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서재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Writing Down the Bones, 1986년

지구빵집 2018. 7. 24. 23:38
반응형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Writing Down the Bones, 1986년


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말할 수 없다. 물론 마음을 드러내고 싶었다. 글로 옮겨 적지 않으면 세상 누구도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생각들, 나의 사랑, 나의 모든 일을 단 한 명도 모르고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겁이 더럭 났다. 그래서 모든 것을 쓰기로 했다. 뼛속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힘줄과 혈관을 흐르는 피와 강한 근육들을 생생하게 글로 쓰기로 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남자는 나의 글을 좋아했다. 내 글을 읽고 있다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늘 내 글을 읽고 있었다. 난 그게 훨씬 좋았다. 그가 나의 글을 읽고 아는체 하는 게 좋았고, 잘하면 그의 마음에 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일었다. 내가 쓰는 글은 그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사색하는 창구였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마음은 자주 쓰는 글로 인해서 희석되었다.


그 후로 글을 꾸준히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달리기와 같았다. 분노든, 우울하든, 기쁘든, 날아갈 듯 가볍든 계속 썼다. 좋은 기분이 며칠씩 가기도 했다. 나쁜 기분이 들 때는 빨리 사라지게 하려고 썼다. 그러나 심연으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글쓰기를 벌거벗는 일이라고 한다면 나는 옷을 꼭꼭 껴입고 있었다. 원체 드러내지 않는 인간인지라 남자의 이야기를 쓸 수는 없었다. 어떻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그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그런 버릇은 아직도 이어진다. 아마도 소설을 쓰게 되면 모를까 그런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가끔은 그런 사실이 힘들 때가 있다.


글쓰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똑같은 글을 쓸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글쓰기는 바둑과 닮았다. 기보를 보고 똑같이 놓지 않는 한 같은 바둑은 이제까지 두어진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베끼지 않는 한 심지어 자기가 쓴 글이라도 같은 글은 두 번 다시 쓸 수 없다. 깊은 마음속으로 내려가는 일도 단 한 번이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기회도 단 한 번밖에 없다. 말 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이라는 사실로 모든 글은 절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늘 새로운 일이다. 새로운 일은 질리지도 않고 기분 좋은 일이다. 가끔 신나게 쓴 글 -이런 경우는 멋진 글이 짧은 시간안에 써진 글이므로-이 날라갈 때는 욕과 함께 생겨나는 분노의 크기에 비례해 일찍 체념한다. 곧 바로 포기한다. 두 번 다시 내가 쓰지 못할 글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파랑새는 잡기도 힘들지만 잡자마자 바로 날아가버린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글쓰기를 배우는 과정에 들어 있는 진리를 매우 구체적이고 또렸하게 보여준다.  62가지의 소제목 하나하나가 글쓰기의 원칙이 된다. 외우고 다녀도 아깝지 않는 글쓰기 방법론이다. 친절하게 누군가 각 항목에 쓴 글을 옮기고 내가 또 적어 아래의 소제목 글들을 옮겨본다. 완성하지 못하는 부분은 또 누군가 채워넣을 것이다. 어찌보면 글쓰기는 인생과도 닮았다. 물과 닮았다. 흐르고 흘러서 언젠가는 채우고야 만다. 사람이 한치도 중력의 힘 앞에 저항 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누군가에게 채워지고 또 채우게 된다. 글쓰기가 하는 일이 바로 채우는 일이다. 


만약 당신이 글쓰기 안으로 깊이 몰입할 수 있다면, 글쓰기가 당신을 필요한 모든 곳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p.12 


“・・・・・집에서 나가라. 설거지에서 벗어나라. 글을 쓸 수 있는 카페로 달려가라・・・.“p.17


1. 첫 마음, 종이와 연필 - 첫문장 "나는 첫 번째 수업을 무척 좋아한다. 글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글 쓰는 사람으로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던 그 '첫마음'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가장 기초적이지만 너무도 중요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이야기


'첫 생각' 을 놓치지 말라


첫 생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마음에서 제일 먼저 ‘번쩍’하고 빛을 낸 불씨이다. p.27 

첫 생각은 에고 또는 우리를 통제하려고 드는 논리적인 매커니즘(세상은 영구불변하며 견고하고 지속적이며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 에 얽매이지 않은 생각이다.・・・첫 생각은 참신함 그리고 영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첫 생각이 가진 에너지다. p.28 


멈추지 말고 써라 


글쓰기 훈련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몸과 육체를 믿는 법, 다시 말해 인내심과 공격하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p.29 

육상선수들은 달리기가 힘들고 지겨워져도 달리는 행위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열망은 절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게을리 하거나 회피하는 사람에게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p.31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아니다 


한창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이 사랑에 빠진 사애를 글로 적절히 표현해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p.35

우리의 지각 능력이나 판단력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각과 판단력은 우리의 의식과 육체를 거쳐서 나온 경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나는 이것을 ‘퇴비를 섞는 과정’ 이라고 부른다.・・・ 이 비옥한 토양이 우리의 시와 이야기를 꽃 피워 주는 자원이다. 하지만 비옥한 토양은 단시일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월이 필요하다. 유기적으로 이어진 인생의 모든 세부 항목들을 계속 뒤집고 또 뒤집어서 쓸데없는 찌꺼기들을 걸러 내야만 기름진 토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p.36 


