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나 설날 명절에 좋은 기억이 없어서 남길 만한 것도 없다. 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먹을 게 많다는 기억도 어릴 때나 기다리는 이유가 되겠지만 크면서는 그런 기대도 없었다. 아버지는 양자로 들어온 집안의 부모님 제사를 지내야 했고, 양자로 가기 전 부모님 제사도 챙기셨다. 작은 아버지 댁은 모든 가족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다. 제사를 지내는 방법의 문제-여기도 종교전쟁-로, 아버지 부모, 양자로 간 집 부모, 작은 아버지가 모셔야 되는지, 아버지는 또 아버지대로 온통 지뢰밭 투성이였다. 자연스레 명절은 별로 기다리지도 않았다.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4년이 지났다. 미장이 일을 하신 영향으로 작은 아버지는 사지가 굳어가는 병으로 요양원에서 2년 정도를 누워 계시다 돌아가셨다. 아버님은 유일한 혈육으로 존재했던 동생의 죽음에 많이 슬퍼하셨다. 우리가 사는 데 중요한 것을 당시는 알지 못한다. 제사지내는 방법이나 종교나 신념이 웃음 한조각 보다 더 중요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아픈 기억들은 관계된 모든 사람의 기억속에 고이 잠들어 있다. 남은 사람들과 화해하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일은 슬픈 일이다. 남기고 가는 것들이 그리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더 슬픈 일이다.
작년부터 추석과 설날에 하는 행사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많은 음식을 만들지 않고, 제사도 지내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머님도 힘드시고, 사느라 바쁜 아들과 며느리들 생각에 아버님이 내린 결정이다. 우리 집과 괴산 미루마을을 오가며 하루 묶고 2끼의 식사를 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처댁에 인사는 다녀와야 한다.
남동생이 여우숲이니 책방이니 전원마을이니 하며 나름 명성을 얻은 미루마을로 귀촌한 게 오래전이다. 준비 없이 내려갔으니 아직도 좀 애로사항이 많지만, 시골의 장점은 그거 아닌가. 공기 맑은 거 하나. 명상이나 한 달씩 하고 갔으면 좋으련만 명절엔 당일치기로 떠나주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사람끼리 부대껴야 살 맛이 난다고 하던데 얼마나 부대껴야 그런 맛이 나는지 알 수 없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보기에 좋은 마을을 둘러본다. 자주 놀러 가야지 하면서도 자주 가지 못하는 게 아쉽다. 많이 아름다운 곳이다. 공기도 정말 좋고.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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