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인식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자아뿐만 아니라, 타자도 나아가 자아와 타자가 함께 지각하는 공통 사물도 애초부터 가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김명석. 새한 철학회 논문집 철학논총 제78집 2014. 4권)
형이상학의 제왕 "인식론" 자체에도 현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버클리의 인식론을 대학 1학년 때 선배들과 같이 읽은 기억이 있다. 무지하게 얇은 책인데 영어라서 엄청 오랜 시간을 붙들고 토론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쓸모없는 짓을 한 것같다. 관념을 논하는 것은 지면이나 생각으로만 해야 한다. 관념이 관념을 토론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자아가 자아를 어떻게 지각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시도하는 명상이나, 자아를 바라보거나, 수련 수행을 하는 일들은 어떤 의미인가? 아마도 자아를 보는 일은 아닌듯 하다.
스킵하면서 이해되고 중요한 구절을 적는다. 공학적 언어들은 인문학이나 철학적 언어로 대치하면 더욱 잘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코드 Code" 를 정보와 정보의 관계(p.212)라고 설명한다. 명쾌하다. 마찬가지 인문학과 인식의 단어들을 공학적 단어로 표시하면 얼마나 이해하기 쉬울까? 정보를 생산하는 실체는 인코더(encoder)이며 우리는 정보를 해독하는 디코더(decoder)이다.(p.213) 단순하고 깔끔한 정의다. 심지어 이 개념에서 우주인코더로 관념을 확장한다. 우주인코더는 이성의 이념일까? 아니면 모든 지각 주체들의 전체 네트워크일까?
미래 인식론은 그 자체로 정당화 되는 토대인 믿음으로부터 다른 믿음들을 정당화하는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통 인식론이 여태 증명하는 데 실패했던 외부 사물과 다른 인식 주체의 존재를 우리는 애초부터 가정해야 할지 모른다. 정말이지 우리는 합당한 인식론을 구성하기 위해 생각하는 자아와 함께 생각하는 타자를 처음부터 요청해야 한다. (책 p.207)
성질의 담지자도 없이, 성질이 만들어지고 성질을 받아들인다는 발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개념은 "운반체 없는 정보" 개념이다. ... 양자 정보이론처럼 현대정보이론의 극단으로 가게 되면 모든 물질들이 정보 복합체로 간주된다. ... 나는 버클리의 관념, 성질, 감각질을 정보라고 달리 부르고자 한다. 물론 여기서 정보는 운반체 없는 정보이다. ... 정보는 자연에 관한 정보이다. 자연이란 정보의 총체이며, 다만 우리는 자연을 구성하는 정보의 총체 가운데 일부만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p.211
버클리는 관념과 관념의 일관되고 질서 잡힌 관계를 "자연의 법칙"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언어에서 문법에 해당한다. 정보과학에서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코드"라고 한다. 자연철학자들이 탐색해야 하는 것은 "자연의 코드"이다. p.212
버클리에 따르면 마음을 파악하는 것은 몸을 지각하는 것에 빛지고 있다. 마음은 관념 또는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은 감각에 의해 지각될 수 없다. 자아는 관념 또는 사물을 지각할 뿐이지, 자아는 자아를 지각할 수 없다. 사물을 지각하는 자아는 자신이 지각하는 행위자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행위자라는 것을 입중하기 위해 행위자란 개념을 가져와야 하는데, 이 행위자의 개념은 경험에서 가져와야 한다. 이 행위자를 어떻게 경험하게 되는가? p.221
"나는 알 수 있다."는 우리 바람을 뒷바침 하는 세 개의 기둥은 나에 대한 인식, 타인에 대한 해석, 공통 사물의 지각이다. 우리는 과학의 가능성,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위해서 "내 마음은 다른 마음들과 함께 공통의 사물을 지각한다."는 근본 상식을 애초부터 가정해야 한다.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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