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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유지하고 길게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생명의 본성 아닌가?

지구빵집 2018. 9. 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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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것들을 이야기하는 긴 글을 또 날려먹었다. 블로그 문제인지, 타이핑하며 잘못 누른 키보드 실수 인지 모르겠지만 잠깐 사이에 모두 잃어버리니 속상하다. 두고가는 것들은 모두 마음 아프다. 아픈 마음을 금세 잊어버리고 나서 기억을 더듬어 다시 써보지만 비슷하게라도 다시 써지지 않는다. 신기한 일이다. 기껏 빠른 시간에 흘러가는 생각이 나오고, 나의 손으로 타이핑한 글이 순식간에 사라져 찌꺼기도 남지 않게 흘러간 것을 보면 아름다운 글은 내가 쓰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길게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생명의 본성 아닌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자연과 인공적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나무와 풀과 숲들과 하늘뿐만 아니라 쇠, 건물, 돌, 거리, 교량, 가로등과 같은 대상들이 아름다움을 빨리 거두고 부서지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제 아무리 인간의 관점으로 아름답지 않은 것 조차도,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은 연장되고, 길게 가져가고 싶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생명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길게 가져가려고 하는 마음은 무엇에나 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것들은 예쁘고, 생생하고, 밝고, 맑고, 달콤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연하고, 자극하지 않고, 공격적이지 않고, 잠잠하고, 조용하고, 안정되고, 침착하고, 위협적이지 않고, 선명하고,  매끈하고, 군더더기가 없고, 단순하고, 반복하고, 은은하고, 익숙하고, 친숙하고, 대칭이고, 균형있고, 조화하고, 잘 어울리고, 균일하고 촘촘하다.

 

  사랑받는 대상은 객관적으로 아름답다.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심이 있든, 보고 있든, 마음에 있든 없든 우리와 무관하게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대상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우리의 기호나 개인적인 취향이라든가 좋아하든가 하는 판단을 문제삼지 않는다. 클래식이 그렇고 명화가 그렇고 조각이나 정보와 기술이 만들어낸 편리함들도 얼마든지 아름답다. 우리가 관심을 쏟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대상이 그 사람을 위해 아름다울 거라는 당연한 게 아니고, 누가봐도 아름답다는 말이다. 객관적으로 아름답다. 그것들은 누가보아도 아름답다. 윤기가 흐르고, 건강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오랜만에 찾아온 더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여름을 보냈다. 달리기도 무리하지 않고 조심하면서 오히려 차분히 자나갔다. 늘 하던 5가지 습관에서 마음을 놓았던 것들을 다시 찾고 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더워서 조금 쉬자고 생각했다. 명상, 차마시기, 입욕하기, 운동하기, 독서를 다시 시작하는 첫날이다. 하루에 모두를 할 수도, 하지도 않는다. 주말에 과천시 평생학습축제에서 거져 싸게 사온 메리 골드 꽃차를 1.7리터 물을 끓여 우려낸다. 거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밝고, 탁자가 환하고, 찻주전자와 머그컵이 흰색이고, 우려낸 차 색깔이 연한 노랑색으로 밝으니 환한 빛의 블랙홀이 되었다.

 

  노랑색과 주황색 꽃 새깔이 예쁘다. 노랑과 주황색의 꽃이 부드럽고, 진하지 않는 녹색을 품은 노란 빛이 부드럽고, 혀에 닿는 차 맛이 부드럽다. 여자의 가장 깊은 곳에 바르는 오일냄새가 나고, 맛이 그렇다. 파란 하늘에 둥실 떠다니는 구름에 빠진 느낌이다. 구름을 뚫고 떨어지는 느낌이다. 아찔할 정도로 푹신한 솜덩어리를 씹는 기분이다. 

 

  아름다운 빛깔들을 사진으로 남겨본다. 아름다운 것들은 빨리 사라진다. 그래서 영원하다. 사진으로 남긴다고 영원함을 주지는 않는다. 메리 골드 꽃차의 빛과 향과 맛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사진은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는다. 이미 지난 일들이다. 사진은 진실 따위를 주지도 않는다. 아름다운 것들은 우리에게 영원한 느낌만을 주고 사라진다. 좋은 것들을 주는 여자는 아름답다.-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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