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
사상가인 저자가 암에 걸린 아내와 5년여를 함께 하며 쓴 삶과 죽음, 영성 등에 관한 통찰을 담은 책으로, 트레야가 남긴 일기와 윌버의 글이 교차하며 꾸며져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읽히는 미국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통합심리학의 개척자인 윌버는 지적이며 아름다운 여성 트레야와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트레야는 결혼한지 며칠만에 유방암 판정을 받게 된다. 그 후 5년간 투병과정을 함께 헤쳐나가며,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 속에서 벗어나 '깨어서 죽음을 맞는 지혜'를 나눈다. 또한 '삶과 죽음', '영원한 것의 의미' 등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목차
옮긴이의 글...켄 윌버가 바라본 삶과 죽음 그리고 영성
개정판을 내며
서문...독자에게
1 잠시의 포옹, 잠시의 꿈
2 고통을 안고 찾아든 행복
3 의미에 속박되어
4 균형의 문제
5 내적인 우주
6 심신탈락
7 갑자기 뒤틀린 내 인생
8 나는 누구인가?
9 나르시스, 혹은 자기 수축
10 치유할 시간
11 심리치료와 영성
12 다른 목소리로
13 에스트레야
14 어떤 것이 실제로 도움을 주나?
15 뉴에이지
16 저 새들이 노래하는 걸 들어봐!
17 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18 죽은 스승은 아니다!
19 열정적 평정심
20 간호하는 사람
21 우아하게 그리고 용기 있게
22 빛나는 별을 위하여
책 속으로
지난 몇 년에 걸쳐 그녀는 땅에 있는 자신의 뿌리, 자연에 대한 사랑, 몸, 만들기, 자신의 여성성, 기초가 단단한 개방성, 신뢰, 배려로 돌아왔다. 나는 내가 있고 싶어 하는 곳, 내 스스로 편안하게 느끼는 곳에 머물렀다. 신화로 치자면, 절대영의 세계가 아니라 관념, 논리, 개념, 상징이라는 아폴로적 세계를 의미하는 하늘에. 하늘은 마음과, 땅은 신체와 관련된다. 내가 느낌을 포착해서 개념으로 연결시켰다면, 트레야는 개념을 포착해서 느낌으로 연결시켰다. 내가 끊임없이 특정한 것에서 보편적인 것으로 움직였다면, 트레야는 항상 보편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것으로 움직였다. 나는 생각하는 것을, 트레야는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문화를, 그녀는 자연을 사랑했다. 내가 바하를 들으려고 창문을 닫았다면, 그녀는 새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바하를 껐다. (p. 434)
켄에게도 말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내 영혼은 행복하고, 나는 지금 삶을 즐기고 있다고. 창밖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 것이 좋고, 병원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난 그날을 기다린다. 그날이 끝이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난 올 한 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저 새들의 노래를 들어보라! (p. 401)
돌아보면, 마지막 여섯 달 동안 트레야와 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서로에게 봉사하면서 서로를 위한 영적 시련에 들어갔던 것 같다. 나는 돌보는 이로서 할 수 있는 한탄과 불평을, 그녀에게 봉사하기 위해 내 경력을 5년 동안이나 밀쳐두어야 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한탄과 불평을 마침내 그만두었다. 나는 그저 모든 것을 버렸다. 나는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의 존재에, 그녀에게 봉사한 뛰어난 은총에 감사할 뿐이다. 트레야도 자신의 암이 내 인생을 얼마나 ‘파멸시켰는지’ 한탄하고 불평하는 걸 그만두었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그 시련을 통해 그녀를 돌볼 약속을 심오한 수준에서 함께한 것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건 심오한 선택이었다. 우리는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자신을 상대와 바꾸면서, 그리하여 나와 타인을 초월하는, ‘나’와 ‘나의 것’을 초월하는 영원한 절대영을 일별하며 서로에게 봉사한 것이다. (p. 553)
사랑의 상처를 연습하라…. '사랑의 상처를 연습하라.’ 진정한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진정한 사랑은 당신을 완전히 취약하게 열어놓는다. 진정한 사랑은 당신을 훨씬 넘어선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사랑은 당신을 황폐하게 만든다. 나는 계속 생각했다. 사랑이 당신을 산산조각 내지 않았다면 당신은 사랑을 모르는 거다. 우리는 둘 다 사랑의 상처를 연습했고 나는 산산조각 나버렸다. (p. 549)
트레야는 맑고 투명하게 빛났다. 우리는 이전에 이 모든 걸 수없이 겪었기 때문에, 우리 마음속에서 수백 번이나 이런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에 거의 초연한 자세로 말을 주고받았다.
우리는 이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트레야는 계단조차 오를 힘이 없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계단 하나도 오르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산소 줄을 떨어뜨리고는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안아 올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 여보…. 이 정도까진 오지 않길 바랐어요. 여기까지 오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이지 혼자 걷고 싶었어요.” 트레야는 내 어깨에 머리를 파묻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일인 걸, 트레야. 어떤 경우에도 당신은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 자, 내 아가씨를 안고 계단을 오르게 해줘요.” (p. 541)
나는 트레야의 몸을 정돈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받치고 있느라 거의 24시간 동안 턱이 벌어져 있었다.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그녀의 굳은 턱은 다물어지질 않았다. 그녀가 죽은 지 1시간 후, 우리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방을 나왔다.
45분 후 방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트레야는 입을 다문 채 독특한 미소, 완전한 만족과 평화, 충만, 해방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것은 ‘경직된 미소’가 아니었다. 그 선은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완전한 해방의 미소를 짓는 아름다운 부처상과 꼭 같았다. 그녀의 얼굴에 깊이 새겨져 있던 주름들, 고통과 소진, 통증의 주름들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어떤 주름이나 선도 없이 환하게 빛나면서 순수하고 부드러웠다. 너무나 엄청난 일 앞에 우리 모두는 정신이 나갔다. 그러나 바로 우리들 앞에 그녀가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빛을 내면서 매우 만족스럽게. 그녀의 시신 위로 몸을 조용히 굽혔을 때, 나는 참을 수 없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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