예술적 안정성을 얻는 과정 

습작을 위한 글감 노트 만들기 

글이 안 써질 때도 글을 쓰는 법 

편집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라 

눈앞에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라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글을 쓰는데 자신의 재능이나 잠재력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재능과 실력은 훈련을 거쳐 가면서 커지는 법이다. p.63 

하지만 바람직하지 않는 정신 자세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쓰기를 배운답시고 쓸데없이 대가들과 문학 강의를 좇아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진실은 아주 간단하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당신이 훌륭한 대가를 열 사람이나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다. p.64 


11. 작가와 작품은 별개다 


사고의 모든 경계를 허울어뜨려라 

글쓰기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아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글을 조절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그때그때 솟아 나오는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가라.p.75 

글을 쓰는 데는 당신의 온 몸, 즉 심장과 내장과 두 팔 모두가 동원되어야 한다. 바보가 되어 시작하라. 고통에 울부짖는 짐승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시작하라.p.76 

글쓰기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아니다.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슬로푸드다. 요리는 천천히 익어가고 있으며 시작 단계에 있는 당신은 그 음식이 구이가 될지, 국이 될지 아직 모르는 것이다.p.77 


강박관념을 탐구하라 

세부묘사는 글쓰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라 

케이크를 구우려면 

작가는 비를 맞는 바보 


글쓰기는 육체적인 노동이다


사람들은 글쓰기가 육체적인 노동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생각하는 행위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등 모든 지각 능력과 관계하고 있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만으로는 아무런 결과물도 생산할 수 없는 것이다.p.94 


잘 쓰고 싶다면 잘 들어라 

21. 파리와 결혼하지 말라 

글쓰기는 사랑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끔에 대해 써라 

문장 구조에서 벗어나 사유하라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 

그냥 ‘꽃’이라고 말하지 말라 

몰입하기 

평범과 비범은 공존한다 

이야기 친구를 만들라 

작가들은 위대한 애인이다 

31. 현상을 넘어 사물 속으로 파고들라 

먹잇감을 응시하는 고양이처럼 

자신을 믿어라 

카페에서 글을 쓰는 일에 대하여 

작업실에 대하여 

성, 그 거창한 주제에 대하여 

자신이 사는 마을을 순례하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결국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진정 글을 쓰고 싶다면 모든 것을 잘라내고 쓸 수밖에 없다. 글을 쓰기 좋은 완벽한 환경도 습작 노트도 펜도 책상도 없다면 자신을 유연하게 훈련 시킬 수밖에 없다. 아무리 낯선 한경 속에서도 완전히 다른 장소에서도 글쓰기 훈련은 계속되어야 한다. p.164 


충분하다고 느낄 때 한번 더 

삶을 사랑하라 

41.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먹히지 말라 

글 쓰는 것 자체가 천국이다 

장대 위에서 발을 떼라 


왜 글을 쓰는가 


한 가지 알아야 할 점은 글쓰기가 인생을 치료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글쓰기 자체가 치료술은 아니라는 점이다. 글쓰기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만약 당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찾아낸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든지 글 쓰는 행위를 부정하기보다는 자신을 더 깊이 불사르며 글쓰기 속으로 몰입하게 해 줄 것이다.p.183 


관통하는 글쓰기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 그 자체가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어떤 방법으로 그 일에 접근해 나가는가 그리고 그 일에서 어떤 가치를 얻는가 하는 점이다. p189


자기 안에만 깊이 처박혀 있는 자기 자신을 바깥으로 한걸음 내딛도록 해야 한다. p.190 


작가로 살아남기 


우리의 목표는 매순간 모든 존재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대하고 친절한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p.192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p.193


자신이 쓴 글에서 떠나라 


작가란 모름지기 자기 작품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p.195

사업가가 되려면 우선 먼저 위대한 전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두려움을 떨쳐내야 하며, 한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문학의 형식, 삶의 형식 


어떤 정해진 형식에 맞는 글을 쓰고 싶다면 그 형식으로 적은 글을 많이 읽는 게 최고다. p.199

일본의 하이쿠 - 계절과 자연을 주요 소재로 5-7-5 음절로 이루어진 한 줄짜리 정형시

너무 울어

속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 바쇼 p.202

형식이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인생이라는 형식을 채워 나가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생의 형식에도 훈련이 따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p.203 


익숙한 초원을 떠나라 

규칙적인 연습은 창조력을 마비시킨다 

51.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음식에 대해 써 보라 


외로움을 이용하라


고독의 아픔은 당신에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만들어 줄 것이다. 고독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그 고독을, 당신의 더 깊은 곳을 탐사하는 내시경으로 이용하라.p.225 


스스로에게 넌덜머리가 났을 때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라 

이야기 모임 만들기 

벌거벗은 자만이 진실을 쓸 수 있다 


누구에게나 천재의 목소리가 들어 있다 


자신의 인생이 무엇인지 알고 그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바깥에서 보여 지는 모습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쉽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이 좋은 글을 썼음을 인정하게 될 때 우리는 우리 속에 들어 있는 진정한 재능과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 사이를 가로막던 장애물을 치워 버릴 수 있다. p.247-248 


작품을 평가하는 스스로의 잣대를 가져라 

사무라이가 되어 써라 


61. 고쳐 쓰기 


자기가 쓴 글을 쓰자마자 다시 읽어 보지는 말라. 자기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기 전에는 잠시 시간을 두고 기다리라. 작품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p.256 


62.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난 죽고 싶지 않네." 간단하면서도 이처럼 진한 진실이 어디 았는가. p.264


에필로그 

옮기고 나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