 학생들의 공부 방식은, 어떤 규정된 시험으로는 놀라운 만큼 잘하지만, 그들이 미국에 오면 미국의 교육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앞서 중국 학생들이 지적한 바대로, “창조적 사고, 수동적 학습자가 아닌 능동적 학습자, 반복되는 토론을 통해 형성되는 언어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의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수동적 학습자로서의 능력은 중국의 학생들이 결코 한국 학생들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 대학에 중국 출신과 한국 출신 교수비율을 생각해 보면 더욱 뚜렷이 대조된다.
중앙일보에 속지 말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철호라는 분이 “오바마에 속지 말자” (2010.11.10; http://news.joinsmsn.com/article/781/4641781.html?ctg=2002&cloc=joongang|home|top)는 칼럼에서 삼성 이건희의 “천재(天才)를 모셔오든지 길러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의 교육을 걱정하는 안쓰러움을 드러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은 고급인력을 해외에서 영입해서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을 칭찬하는 일이야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본인 밥벌이하기 위해 하는 말이니 뭐라 할 게 못 된다.
그러나 한국 교육을 진단하는 사고방식에서는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철호의 말이다. “온통 어떻게 먹일지만 관심이고 어떻게 교육시킬지는 뒤켠이다.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의 ‘친(親) 서민’ 노선에 따라 사교육과의 전쟁에 매달려 있다. 내신 성적만 중시하면 교육 문제가 다 풀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 사이에 국내 기업의 입맛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넘쳐나는 범용인력 대신 창의적인 고급인력에 목말라하고 있다. 국적도 상관없다.”
창조적 사고방식을 가르치기 위해 지나치게 점수위주의 수능교육을 시키지 말자는 것이 보통사람이 요구다. 점수위주의 교육은 우수한 점수를 맞은 학생들이 그 점수가 ‘곧’ 자신의 ‘능력과 창의적 생각’과 동일한 것으로 오인하게 만든다. 그래서 점수가 높은 대학에 가지 않으면, 또 점수가 높은 학과에 진학하지 않으면 루저라는 의식을 가지게 만들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대학은 점수 위주의 서열위주로 짜여져 그 서열로 고착되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더 이상 공부할 필요도 경쟁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 서열화된 대학이 이미 자신의 장래를 결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중앙일보가 해마다 하는 대학서열을 평가하는 제도도 그렇다.
지나치게 외형적 서열을 만들어내다 보니 대학이 교육을 어떻게 시킬지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중앙일보에 잘 보여 서열을 한 단계라도 더 올릴 수 있을까 만을 궁리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일보는 대학의 섣부른 평가를 하는 일 따위는 마땅히 폐기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미국의 대학에서 “토론이나 에세이를 못 따라” 가는 이유가 어디 있겠나? 바로 중국 학생들이 지적한 바대로 한마디로 ‘창의력’이 부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한국의 아이비리그를 숭상하는 이상한 분위기도 한국적 기형적 교육이 낳은 퇴폐적 부산물 때문이 아닌가?
“서울 강남에 아이비리그 출신의 SAT(미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사가 넘쳐나는 현상은 국가적 비극(悲劇)”이라는 서울 모 대학 교수의 지적은 정곡을 찌른 말이다.
이런 부산물을 누가 가져왔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조중동을 위시한 겉만 번지르르하면 최고로 치는 한국의 일류병에서 돋아난 산물이 아니던가? 아이비리그 나오면 뭐하나? “넘쳐나는 범용인력 대신 창의적인 고급인력에 목말라하고 있다. 국적도 상관없다”는 말을 지적하기 전에 창의적인 교육을 시키기 위한 발판과 바탕을 만들어주고, 일류병에 목메 있는 우리의 의식을 고치자는 운동을 펼치는 것이 더 우선적인 일일 게다.
그저 학생들을 손쉽게 백분율 점수로 평가하고, 그 평가를 통해 ‘SKY’ 대학만 들어가게 하는 교육적 구조, 사교육이 대학 교육을 잡아먹는 교육 풍토, 돈 많은 강남의 아줌마들의 치맛바람을 잠재우지 않고는 중앙일보 이철호가 바라는 창의적 학생들은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학생의 부모의 경제력이 학생의 능력을 결정하는 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한 학생의 잠재력을 완전히 드러내 키워갈 수 있는 교육적 바탕이 되지도 못한다. “10년 후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까”라는 걱정은 아직도 수능과 국·영·수에 매달려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서열화된 대학으로 대학을 줄 세우고, 서열화된 대학의 정점에 있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는 인간적 평가도 또 좋은 직장을 잡지 못하는 풍토를 고치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을 문제다.
창의적 사고를 길러내는 교육풍토는 사교육에 의해 짜여진 ‘틀’로서 만들어지지 않고,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학생들이, 획일적이지 않은 교육 방식으로 공부하는 토양에서만 오직 가능할 뿐이다.
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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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