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안 마이클 Duane Michals - 이 사진이 보증한다.
<this photography is my proof>
이 사진이 보증한다. 분명히. 우리의 좋은 관계가 있고, 그녀가 나를 안고 있고, 우리가 너무도 행복해보이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감싸는 오후의 햇살이 있다. 그런 일이 분명 있었으며, 그녀가 분명 나를 사랑했었다. 이 사진은 그때의 우리를 보증한다.
그런데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무엇 때문에 헤어졌을까. 헤어진 이유는 정말 그랬을까. 과연 우리는 사랑했을까. 우리가 그때 진정 행복했을까... 정말 좋은 관계였다면 왜 그날 헤어졌을까. 이 사진은 우리의 무엇을 보증한다는 말일까. 이 사진이 보증하는 것은 1974년 5월 8일이라는 사실뿐이다.
아무것도 보증하지 못한다. 우리는 사랑도. 행복도. 좋은 관계도 보증하지 못한다. 이 사진 속의 모든 이미지는 진실과 거리가 너무도 먼 것이다. 진동선 <듀안 마이클 - 나는 욕망을 꿈꾸고 싶다>
사진을 자주 찍는다.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지간에 찍고, 찍고, 또 찍는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냐고 물을 때면 '기억을 최근 것부터 잃어 버린다'고 말한다. 웃자고 하는 소리로 듣고 말한다. 사진은 사진이 보여주는 것처럼 행복한가? 혹은 여자를 사랑했었나? 멀어지고 나면 갖게 되는 수많은 의구심들만 남는다. 결과적으로 우린 헤어졌고, 그 누구보다 타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사진속의 우리는 진실할까? 그때 여자의 감정 또한 사실일까? 생각만 해도 우울해지는 생각은 사진이 갖는 사실성을 희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오히려 실제 그런일이 있었나? 하는 의구심마져 든다. 꿈은 아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찍은 사진은 사실성을 모호하게 만든다. 당시에는 젊고 아름다웠고 우리는 빨강색과 파랑색을 좋아했고 지구빵집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함께 느꼈던 따스한 체온, 말들, 숨결, 눈빛, 부드러움, 차가움, 냉정함, 연민 등과 같은 서로를 사랑했던 감정은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다.
진실이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라기보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 느꼈던 것, 가슴 아파했던 것, 상처 받았던 느낌들이 아닐까? 말하자면 "지금, 여기"를 강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속에 들어와 함께 용솟음치던 것들이 아닐까?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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