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에 있는 춘천마라톤과 중앙마라톤을 앞두고 한강을 달렸다. 32km 장거리 훈련을 동료들과 함께 달렸다. 하늘과 바람과 한강을 끼고 달리는 주로는 진짜 신나는 길이다. 바람을 가르는 러너들을 만나면 손을 들어 인사한다. 말없이 나누는 침묵의 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양재천 영동 6교를 지나 분당과 갈라지는 등용문을 지나 분당에서 오는 주로와 합쳐지는 곳을 지나서 달리다가 배낭을 메고 달리는 분당 이매역에서 출발한 러너를 우연히 만나 함께 달렸다. 63년 토끼띠라고 하시던데 잠실 시민공원 휴계소까지 달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었다. 2003년에 폐를 수술하시고 나서부터 달리기를 하신 분이다. 매년 한 두 번씩 풀코스를 뛰지만 기록은 좋지 않았다.
일상을 지내며 항상 빠짐없이 운동하는 일은 자신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고 마라톤 대회는 가끔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특별히 기록을 위해서, 시간단축을 위해 달리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고 아팠던 자신에게 달리기는 매우 좋아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대회는 그저 평소 훈련한 대로 달리고 신나게 기분내고 즐기며 달린다고 한다. 아쉽게 잠실 시민공원 첫 번 째 휴계소 부근에서 헤어졌다. 다음에 보면 알아볼수 있겠나 싶지만 다음에 보기로 하고 나는 잠실 철교까지 달려간다. 땀으로 젖은 옷이 한강 바람에 말라버렸고, 피부는 고운 소금기로 덮였다.
평소 달리면서 아무생각도 안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다시 겸손해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오래 달려야 하고, 달리는 시간보다 더 오래 아름답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고, 무엇보다 아직 배울 것들이 훨씬 더 많이 남아있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아직도 달리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힘이 들면서 마음을 일찍 놓아버리고, 자신을 추스리고 다시 페이스를 찾는 일도 서툰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무엇보다 마라톤 대회라든가 기록단축과 더 먼거리 같은 결과들은 일상에서 훈련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달리고, 매 순간 달리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레 찾아오는 선물이지 그게 우리가 달리는 목적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모두 맞는 말이지만 목표로 삼은 기록은 꼭 달성하고 싶었다. sub4, 4시간 내에 풀코스를 완주하고 싶다. 매 킬로미터를 5분 40초의 속도로 42km를 달려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왜 달렸는지 생각해야 한다. 인생은 달리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언제쯤 들게 될까. 언제 그런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른다. 설사 달리기가 전부가 아닌 다른 것들도 있는 게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쳐도 지금 달리는 일을 멈추진 않을 것이다. 우리 삶이 원래 그렇다. 젊은 시절에는 딱 그때까지만 살아도 좋은 때가 넘쳐났다. 18살이든, 스무 살이든, 서른 살이든 그때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날이 많았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른다.-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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