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의 전설을 아로새긴 춘천마라톤에서 서브4 대기록 달성한 이야기
오전 6시나 7시에 맞춰놓은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꿈을 자주 꾸어서 그런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쉽지 않다. 춘천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은 동료에게 알람전화를 부탁했다. 그렇게 준비한 날은 꼭 일찍 깬다. 역시나 4시 30분 전화가 오기전에 눈이 떠졌다. 여름 밤에 날벌레 한마리가 길을 잃고 방안에 들어오면 종이에 고이 모셔서 창문을 열고 밖에 놓아준다. 그 사이에 나방이 한 마리 들어온다. 기어이 나방을 쫓아가 때려 잡아 내버린다. 우리가 베푸는 선의가 늘 이렇다.
춘천에서 열리는 대회라서 오전 6시에 동호외 참가회원들은 모두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한다. 5시 30분에 집에서 나온다. 방금전에 소나기가 그쳤다. 한 주에 두 세번 비가 자주 내리더니 오늘은 바람이 싸늘하다. 동료들을 만나 춘천으로 간다.
한계가 곧 자유다. 거리와 달린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계도 차지 않았다. 여자도 일찌감치 뒤에 멀어졌다. 같이 페이스를 맞춰주는 동료도 없었다. 의지할 아무것도 없었고,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과 주변에 함께 달리는 러너뿐이었다. 한계 안에서 나는 완전히 자유였다. 부상으로 아프거나 절망하지 않았다면 변명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짓이다. 아무것도 의지할 게 없으니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몸이 차가운 가을비에 식지 않도록 팔과 다리를 더 많이 움직였다. 잠시라도 속도가 늦어지는 느낌이 들면 보폭을 작게 하고 팔을 빨리 흔들어 강하게 앞으로 나갔다. 다른 주자들을 상당히 많이 제치고 나갔다. 나를 앞서는 주자와 간격이 멀어지지 않도록 뒤통수를 보고 끝까지 따라갔다. 1킬로미터 앞에 보이는 페이스 메이커 러너의 흰 풍선을 계속 바라보고 달렸다. 처음으로 마라톤 전 구간을 4시간 안에 완주라는 결과는 한계가 가져다준 자유를 완벽하게 누린 덕분이었다.
사실 이런 깨달음은 소중할 것도 없다. 누구나 그렇기 때문이다. 연줄도 없고 가진 것도 없을 때 우린 더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2018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구간명
온라인 완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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